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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현대제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MES는 원청 지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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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656회 작성일 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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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김태현)은 지난 9월 20일,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이 모씨 등 161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청구 항소심에서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2016나546).
한편 이번 판결은 MES를 통한 하청업체 작업 지시 관리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인용해 눈길을 끈다.
원고인 이 모씨 등 근로자들은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강관, 냉연강판 등 제조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들은 "현대제철이 중앙통제실에서 원격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통제했으며, 작업내용을 결정-지시하고, 휴게-연장-야간근로 등을 결정하는 노무관리를 했다"며 "또 협력업체는 고유한 기술이나 자본 없이 인력만을 투입하는 역할에 그치므로, (원하청 사이) 도급계약은 근로자파견"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라 현대제철이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했으므로, 파견법에 따라 자신들이 현대제철의 근로자로서 지위가 있다는 확인을 청구한 것.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적,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았다"며 "또 현대제철이 수행하는 업무와 협력업체들에게 도급을 준 업무는 장소적, 시간적, 기능적으로 명확히 구별되고, 원하청 업체 근로자들은 혼재 근무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각 협력업체들은 근로자배치, 업무수행방법 등의 근태관리나 인사관리를 두고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다"며 용역계약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대제철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를 두고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으므로,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현대제철 순천공장에 출근해 현대제철 직원들의 근무시간에 맞춰 냉연강판 등 제조공정 중 일부에 참여해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했고, 현대제철은 상세한 작업표준을 협력업체에 교부했다"며 "협력업체 근로자들로서는 현대제철이 정해주는 작업방법, 순서, 내용, 속도, 장소를 위반하거나 임의로 변경할 수 없어 사실상 현대제철로부터 작업수행 자체에 관하여 지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대제철이 '협력사 페널티 규정'을 만들어 협력사 근로자들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업무지시에 따르도록 강제하거나, 3회 이상 준수사항을 어기면 크레인 운전을 금지한 점, ▲협력업체는 대부분 해당 업무와 무관한 사람이 설립해서 운영한 점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은 협력업체 관리자가 아닌 현대제철 직원들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은 점 등을 들어 사실상 현대제철이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고 봤다.

MES, 근로자 지휘-감독하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어

재판부는 "현대제철이 MES로 작업물량, 작업위치 등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이 작업할 구체적 범위를 정해줬고, 실시간으로 근로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업무 지시를 하고 수행상태를 관리했다"고 판단해 파견 인정의 중요한 요소로 봤다.
현대제철 측은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통합생산관리시스템)는 협력업체에 도급업무를 발주하고 완료된 작업결과를 검수거나 작업정보를 공유하고,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반 정보가 기록, 처리되는 데 사용 했을 뿐"이라며 "MES를 통해 근로자들에게 지시하거나 업무를 관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한편 법률사무소 새날에 따르면 현대제철 측은 최근 불법파견에서 이슈가 된 제철소 MES는 "포스코 등 철강업체, 나아가 제조업체 대부분에서 도입, 운영하는 것"이라며 지휘명령으로 볼 경우 심각한 파급효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란 주요 철강제조업체나 대규모 제조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으로,
원청이 하청업체에게 공정계획이나 작업 유형별로 업무 순서 등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2016년 광주고법 재판부는 MES를 통한 정보공유가 구체적인 지휘명령에 해당한다며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만약 협력업체가 현대제철이 보유하지 못한 기술을 가진 업체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냉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라면, MES는 현대제철의 주장처럼 발주나 검수를 위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협력업체의 업무는 현대제철로부터 발주 받은 업무를 독자적인 기술과 작업방식을 가지고 완성해서 결과물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제철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을 이용해 냉연강판을 생산하기 위한 노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업무 특성과 MES를 통해 이뤄지는 현대제철의 작업 요청의 내용과 빈도 등으로 봤을 때, MES는 작업결과를 검수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확인하는 PDA 단말기와 같은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며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에 대한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측면의 기능이 강화된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 외에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제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도 봐서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대제철 직원들은 주요 생산공정 업무를 하고,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은 지원업무-공정작업을 하는 등 서로 업무범위가 구분돼 있다지만 주요 생산공정과 지원업무-공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 완제품으로 출하되기까지 필요한 하나의 작업집단"이라고 판단했다.
그 외에 기존 협력업체가 폐업하고 새로운 협력업체로 변경됐어도, 기존 근로자를 승계하고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는 등 사내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인사나 근태권을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볼 수 없고, 협력업체가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현대제철과 협력업체의 관계는 파견관계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현대제철의 하청업체 근로자 사용이 파견근로관계에 해당하며, 162명 중 109명의 근로자들은 구 파견법에 따라 현대제철 정규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나머지 52명은 현행 파견법에 적용에 따라 현대제철이 이들에 대해 고용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기덕 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제조업 생산공정 중 정규직과 혼재 작업이 이뤄는 자동차생산공정을 중심으로 법원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를 파견근로로 인정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판결은 제철소 생산공정까지도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는 파견근로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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