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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백화점 위탁판매 매장 점주는 근로자로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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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396회 작성일 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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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기업과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위탁 판매 매장'의 점주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화제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윤승은)는 지난 12월 20일, 김 모씨 등 위탁 점주 12명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청구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2018나2054232).
김씨 등은 코오롱 인더스트리(이하 '회사')가 입점한 백화점 매장에서 특정 브랜드 구두 등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지급 받는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 판매원(위탁점주)으로 근무해 왔다. 이들은 자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등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해 왔다"며 지급 받아온 수수료를 평균임금으로 삼아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해 왔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씨 등 위탁점주들은 '회사가 지정한 영업장소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유지관리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판매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김씨 등에게 매출 목표와 경쟁사 대비 점유율 목표를 제시하고, 매출 현황을 파악하거나 매출이 부진한 매장에는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경쟁사 브랜드 매출 현황을 파악하도록 했고, 제품 판매가격, 할인 판매 대상, 할인 가격도 회사가 최종적으로 정하기도 했다. 다만 위탁점주들은 판매 보조인을 두고 이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김씨 등은 이런 점을 근거로 자신들이 회사와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기 때문에, 회사가 자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약 내용을 보면 '매장이 백화점 자체 평가 기준에 미달돼 근무가 불가능한 경우'를 계약 해지 사유로 정하고 있으므로, 회사가 위탁 점주의 매출 목표를 제시한 것은 매장이 백화점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일정 매출액과 점유율 관리는 중간 관리자들과도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지적해, 이를 지휘-감독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쟁사 매출 현황을 파악하도록 한 것 역시 "백화점 매장 퇴출 방지라는 목적을 위한 협업"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가격 결정을 회사가 결정한 점도 "위탁점주들은 판매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 받지만, 회사는 재고 발생 등에 따른 손해를 최종 부담한다"며 "위탁점주들이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판매금액을 증가시키기 위해 저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지하는 수단일 뿐, 종속적 관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위탁점주들이 임의로 할인 판매를 했고, 회사 담당 직원에게 대등한 지위에서 제품 판매나 신상품, 홍보에 대해 의견을 적극 제시하고 잘못을 지적하기도 한 점 등을 보면 프로모션 행사 시행 여부까지도 협의로 정한 것"이라며 종속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근무시간과 장소도 김 씨 등 위탁점주들이 자유롭게 정한 것도 이 같은 법원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근무 매장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개별 협의해서 정했고, 김씨 등이 상권이 좋은 곳으로 가고 싶다고 요청하면 매장이 변경되기도 했다"며 "김씨 등은 출퇴근 시간에 큰 지장 없이 근무시간에도 개인적 용무를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가 김씨 등 위탁점주들의 휴가를 승인하거나 통제하지 않았고 휴무나 휴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출퇴근 여부나 근무 여부를 사후적으로 보고 받거나 관리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외에도 ▲수수료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은 점 ▲수수료율은 오로지 매출 실적에 따라 상한 및 하한 없이 지급된 점 ▲일부 판매원에게 판매 지원금이나 고정급이 지급된 적도 있지만 매출 저조 매장에 대해 일시적으로 지급된 점 등을 들어 수수료를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 대형로펌 노동팀 변호사는 "법원이 백화점 위탁 점주의 근로자성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고,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판단을 내린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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