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대리운전기사, 노조법상 근로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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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61회 작성일 20-10-27본문
대리운전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주호)는 지난 8월 26일, 주식회사 OO넷 등 대리운전업체 두 군데가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 조합원 세명을 상대로 청구한 근로자지위부존재확인의 소 항소심에서 원고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대리운전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1심의 판단을 거의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고 중 한명인 OO넷 운영자 김 모씨는 재판 도중 사망해, 김씨의 청구 부분은 종료됐다.
1심 판단 당시 원고인 대리운전 업체 업주 김 모씨는 2002년부터 손OO이라는 상호로 부산에서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또 다른 원고인 주식회사 OO넷 역시 부산지역 대리운전 업체다. 이들은 대리운전 접수 및 기사 배정 등에 필요한 스마트폰 어플(이하 '어플')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부산지역 대리운전 기사들과 계약을 체결해 왔다. 업체들은 대리운전기사를 모집한 다음 이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이 어플에 접속할 수 있는 ID를 발급해 줬다.
이들 업체들은 '우선배정'이란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대리운전기사가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 반까지 4회 이상(금요일에는 새벽 2시 반까지 5회 이상) 대리운전을 한 경우, 그 이후부터는 보상처럼 대리운전 배정을 우선 해주는 방식이다.
대리운전기사 A와 B는 OO넷 업주 김 모씨와, 대리기사 C는 OO넷과 동업계약을 맺고 업체로부터 ID를 부여받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런데 A씨는 부산지역 대리기사를 조합원으로 하는 지역단위 노조인 '부산대리운전산업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부산광역시장에게 노조 설립신고를 했다. 노조가 2018년 12월 설립신고증을 받자 B와 C도 이 노조에 가입했고, 이후 노조는 김 모씨와 OO넷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를 했지만, 김 씨와 OO넷은 이에 불응했다.
그러면서 업주 김 씨 등은 역으로 "대리운전 기사는 독립적으로 대리운전 영업을 하는 사업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어 "(대리기사들이) 업체와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업무 대가로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들이 조직한 노조는 노조법상 노조가 아닌데도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A 등이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않음의 확인을 구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것.
하지만 1심 법원인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해 11월 14일, 대리운전기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먼저 그 근거로 대리운전 기사들의 주된 소득이 업주로부터 받는 대리운전비라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대리운전 업무 내용, 주로 이뤄지는 시간, 우선 배정 방식 등에 비춰 볼 때, 기사들이 다른 일을 겸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리운전 기사들은 특정 업주들에게 주로 소속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다, 노조도 복수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기사는 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또 업주가 대리운전 1회당 수수료 3,000원을 미리 납입 받는 점, 카드 결제로 요금이 지급될 경우 기사들이 업주로부터 대리운전비를 지급받는 점을 고려할 때, 업주로부터 대리운전비를 지급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더해 항소심 재판부도 "C씨가 OO넷과 체결한 동업계약에 위반해 대리운전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오히려 OO넷의 협력업체에서 대리운전을 했다"며 "OO넷이 아닌 다른 회사의 대리운전을 일부 했다고 해도 C씨가 OO넷과 경제적, 조직적 종속관계가 있는 이상 C씨에게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체로부터 지휘-감독도 존재한다고 봤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장에 준하는 복장을 착용해야 하고, 안전운행을 하며 부당요금을 징수해서는 안 되는 '고객응대요령'을 숙지해야 하는 점 ▲업주가 시행하는 정책, 규칙, 업무지시를 따르고 정기-비정기적 교육에 참석해야 하는데다, 이를 위반하면 3회 이상 위반부터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점 ▲업주로부터 '우선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실제로 대리운전 배정을 받지 못하는 셈이 돼, 사실상 일정 횟수 이상 의무적으로 대리운전을 수행해야 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 역시 "결국 OO넷이 우선배정, 자동배정 방식을 통해 C로 하여금 특정한 시간 동안 일정 횟수 이상 대리운전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OO넷이 배정한 대리운전업무를 사실상 거부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여 1심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또 1심 재판부는 "기사들이 대리운전기사 배정을 취소할 경우 500원의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고, 기사가 직접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을 요청받는 '현장콜'의 경우에는 사고가 나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도록 한 점을 보면 어느 정도 업주들의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대리운전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도 "고용이 아닌 유형의 노무제공자도 포함하는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 규정이나, 사용자와 대등한 교섭력 확보를 보장해주는 노조법 취지를 고려하면 대리운전기사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해 대리운전기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역시 "1심 법원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해 C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손OO 업체를 운영하던 김씨는 재판 도중 사망했고, 법원은 "노조법에 따른 사용자와 근로자의 지위는 일신전속적 권리 의무관계로 상속인에게 승계되지 않는다"며 A씨와 B씨의 김씨에 대한 청구부분은 종료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대리운전기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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