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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솔케미칼 백혈병 사망 근로자 ‘업무상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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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34회 작성일 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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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재료 생산업무를 수행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한솔케미칼 전주공장 근로자 A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는 지난 10일 "A씨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한 벤젠 등 백혈병 유해 인자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발병했고, 이 병의 악화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A씨는 2012년 1월 한솔케미칼에 입사해 약 3년 10개월 동안 전자재료팀에서 근무했다. 전자재료팀은 전극보호제ㆍ세정제ㆍOCRㆍ형광체 생산 공정 등을 담당한다. A씨는 31세였던 2015년 11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듬해 4월 골수이식술을 받고 요양하던 중 면역저하에 따른 폐렴 및 폐혈증으로 같은 해 8월 사망했다.
이에 A씨 배우자인 B씨는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수행한 공정에서 백혈병과 관련된 화학물질이 검출되지 않거나 낮은 수준으로 검출됐다며 B씨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재보험법령상 백혈병과 관련 있는 화학물질은 ▲산화에틸렌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 등이다. 공단은 A씨가 수행한 전극보호제ㆍ세정제 생산 공정에서 산화에틸렌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벤젠ㆍ1,3-부타디엔ㆍ포름알데히드는 검출되지 않거나 매우 낮은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따른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경우라도 업무 수행 중 노출된 벤젠으로 인해 백혈병 등 조혈기관 계통의 질환이 발생했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된 경우 등에는 유해요소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질병 발생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A씨의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을 고려하면 A씨는 통상적인 근로자보다 월등히 많은 시간 동안 유해인자에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단이 근거로 제시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가 A씨의 발병 이전 작업환경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지 약 1년이 지난 뒤에 역학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대신 재판부는 류현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소견서를 인용했다. 소견서에는 A씨의 장시간 근로시간,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작업방식 등을 고려할 때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여지가 일정 부분 존재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솔케미칼ㆍ산업안전보건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소송 과정에서 각각 물질안전보건자료와 공정안전보고서 제출을 거절한 점도 A씨에게 유리한 근거로 작용했다.
한솔케미칼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경영상 이유로 '형광체 생산 원료물질 6종의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을 거절했다. 안전보건공단은 '한솔케미칼의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의 공정안전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자료들이) A씨의 백혈병 주요 유해인자 노출 정도 판단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는 자료들임을 고려하면 사업주 내지 관련 행정청의 자료 제출 거부는 A씨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어느 정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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