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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징계, 승진누락 걱정으로 스스로 목숨 끊었다면 업무상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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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87회 작성일 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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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업무상 실수로 인해 징계, 승진 누락, 구상권 청구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자살했다면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노정희)는 지난 5월 10일, 사망한 근로자 A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2016두59010).
근로자 A는 91년 9월 서울메트로에 입사해 약 20년간 근무해 왔다. A는 재정팀에서 세금과 자금 업무를 담당하면서 서울시장-사장 표창을 받는 등 업무적으로나 인간관계적으로 원만하게 회사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던 2010년 2월, 감사원이 서울메트로가 폐업한 스크린도어 시공업체로부터 17억에 이르는 부가가치세를 돌려받지 못하고 손실을 입은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를 실시했고,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 등 직원 4인에게 책임을 물어 정직 처분을 내리라는 취지로 문책요구서까지 발송했다.
A는 억울해하며 재심을 청구하려고 했지만, 주변만류로 포기했다. A는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은 편이었는데, 감사원 문책 요구에 따라 승진이 누락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고, 회사가 손실액을 자신에게 구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알게 된 이후 A의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A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했으며, 사무실에서도 넋을 잃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또 동료들에게 "본부장이 나를 보고 아는 체를 하지 않는 등 회사 사람들이 나를 범죄자 취급하며 욕하고, 지나가기만 해도 수군거리는 게 느껴진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감사원 문책 요구서 사본을 회사로부터 교부 받은 2011년 11월 25일, A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매일 누르던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밤새 소파에 앉아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담배를 사러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서 다시 담배를 사러 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A는 산에 간다고 집을 나선 후, 27일 등산로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하지만 원심은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우울증 발생 경위를 살펴보면 A가 겪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원심 재판부는 "자살 전 망인의 업무나 근로조건에 변경이 없고 업무가 과도하지도 않았으며 망인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다른 동료 직원들과 비교해 볼 때 망인에게만 우울증을 초래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A의 유족이 청구한 유족급여 청구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원심의 판단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가 사망 전에 보인 발언이나 행동을 지켜보면 극도의 불안함과 우울함을 계속 느껴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평소 밝고 유쾌해 대인관계가 원만한 등 우울증 등 신경정신병적 증상으로 치료받은 전력도 없음에 비춰, 업무 외 다른 요인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살 전 가족이나 지인에게 유서를 남겨놓지 않았고 등산로에서 사망한 점에 비춰보면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 장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며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상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판시해, A의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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