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콜센터 상담원들, “교섭단위 분리해달라”···법원서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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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975회 작성일 21-01-27본문
고용형태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는 최근 광주지역 일반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분리결정 재심판정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중노위와 근로복지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2020구합50188).
원고인 광주지역 일반노동조합(이하 '원고 노조')은 광주전남지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전국단위 산별노조다. 원고 노조는 2019년 6월, 근로복지공단 소속 콜센터 공무직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공단 콜센터지회(이하 '지회')를 조직했다. 지회에는 현재 140여 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근로복지공단에는 총 6개의 노조가 있는데, 기업노조인 근로복지공단 노동조합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근로복지공단의료 지부가 공동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결정된 상황이다. 이 중 근로복지공단 노조는 콜센터 상담사나 공무직의 가입이 불가능한 일반직 노동조합이다.
원고 노조는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은 2019년 8월, "근로복지공단 콜센터 공무직 상담사를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해 달라"며 노동위원회에 분리신청을 냈다. 상담사들은 별도로 공단과 교섭을 하겠다는 의미다. 우리 노조법은 하나의 사업장 근로자들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직종이나 직군의 근로자의 근로조건 차이가 큰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교섭을 분리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콜센터 공무직 상담사와 일반직 및 다른 공무직 사이에 현격한 근로조건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복지공단과 지회 사이에 별도로 교섭이 이뤄진 관행도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또 "공동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공단 콜센터 공무직 상담사 일부가 가입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조합에 2019년 공무직 임금협약 교섭권을 재위임다"며 "향후 콜센터 공무직 상담사를 포함한 공무직에 대해 교섭이 진행될 개연성이 충분하므로 분리할 필요가 없다"며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노조가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노조는 "콜센터 상담사는 일반직이나 기타 공무직과 비교해 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고 고용형태도 다르다"며 "공동교섭대표노동조합이 콜센터 공무직 상담사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중노위와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콜센터 상담사와 기타 공무직-일반직 사이에 임금수준과 임금구성 항목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면서도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 직군별 업무 내용과 난이도, 노동시장 임금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 사항일 뿐, 임금 단순비교를 통해 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콜센터 상담사와 기타 공무직-일반직의 정년이 60세로 동일하고, 근무시간도 원칙적으로 동일하다"며 "일부 공무직에서 정년이 65세인 직종이 있거나, 상담사와 다른 휴무제가 적용되기도 하지만 이는 고령자가 많거나 직군별 담당 업무의 본질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콜센터 상담사 채용이나 인사에 대해서는 '콜센터 운영규정'의 적용을 받는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징계나 포상 등에서 공무직 관리세칙을 동일하게 적용받고, 주요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일반직과 공통된 인사규정을 적용받으므로 일부 적용 규정이 다르다고 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밖에 인건비 예산 별도 편성, 근무시간 일부 차이는 본질적인 차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부정했다. 고용형태에 대해서도 "콜센터 상담사와 기타 공무직 등은 모두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되므로 고용형태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섭단위 분리의 주요 요건인 교섭관행 존부를 두고서도 "근로복지공단 노사 간 교섭단위가 분리 운영된 사실도 없고, 지회가 2019년에 설립돼 별도 교섭이 이뤄진 관행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무직 상담사만 별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면 교섭 효율성 저하, 노무 관리상 어려움이 예상 된다"고 설명했다.
또 "고용형태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하면, 개별교섭을 원하는 세부 직군과 노조 별로 교섭단위가 분리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형해화 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판단해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이번 판결은 콜센터 상담직 근로자의 조직화를 둘러싸고 민주노총 산하 노조 사이에서 대립하는 구도를 보여 눈길을 끈다는 평가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조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이라며 "최근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늘어나고 해당 근로자들을 조직화 하는 과정에서 노조들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섭단위 분리는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나 교섭관행 등 요건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법원이 예전보다 완화해서 보는 경향을 보인다"며 "그럼에도 이번 판결에서는 보수적인 판단 기준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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