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파견업체에 근로자 교체 요청은 '파견계약 해지'...임금 지급해야" > 노동판례

노동자료

부산지역 노동자들의 복지향상 및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한국노한국노총부산지역본부가 함께 합니다.

법원 "파견업체에 근로자 교체 요청은 '파견계약 해지'...임금 지급해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370회 작성일 20-03-25

본문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파견계약 해지로 볼 수 있으므로,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부당해고로 발생한 임금 등을 연대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 이준구 판사는 지난 2월 11일, 근로자 정 모씨가 파견업체인 D 회사와 케이비(KB)증권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근로자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2019가단518071)..
D회사는 근로자파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케이비증권과 계약을 맺고 자동차 운전을 하는 근로자 정씨를 파견하는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했다. 정씨는 D와 맺은 근로계약에 따라 2019년 1월부터 케이비증권 사업장에서 자동차 운전원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2019년 3월, KB는 D회사에 정씨를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정씨의 업무능력이 부족하고, 복장과 의전이 불량하고 직원들과 마찰을 일으킨다는 이유였다.
이에 D회사는 정씨에게 근로계약서 상 '근무 부적격자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서를 보냈다.
이에 정씨는 "D회사가 보낸 근로계약 해지 통보사는 구체적인 해고 사유가 기재돼 있지 않아 무효"라며 "계약기간 만료일까지 임금과 연차수당, 퇴직금 등을 전부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또 사용사업주인 케이비증권을 상대로도 "정당한 사유 없이 파견 근로자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는 D회사와의 파견계약을 해지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파견법에 따라 D회사와 연대해서 임금 등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D회사는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며 "정 씨도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근로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케이비 증권도 "파견계약서상 이유로 근로자 교체를 요청했을 뿐 파견계약을 해지하거나 근로자 파견 대가를 미지급한 사실이 없다"며 연대책임을지지 않는다고 맞섰다.
법원은 D회사와 KB증권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해고 사유 통보서에 하자가 있다고 봤다. 이준구 판사는 "통보서에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해고사유가 되는지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며 "나중에 구체적인 사유를 내용증명으로 통지했지만 그렇다고 절차상 하자가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해, 해고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봤다. 이에 따라 D회사가 원고에게 기본급, 연차수당, 퇴직금 등 3,0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과연 케이비 증권이 근로자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D회사와의 파견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우리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 파견계약을 해지한 경우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와 연대해서 임금 지급 책임 등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준구 판사는 "케이비 증권은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 교체를 요구한 것이고, 이는 D회사와의 파견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한 것이므로 케이비 증권은 D회사와 연대해서 임금 등을 지급하라"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사는 "케이비 증권과 D회사가 체결한 파견계약서에서 '파견근로자 교체를 근로기준법 상 해고에 준해서 처리한다'고 정한 점을 볼 때, 파견근로자 교체는 해고임을 전제로 파견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D회사에 보낸 교체요청서에서도 구체적으로 정씨의 어떤 행위가 교체사유가 되는지 전혀 기재돼 있지 않은 점, 정씨와 D회사의 근로계약서도 정씨의 근무장소와 내용이 케이비증권 사업장 자동차 운전으로 한정된 점 등을 종합하면 케이비 증권도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에게 특정 파견근로자 교체를 요구한 것은 당해 파견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이는 파견근로자에 대한 파견계약의 해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파견계약의 내용 중 파견근로자의 교체를 근로기준법 상 해고(해고의 제한, 해고 예고,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에 준한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라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사용사업주가 자의적으로 파견근로자를 교체 요구한 경우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