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여성이 전부인 직렬만 정년 낮게 정한 규정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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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57회 작성일 19-11-12본문
여성 근로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의 정년을 다른 분야 정년보다 낮게 정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노정희)는 지난 10월 31일, 국가정보원 소속 계약직 근로자 3명이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근로자 A와 B씨 등은 86년 국가정보원 기능 10급 국가공무원으로 공채 채용 돼 출판물 편집 등을 담당하는 '전산사식 직렬'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IMF로 인한 통폐합으로, 이 직렬이 폐지 대상이 되면서 1999년에 의원면직이 됐다. 이들은 이후 계약직 직원으로 재채용 된 다음, 1년 단위로 근로 계약을 갱신하며 근무해 왔다. 당시 폐지 직렬은 전산사식을 포함한 총 6개 직렬(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영선, 원예)이었다.
그러던 중 이들은 전산사식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인 만45세까지 일하다가 퇴직하게 됐다.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은 폐지된 직렬을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면서 각 직렬마다 만 30세에서 65세까지 정년에 차별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99년부터 계약직 직원에 적용된 '국가정보원 계약직 직원규정'은 전산사식과 상담, 입력작업, 안내 등은 정년을 만 43세(최대 45세)로, 영선, 원예 직종은 정년을 만 57세로 차별 설정하고 있었다.
국정원 회신에 따르면 폐지된 6개 직렬 중 전산사식을 포함한 4개 직렬 직원은 모두 여성이었고, 그 외에 영선과 원예 등 2개 직렬 직원은 모두 남성인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근로자들은 "국가정보원 규정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산사식 직렬은 여성 근로자들이 전부나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이므로, 이 분야 정년을 다른 분야보다 낮게 정한 것이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의 주장을 인정하고, 국정원 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여성 근로자들이 전부 또는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 정년을 다른 분야 정년보다 낮게 정한 것이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 외에도 헌법 제32조 제4항에서 규정한 '여성근로에 대한 부당한 차별 금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이어 해당 규정이 여성을 차별하고 있는지는 국정원장이 증명해야 한다며 "사실상 여성전용 직렬 분야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 분야 상한 보다 12년이나 낮게 정한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국가정보원장이 증명해야 하며,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와과 근로기준법 6조에 위반돼 당연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함께 폐지된 전산입력작업원의 경우 당시 '고졸 여성'에게만 응시자격이 부여된 점과, 국가정보원장이 폐지된 6개 분야를 단순기능분야 계약직으로 분류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영선과 원예 직종과 같은 단순기능분야 계약직인임에도 차별적으로 정년이 설정됐고, 그 차별된 분야의 구성원이 여성인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원심이 구체적으로 심리했어야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편 법원은 정년을 낮게 설정한 행정규칙도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계약직 공무원의 근무상항연령을 국정원장이 분야별로 제한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규정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연령규정은 국정원장이 상위법의 구체적 위임이 없이 정했으므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으로 봐야 한다"며 "고평법 등에 위반돼 무효인 경우에는 내부적인 효력도 없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런 점들을 바탕으로 대법원은 "이 사건 연령 규정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전혀 심리-판단하지 않고 연령 규정을 내부 준칙으로 삼아 퇴직한 조치가 적법하다고 본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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