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적용 판단기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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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229회 작성일 18-10-23본문
대상판결
울산지방법원 2018.5.30. 선고 2015가합2351 판결(현대중공업사건)
평석요지
대상판결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존립의 위태로움이 의미하는 바를 올바르고 정당하게 이해한 후, '강행법규 위반 시에 신의칙의 적용 가부'를 전체 법질서, 신의칙 및 강행법규의 의미와 상호 관련성을 고려하여, 모순행위금지원칙의 본질에 따라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상판결은, 첫째, 신의칙의 적용 가부를 오롯이 신의칙의 본질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있으며, 둘째, 수치화된 경영상 지표를 기준으로 전망하거나 예측하게 되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내지 기업존립의 위태로움을 통해 침해된 신뢰가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임을 단지 확인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판결이다.
Ⅰ. 신의칙 적용 가부의 '판단기준'에 따른 하급심 판결들의 분석
필자가 지난 노동법률 2018년 5월호에 게재한 판례평석 (이하 '판례평석')에서 언급했듯이, 이른바 '추가 법정수당 청구' 관련 사건들에서 대부분의 하급심들은 '경영상 지표'에 근거하여 신의칙의 적용 가부를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확인된 것처럼 그러한 '경영상 지표'라는 사정 내지 사실관계가 신의칙의 적용 가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률적 판단규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영상 지표'가 '법률적 판단규준'이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경영상 지표'의 본질을 이루는 '우연성(Zufalligkeit)'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전혀 다른 기준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하급심도 존재하는데, 현대중공업 사건 판결인 대상판결이 그러하다. 대상판결은 추가 법정수당 청구로 인해 야기되는 경영상의 지표, 즉 사후적이고 외부적이며 파생적인 우연한 사정 내지 사실관계가 아닌, 신의칙의 본질론에 근거하여 신의칙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대상판결에 따르면, 우연한 사정 내지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법관의 자의적 판단이 배제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떠한 사례에서도 법관은 '명시적이고 확정적이며 통일적인 법률적 판단규준'인 '신의칙의 본질'에 근거하여 신의칙의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평석에서 소개한 하급심 판결들이 보여주듯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소송에서 신의칙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명시적이고 확정적이며 통일적인 판단규준'에 의하지 않고 있다. 특히 만도 사건(항소심판결: 서울고법 2017.11.8. 선고 2016나3920, 2016나3937(병합), 2016나3944(병합) 임금 판결), '기아자동차 사건'(1심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8.31. 선고 2011가합105381, 105398, 105404, 105411부)은 경영상 지표에 근거하여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지 혹은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신의칙 적용 가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신의칙이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본질적 의미와 위상에 근거하여 이를 법률적 판단규준으로 삼아 신의칙의 적용 가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Ⅱ. 판시내용(대상판결: 울산지방법원 2018.5.30. 선고 2015가합2351 판결)
(1) 관련 법리
①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②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고 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③ 그런데 종래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의 노사 임금협상과정에서 보듯이,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이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나머지 이를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④ 근로자 측이 당해 임금협상의 방법과 경위, 실질적인 목표와 결과 등은 도외시한 채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⑤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
(2) 판 단
ⓐ 을 제35 내지 49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기간상여 및 연간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미지급 각종 수당 등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것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피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인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i) 피고는 오랫동안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한 채 연장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을 산정하여 왔고, 이러한 계산방법에 관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나 노동조합이 이 사건 소 제기 이전까지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 없으며, 노동조합 역시 단체협약에 통상임금을 수당과 기본급이라고 정의하여 이 사건 상여금은 제외되는 것처럼 규정함에 동의하였고, 자신들이 조합원들을 위해 발행한 생활백서에서도 '통상임금'이라는 제목으로 "기본급 + 근속 + 지역/복지 + 직책 + 직무환경 + 직무/자격 + 개인연금"이라고 기재하여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것을 전제로 하였으며, 노동조합이 피고와 임금협상을 함에 있어서도 월 고정임금과 월할 상여금을 합한 금액과 표준생계비 계산액의 차액을 근거로 삼아 요구하는 등 임금, 수당, 상여금 등을 합한 임금 총액만을 고려하였는바, 이처럼 피고와 노동조합은 이 사건 상여금이 도입된 이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인식 하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협상이나 단체교섭을 해 왔다.
