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포괄임금제’ 인정 받았다···새노조 상대 임금소송 2심서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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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261회 작성일 19-12-10본문
KBS와 KBS새노조가 체결한 수당 지급 약정은 포괄임금약정으로 볼 수 있으며,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이 아니므로 유효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이 포괄임금 약정에 상당히 엄격해 진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판결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재판장 박영재)는 지난 11월 19일,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한국방송공사(KBS)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KBS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인 한국방송공사 근로자들은 방송직군, 기술직군, 경영직군에 속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14년, 한국방송공사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함에도, '시간외근무실비'만 지급해 왔다며 미지급한 법정수당 등을 청구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KBS전국언론노조는 "언론사 최초 법정 시간외 수당 청구소송"이라며 대규모 소송을 주도한 바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소송 청구자는 2,200명을 웃돌았고 소송 금액이 2,400억원에 이르렀다.
노조 측의 주장에 회사 측은 "연장-야간근로 수당 등 시간외근로 수당 일부를 이미 기본급에 포함시켜 지급해 왔으며, 실제 근무한 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무실비를 지급해 왔다"며 포괄임금제 약정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90년 이후 '법정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재판부 "포괄임금제 합의 맞다"
한국방송공사는 1981년부터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연장이나 야근 근로한 경우, 실제 근무한 시간과 관계 없이 기본급에 비례하는 '방송수당'을 지급해서 연장야간근로 수당 지급을 면제하는 약정을 체결해 왔다.
1990년에는 노조 내부에서 근로자 간 수당 차이 등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노조는 한국방송공사에 제안해 "평일 연장근무 1시간에 대한 보상이자 기본급의 20%에 이르는 '방송수당'을 기본급에 흡수시키고, 기본급 12~16%에 해당하는 시간외근무수당과 추가 시간외근무실비를 지급하되, 법정수당 지급의무는 면제한다"는 취지의 합의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95년에는 노사가 일부 시간외근무수당(기본급 12.5%)을 복리후생비로 전환하고(복리후생비도 나중에 기본급으로 전환) 시간외근무실비를 지급하되, 마찬가지로 법정수당 지급의무를 면제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결과적으로 예전에는 시간외근무에 대한 법정수당으로 인정됐던 금액 중 상당 부분은 기본급으로 포함됐고, 시간외근무실비만 별도로 지급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된 것.
결국 이 합의가 포괄임금제 합의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노조는 "포괄임금제가 성립하지 않았으며, 성립 했더라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1981년부터 2010년 임금교섭 전까지 단체협약에 따른 법정수당 지급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이런 법정수당 지급 방식은 노사 합의에 따라 유지돼 온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도 "KBS와 노조는 1996년에 시간외근무실비 지급단가를 인상하되 근로기준법 지급기준을 상회하는 부분은 최소화 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했다"며 "이는 시간외근무수당 등 상당액이 법정수당에 포함되는 것을 전제 하에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 상 기준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합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현재 지급하고 있는 '시간외근무실비' 자체만으로는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과거 노사가 법정수당 지급의무를 면제하기로 명시적으로 합의한 점도 강조했다.
근무실비만 따지면 법정수당 보다 부족함에도, 노조 역시 기본급으로 편입된 시간외근무수당과 복리후생비가 여전히 시간외 근무에 대한 법정수당으로 지급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소화한다'는 내용으로 합의를 해줬다는 판단이다.
이런 판단 하에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법정수당의 일부를 기본급에 포함해서 지급하고 추가로 시간외근무실비를 지급해 법정수당 지급에 갈음하기로 하는 포괄임금약정이 성립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포괄임금제 약정 자체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다고 봤다.
1심 법원은 "방송 직군 중 프로듀서나 외근 기자 등 밖에서 근무하는 일부 업무는 특성상 고도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요구되므로 업무와 비업무 영역을 구분하기도 어렵고 근무장소가 외부라 실제 근무한 시간을 확정하는 것이 어렵다"며 "이런 사정을 보면 포괄임금 약정이 해당 직원들에게 불이익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어 "임금협정이 최저임금제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체결했다고 보기 어렵고, 지급 방식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계산한 법정 수당을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방송-기술직군 등 KBS소속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근무형태, 업무성질을 고려하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며 "기본급에 흡수된 방송수당 및 시간외근무수당 상당액을 법정수당의 일부로 지급된 것으로 보게 되면 KBS가 지급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된다는 구체적인 주장이나 증명이 없는 점에 베춰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포괄임금 약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 따르면 동종 방송사들 역시 노조와 별도 합의로 시간당 기준단가를 적용하거나 정액수당으로 법정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대법원은 2010년 이후로 포괄임금 약정 성립은 물론 성립 이후 유효성 인정에도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6년 대법원 판결은 묵시적 합의에 의한 포괄임금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등 더 엄격해진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후 "사실상 포괄임금제가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류적 평가였다.
이런 흐름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은 상당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 최근 판례를 분석했던 포괄임금제 가이드 라인이 수차례 발표 단계에서 좌초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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