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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대차 남양연구소 시험주행 운전사 사용은 불법파견...직접고용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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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75회 작성일 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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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남양연구소가 차량 주행 테스트를 하는 '시험주행 운전기사'를 협력업체 통해 사용한 것은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최형표)는 지난 12월 19일, 근로자 이 모씨 등 31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청구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 모씨 등은 현대자동차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며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2017가합536833).
현대차 남양연구소에는 주행시험장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각종 비포장구간 등 차량을 시험할 수 있는 시험로가 설치돼 있다. 제작된 시제차량의 성능과 내구성을 평가하기 위해 부문별 주행 시험을 거치는 '내구주행시험'을 위한 것.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에 위치한 협력업체 동인오토와 도급 계약을 체결해 남양연구소 안에서 내구주행시험 업무를 하도록 했다. 현대차 상용시험개발팀장이 협력업체에 시험 발주서와 차량을 주면 협력업체 팀장이 주행할 근로자와 일일 주행거리 등을 결정했고, 드라이버들은 조별로 구성돼 운행을 하고 일일주행시험일지를 기록해 협력업체 팀장에게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원고 이 모씨등은 동인오토 소속 시험주행 드라이버로, "형식적으로는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실제로는 현대차의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현대차는 고용의사를 표시하고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부족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현대차와 근로자들 사이에 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상당한 수준의 지휘-명령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대차 상용시험 개발팀장이 협력업체에 시험로 구간별 속력이나 기어 변속 등 구체적인 주행시험 방법이 기재된 모드표를 교부했고 근로자들도 이에 따라 차량을 운영했다"며 "총 주행거리나 횟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체 목표 주행거리를 시험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에 재량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가 요청한 내구 주행시험은 현대차가 정한 일정과 순서에 맞춰 반복적으로 수행한 것은 개별적 지시와 다를 바 없다"며 "협력업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회의를 수시로 개최하고 급히 처리할 작업 내용을 지시하기도 했으며, 현대차가 수시로 발주 내용을 변경하기도 한 점을 보면 현대차가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근로자들이 원청인 현대차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편입됐다고도 봤다. 신차의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남양연구소 업무에 내구주행시험 업무가 종속적으로 기여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내구주행시험 결과가 다시 부품 연구나 개발 등 업무에 반영돼 사실상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며 "내구주행시험 자체만으로 독자적 의미를 갖기는 어렵고, 현대차 소속 연구원들에 의해 평가와 분석이 이뤄질 때 비로소 업무에 기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속주회로 주행시험은 현대차 소속 근로자들도 수행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시제차량에 동승해 직접 시험한 점을 보면 주행 근로자들이 현대차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 측은 "협력업체가 근로자 선발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고, 현장 관리자를 둬서 소속 근로자들의 출퇴근 등 근태 관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협력업체가 승계되는 경우 근로자 고용이 대부분 승계되는 등 협력업체 작업배치권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업무에 투입된 근로자 숫자, 일일 작업량이나 작업 시간 등을 누가 정했는지가 중요한데, 발주 받은 목표 주행거리를 시험 일정에 맞춰 달성하려면 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 시간이나 작업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재량이 거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밖에도 ▲시험로를 반복 운행하는 업무에 협력업체의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차량이나 시험로가 현대차의 소유며 협력업체는 별도 사업장이나 사무실조차 두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현대차와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자 파견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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