(ii) 통상 우리나라에서 노사가 상호 적정하다고 합의한 범위에서 임금 총액을 정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협상을 하는 경우, 그 임금 총액 속에는 기본급은 물론 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하여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상여금, 각종 수당, 그리고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법정수당까지 그 규모를 예측하여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피고의 원가관리부는 제조 원가에 대한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견적 단가에 적용된 예상 노무비 총액(임금 총액)을 고려하여 예산 편성 기준을 마련하여 위 기준을 가지고 피고의 지급 능력, 전년도 사업 실적, 직원 및 동종사 임금수준 등을 고려하여, 그해의 임금인상률을 추산해 본 다음, 이를 각 임금 항목에 할당하고, 피고의 노동조합은 임금협상 이전에 피고로부터 "직급별, 연차별 근로자 1인이 지급받는 총액 임금 내역"이 포함된 자료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임금 인상 요구안을 마련하는 등 피고와 노동조합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기본급 등의 인상률과 각종 수당의 증액 여부를 결정하였고, 법정수당의 규모도 함께 고려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와 노동조합이 만약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것을 고려하여 임금협상을 하였더라도 임금인상률의 하향 조정 등을 통하여 결과적으로 임금협상 후의 임금 총액에는 큰 변동이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iii) ~(ix)(지면관계상 생략)
ⓑ (ii)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고려한 실질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종전의 단체협약 내지 취업규칙의 효력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 노사간의 이해관계 및 형평에 맞는 점, ②위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할 수 없는 점, ③피고의 노동조합과 피고로서는 이 사건 상여금(명절상여 포함)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알 수 없으므로, 이에 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④피고의 근로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임금체계의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에 따른 추가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피고로서는 지급능력 범위 내에서 임금을 협상하도록 하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어 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⑤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의 추가임금청구 부분 역시 적어도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따라서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다음 이를 기초로 산정한 각종 법정수당 등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Ⅲ. 평 석
(1) 법률적 판단규준에 대한 올바르고 정당한 이해
판례평석에서 검토된 기아자동차 사건 제1심 판결과 완전히 다르게, 대상판결에서 추가 법정수당 청구에 대한 신의칙의 적용가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로 인해 야기될지도 모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기업 존립의 위태로움'이라는 '사후적이고 외부적이며 파생적인 우연한 사정 내지 사실관계'가 아니라, '전체 법질서, 신의칙 및 강행법규의 본질적 의미와 상호 관계'라고 이해된다.
(2) 판시 내용의 올바르고 정당한 이해
(가) '(1) 관련 법리'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하는 강행법규 위반 시에 신의칙(모순행위 금지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법률적 판단규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대상판결은, 첫째, '관련 법리 ①'에서 신의칙의 적용 가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강행법규 위반이 문제되는 경우에, 강행법규가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의미를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강행법규가 신의칙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설시하고 있다.
둘째, 그러나 '관련 법리 ②'에서는 강행법규 위반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신의칙이 적용될 수 있음을 설시하고 있다.
더욱이 '관련 법리 ③과 ④'에서는 당해 사건에서 강행규정 위반임을 전면에 내세워 신의칙을 완전하게 배척하게 되면, 이는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존립의 위태로움을 야기하고,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즉 이어지는 판시 내용에서 설시하는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사후적이고 외부적이며 파생적인 우연한 사정 내지 사실관계'인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또는 기업존립의 위태로움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로 인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과거, 현재 및 장래의 경영상 지표'를 토대로 인정하고, 사용자 측의 침해된 신뢰가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라는 점을 단지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도 무엇보다 유의해야 할 점은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었는지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사용자 측의 침해된 신뢰가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인지 여부에 결정적으로 근거했다는 점이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법률적 판단규준에 근거하여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관련 법리 ⑤').이처럼 대상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하는 이른바 일반 요건과 특별한 사정을 올바르고 정당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전체 판시 내용을 살펴볼 때 명백하게 드러난다.
(나) '(2) 판단 ⓐ'에 관하여
대상판결에서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가 존재한다는 점은 '(2) 판단 ⓐ (i)'에서 인정되고 있다. '(2) 판단 ⓐ (i)'에서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에 대한 신뢰가 사용자 측 뿐만 아니라 근로자 측에서도 함께 장기간 계속해서 정착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신뢰에 근거하여 임금에 관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진실하고 성실하게 이루어져 왔음이 인정되고 있다. 즉 사용자 측과 노동조합은 이 사건 상여금이 도입된 이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인식 하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협상이나 단체교섭을 해 왔다는 것이다.
요컨대 대상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에 대한 신뢰는, 첫째,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이 '함께' 장기간 계속해서 정착시켜왔다는 점, 둘째,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에 대한 근로자 측의 신뢰도 사용자 측와 동일하게 확고해 보인다는 점, 셋째, 그러한 신뢰에 근거하여 양 당사자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진실하고 성실하게 양 측 모두의 이익을 위해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이 이루어왔다는 점, 넷째, 특히 노동조합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신뢰에 근거하여 조합원들을 위한 활동 및 임금협상을 진행했었다는 점에서 볼 때, 결국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에 대한 신뢰는 사용자 측 뿐만 아니라 근로자 측에서도 반드시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라고 인정된다.
한편 '(2) 판단. ⓐ (ii)~(ix)'에서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됨으로써 나타나게 되는 '경영지표'에 근거하여,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에 대한 신뢰가 왜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인지가 확인되고 있다(이 글에서는 지면관계상 (2) 판단. ⓐ (iii)~(ix)까지의 판단이 생략되어 있는 점에 양해를 구한다).
