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회사 강요에 적극적인 이의제기 없이 퇴사했다면 해고로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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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317회 작성일 19-10-16본문
회사가 계약서 등 근로조건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고 해도, 그 이후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이의제기 하거나 법적 절차를 취하지 않고 퇴사했다면 해고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재판장 박영재)는 지난 9월 10일, 근로자 A씨 등이 주식회사 트니트니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2018나2017875). 트니트니는 영유아 체육 교육 전문 업체로, 백화점 등 전국 문화센터 유아 수업에 전문 강사를 파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회사 측은 2014년 3월 경 강사들에게 기존 전속계약서를 일부 수정한 강의위임계약서를 마련해 전속계약서를 대체하도록 한 바 있다. 하지만 A씨는 위임계약서 작성을 거부했다.
이에 A씨가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이후 회사 직원과 A씨는 '퇴사가 A씨의 의지인지'를 두고 한차례 언쟁을 벌였다. A씨가 녹취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회사가 계약을 거부하자 스케줄을 조정해서 수업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것이므로, 내 의지로 하는 퇴사가 아니"라고 주장을 했고, 회사 측 직원들은 "계약은 유지하고 스케줄만 조정하는 것"이라며 해고가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 이후에 양자 사이에는 별다른 의사교환은 없이 A씨는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A씨는 2017년, "2014년 회사가 내린 해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기존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퇴사 의사가 없었지만, 위임계약서 작성을 수업배정의 조건으로 삼아 어쩔 수 없이 퇴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는 회사의 위임계약서 제출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기보다는, 위임계약서 갈등을 비롯한 회사생활, 가족과의 관계 등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퇴사를 선택한 것"이라며 "2014년 6월 1일 이후 A씨가 출근하지 않고 회사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묵시적 합의해지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A는 퇴사를 거부하고 근로관계를 유지하려는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고, 다툴 기회가 충분히 있는 시점에서 바로 퇴사를 결정했다"며 "(회사 직원과 언쟁 이후) 위임계약서나 수업 미배정의 부당성에 항의하거나 수업 배정을 요구하는 등의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퇴사한 2014년 5월 31일부터 약 2년 10개월 후인 2017년 3월에 이번 소를 제기할 때까지도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였다는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적인 절차를 취한 바 없다"며 "이런 태도는 회사의 일방적인 강요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퇴사 의지 없이 퇴사하는 근로자의 통상적인 대응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자신의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도록 강요했다는 A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속계약서 문구가 모두 삭제됐고, 회사와 무관한 프로그램에 근로자가 출강한 경우 수익금을 근로자가 모두 갖는 내용이 추가되는 등 오히려 A에게 더 유리한 내용"이라며 위임계약서가 전속계약서 보다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가 회사의 근로자인 것은 맞다고 판단했다. 앞서 A씨와 함께 일하던 최 모씨 역시 트니트니측을 상대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바 있으며, 최씨가 회사 근로자인지가 쟁점이 된 항소심에서 최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돼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된 바 있다.
재판부는 "A가 근로자로서 1년 이상 계속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직했으므로, 회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의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전속계약서 하에서 일했던 A씨가 근로자라는 점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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