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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청탁' 채용비리 금감원 직원, 징계해고는 안돼···법원, "채용취소는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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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356회 작성일 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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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청탁 비리로 채용된 직원을 징계 해고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징계는 비리행위를 한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아버지의 청탁 행위를 몰랐던 당사자를 징계하는 것은 안된다는 취지다. 다만 채용 취소를 하는 것은 가능하되, 채용 취소할 때 까지 실제로 일한 근로에 대한 미지급 임금은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재판장 박영재)는 지난 3월 31일, 근로자 A씨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청구한 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의 소에서 1심 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면직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했다.
A는 금융감독원 5급 공채에 지원했다. 그런데 채용담당자 이 모씨는 A씨가 필기전형 불합격자로 분류된 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채용예정인원을 늘리는 등 부정행위를 통해 A를 합격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수석부원장에게 "채용 여력 증가가 예상된다"는 거짓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A는 한국수출입은행 전 부행장이었던 B의 아들이었고, B가 지인을 통해서 A를 채용해 달라고 청탁한 전형적인 채용 비리였다.
"아버지 청탁사실 몰랐다면..." 취업 당사자는 징계 해고 어려워
금융감독원 측은 우선 A에게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징계대상자에 해당한다"며 면직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인사관리규정에서 "부정한 행위를 한자, 취업규칙이나 서약서를 위반한 자, 금융감독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징계대상으로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부정한 행위를 한 자' 등에 부정 취업자인 A가 포함되는지가 문제됐다. A는 "A 자신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인사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담당자 이 씨가 A를 위해 부정행위를 한 이상, 여기 연루돼 이익을 본 사람도 부정한 행위를 한 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정한 행위를 한 자'란 징계사유 행위를 한 행위자를 의미하므로, 해당 근로자 자신이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버지 B가 지인에게 A의 지원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 A가 관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A가 직접 부정행위나 서약서 위반행위등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해 면직처분(징계해고)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징계해고를 하게 될 경우 A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취업이 제한되는 중대한 불이익을 갖게 되는 점을 볼 때, 징계처분까지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근거를 들었다. 면직처분 무효로 A는 면직처분일로부터 복직일까지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게 됐다.
"금감원이 근로계약 취소는 할 수 있어--- 채용공정성도 계약 내용"
법원은 다만 금감원이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씨의 행동으로 면접위원들이 채용절차에서 공정성이 훼손됐음을 알지 못한 채 A를 합격자로 결정했고, 이는 근로계약을 취소할 만한 중대한 착오라는 것.
재판부는 "채용절차의 공정성은 A와 금감원이 체결한 근로계약의 내용에 포함된다"며 "따라서 중대한 착오로 체결한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민법은 계약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당사자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A측은 "금감원도 채용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중대한 과실이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금융계 고위 인사인 B의 행위에서 불공정한 채용절차가 비롯된 점에 비추면, 금감원의 취소가 부당하다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근로계약 취소를 주장하더라도 그간 행해진 근무나 노무 제공을 부정할 수는 없으므로, 취소의 효력은 소급하지 않고 취소한 이후로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직권면직을 근로계약 취소로 볼 수 있다는 금감원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금감원은 A에게 미지급 임금 2,400여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을 대리한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로 인한 근로계약 취소를 인정한 것"이라며 "민법상 취소 원칙에 따라 근로계약이 취소된 건으로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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