‘카이스트 졸업’이라고 잘못 적은 직원...법원“해고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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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305회 작성일 20-11-10본문
채용 당시 실수로 대학을 잘못 기재한 지원자에 대한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 (재판장 박영재)가 지난 7월 7일 해고된 직원 A씨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금융감독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 손을 들었다.
A씨는 금융감독원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전형에서 최종 합격했지만 2018년 10월 근로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A씨가 채용 전형 당시 졸업 대학을 잘못 기재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그러나 입사 원서에는 졸업대학을 한국과학기술원으로 기재한 것이다. 학력 오기재 사실이 발견되자, 회사는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지원서 기재내용 또는 제출서류가 사실과 다르거나 허위로 판명될 경우 합격 취소 처리된다"는 공고조항에 따라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과실로 대학을 잘못 기재했다며 해고 무효를 주장했다. 그는 잘못 기재한 대학이 A씨 채용을 결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해고는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반면 회사는 A씨가 지방인재로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고의로 허위기재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채용 시 "지방인재 10%내외 채용" 예정이라고 공고했는데 한국과학기술원 출신은 지방인재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공고조항에 따른 채용취소가 아니더라도 사기와 착오에 의한 취소도 가능하다고 맞섰다.
법원은 공고조항에 따른 취소권은 인정했지만 그 행사 범위는 제한했다. 법원은 "회사가 사전에 지원자의 허위사항 기재사실을 알았다면 해당 지원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또는 동일 조건으로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해제ㆍ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회통념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A씨의 고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채용 절차 중에 지원자에게 학력 증빙 서류를 제출하게 했고, A씨는 서강대학교 졸업증명서를 제출했다. 또한 지역 인재의 경우 지원서에 '지역인재'에 해당한다고 표시해야 하지만 A씨는 '해당하지 않음'에 표기했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회사가 허위 기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A씨에게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채용 서류를 검토한 인사팀 직원이 A씨의 허위 기재 사실을 발견했지만, 필기시험 합격 취소 처분을 하지는 않았다. 출신 대학은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 평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A씨 외에도 오기재자가 있었을 경우 회사는 오기재를 정정했을 때 합격선을 넘는지에 따라 취소를 결정해 왔다. A씨의 경우 대학을 정정하더라도 합격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A씨 합격에 결정적이었던 것은 대학이나 지방인재가 아닌 '세평조회'였다. 2차 면접 결과 면접자 3명 중 A씨만 불합격이었다. 그러나 면접위원은 면접이 끝날 무렵 세평조회를 결정했고, 총무국 직원 김 모 씨가 하루 동안 세평을 조회했다.
A씨를 제외한 두 명은 경력자였기 때문에 김 씨는 A씨를 제외한 지원자들의 세평만 조회해 보고했다. 결국 A씨만 최종 합격자가 됐다. 그러나 이 때 세평 절차, 방법, 기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 씨가 긍정적인 평가는 임의로 누락시키고 부정적인 내용만 보고한 것도 확인됐다.
법원은 "채용절차가 객관성ㆍ공정성을 갖추어 진행되도록 감독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현저히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며 회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가 금융감독원의 근로자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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