여기에서 '(2) 판단. ⓐ (ii)~(ix)'와 관련하여 반드시 염두에 두고 유의해야 하는 것은, 대상판결이 추가 법정수당 청구로 인해 나타나게 되는 경영상 지표, 그에 따른 경영상황의 변화 양상, 기업의 현재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기업존립의 위태로움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경영상 지표를 결정적인 법률적 판단규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그러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기업존립의 위태로움을 경제학적으로 수치화 한 지표를 통해서 목도(目睹)함으로써,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이 함께 가졌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에 대한 신뢰가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임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다) '(2) 판단. ⓑ'에 관하여
따라서 대상판결은, 기아자동차 사건 제1심 판결과 완전히 다르게, 강행법규 위반 시에 신의칙의 적용 가부를 전체 법질서, 신의성실의 원칙 및 강행법규의 의미와 상호관계를 고려하여, 특히 모순행위금지원칙의 본질에 근거하여 올바르고 정당하게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첫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고려한 실질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종전의 단체협약 내지 취업규칙의 효력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 노사 간의 이해관계 및 형평에 적합하다고 한다.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즉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고는 하나, 노사 양 당사자가 함께 새로운 단체협약을 통해서 이 점에 대한 실질적인 인식과 합의를 이루어내지 않았다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단체협약 내지 취업규칙의 효력이 여전히 노사 양 당사자에 대하여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판결 이전부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에 대한 신뢰를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이 '함께' 장기간 계속해서 정착시켜 왔고, 특히 그러한 신뢰에 근거하여 노사 양 당사자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진실하고 성실하게 양 측 모두의 이익을 위해 단체협약을 이루어왔다는 점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에 대한 신뢰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는 이상' 사용자 측 뿐만 아니라 근로자 측에서도 반드시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2) 판단. ⓑ (ii) ①').
둘째, 위와 같은 해석은 이어지는 판시 내용을 고려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2) 판단 . ⓑ (ii) ②~⑤'). 즉 대상판결은, 우선, 사용자와 노동조합으로서는 이 사건 상여금(명절상여 포함)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알 수 없으므로, 이에 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즉 노사는 기업의 한정된 수익에 기초하여 치열한 임금협상과정을 거쳐 상호 적정하다고 합의가 이루어진 범위 안에서 임금을 정하고, 이때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임금 인상 폭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한 임금협상과정과 이를 통해 성립된 단체협약이 장기간 계속해서 정착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단체협약에 대한 신뢰는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라고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임금협상과정의 실질적인 기초가 되어야 하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여부'가 여전히 미결인 채로 남아 있게 된다면, 결국은 실효성을 가지는 단체협약이 체결될 수 없게 되고, 설사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여부'가 미결인 채로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노사 양 당사자의 신뢰는 그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사 양 당사자가 함께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대한 실질적인 인식과 합의를 이루어내고, 새로운 단체협약을 통해서 이를 현실화하지 않는 이상, 그러한 점들이 이미 전제되어 있는 기존의 단체협약 내지 취업규칙의 효력을 여전히 노사 양 당사자에 대하여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노사 간의 이해관계 및 형평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종래 단체협약의 기초가 되었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배제된다'는 점에 대한 노사 양 당사자의 신뢰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는 이상'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또는 기업 존립의 위태로움'라는 '사후적이고 외부적이며 파생적인 우연한 사정 내지 사실관계'를 배척하고, 전체 법질서, 신의성실의 원칙 및 강행법규의 의미와 상호관계를 고려하여, 특히 모순된 후행행위를 통해서 상대방이 가지는 선행행위에 대한 신뢰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모순행위금지원칙의 본질에 근거하여 올바르고 정당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이해된다.
Ⅳ. 소 결
판례평석에서 보았듯이 기아자동차 사건 제1심 판결을 비롯한 대부분의 하급심들은 '사후적이고 외부적이며 파생적인 우연한 사정 내지 사실관계'를 결정적인 법률적 판단규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비법률적인 판단과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에 반해 대상판결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존립의 위태로움이 의미하는 바를 올바르고 정당하게 이해한 후, '강행법규 위반 시에 신의칙의 적용 가부'를 전체 법질서, 신의칙 및 강행법규의 의미와 상호 관련성을 고려하여, 모순행위금지원칙의 본질에 따라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상판결은, 첫째, 신의칙의 적용 가부를 오롯이 신의칙의 본질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있으며, 둘째, 수치화된 경영상 지표를 기준으로 전망하거나 예측하게 되는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 내지 기업존립의 위태로움을 통해 침해된 신뢰가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임을 단지 확인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판결이다.
요컨대 대상판결과 같이 다른 하급심 판결들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하는 요건들을 올바르고 정당하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사후적이고 외부적이며 파생적인 우연한 사정 내지 사실관계'를 법률적 판단규준과 명백하게 구분하여, '명시적이고 확정적이며 통일적인' 법률적 판단규준인 '특별히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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