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상대로 소송하면 성과급 감액하는 단체협약은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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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74회 작성일 19-07-22본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에게만 성과급과 격려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83민사부(재판장 정지영)는 지난 7월 10일, 근로자 이 모씨 등 9명이 H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회사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2018나319922).
대구에서 자동차용 여과지 제조-판매업을 하는 H사는 근로자들에게 2010년부터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 그런데 2014년, 이 회사는 노동조합과 성과급과 격려금을 지급하는 기준을 두고 합의를 체결했다.
합의에 따른 단체협약 부속합의서에는 "당해 연도에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진정서나 고소장을 제출하거나 회사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자와 그 진정이나 소송 종결이 확정되지 않은 자" 등을 성과급 지급 제외 대상자로 정했다.
또 격려금 지급 합의서에서는 "지급일 이전 1년간 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 경찰, 검찰, 법원 등 관공서에 회사나 대표 등을 상대로 진정, 고소, 고발,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이나 소송 등 민원을 제기한 자는 그 결과나 취하에 관계 없이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씨 등 원고 근로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2013년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누락됐다는 사유로 미지급 법정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후 회사를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회사는 협약에 따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 씨등 원고 근로자들에게만 성과급을 90% 감액해서 지급해 왔다. 기본급의 100%에 이르는 노사성실격려금도 이들에게만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이 씨 등 근로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성과급과 격려금 지급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적 처우를 하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 6조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성과급이나 격려금 등 은혜적 금원은 지급기준에서 회사에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또 "소송 제기 여부는 근로기준법 6조의 사회적 신분이 아니다"며 "무분별한 금전 요구로 직장 질서나 근무분위기를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부속합의서 등의 차별적 지급기준이 "이 단체협약은 헌법상 권리인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합리성이 없어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나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성과급 지급기준에는 재량이 인정되며, 노조와 그 기준을 두고 합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차별적 처우로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분별한 금전요구로 직장질서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지급 기준을 보면 회사가 부당한 행위를 해서 근로자들이 정당한 권리행사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도 성과급을 감액하고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결과나 취하와 관계 없이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직장질서 때문이라는 회사측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감액 성과급과 미지급 격려금을 전부 지급하라"며 근로자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근로기준법 6조 위반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를 상대로 고소나 고발을 하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 볼 수 없다"며 "소송 제기 여부를 근로기준법 제6조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근로자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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