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삼표시멘트 불법파견 인정”... 불파 손해배상 소멸시효 문제, 정리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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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2,154회 작성일 18-11-20본문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재판장 박영재)는 지난 10월 23일, 근로자 정 모씨가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2017나2005264)과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송(2017나2005271(병합))에서 원심과 같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삼표시멘트는 2004년 경 주식회사 A사를 설립해 신광산 소유권을 A사에 현물 출자하고, 채광 사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주식회사 B는 A사와 삼표시멘트로부터 채광 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했고, 유한회사 C사는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의 기계 점검, 청소, 시멘트 선적이나 수송을 하는 업체였다. 정 모씨 등은 협력업체인 B사와 C사에서 일하는 근로자였다.
협력업체 B, C사는 A사와 1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갱신하는 형식을 취했다. 삼표시멘트는 2014년 11월 3일 협력업체들에게 2015년 계약을 위한 도급비 견적제출을 요구했다.
그런데 C사가 노조와 단체교섭 중이라는 이유로 삼표시멘트에 견적제출 시한 연장을 요구하자, 삼표시멘트 측은 견적서를 받고 나서도 "도급비 견적내용을 수용할 수 없어서 도급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해지통보를 받은 C사는 "더이상 사업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소속 근로자들에게 2015년 2월부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는 통고를 했다.
이에 정 씨등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삼표시멘트 소속의 근로자로서 계약관계 종료는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했다.
사건을 담당한 강원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삼표시멘트와 C사의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된다"며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한 C사가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통보한 것은 삼표시멘트의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삼표시멘트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정씨 등은 법원에 "형식적으로 B사, C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들은 사업주로서 독립성이 없으므로 사실상 근로자들과 삼표시멘트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라며 "묵시적 근로관계가 아니더라도 파견관계가 성립하며, (직접고용 의무가 있는) 2년의 근로기관이 경과해 삼표시멘트가 정씨 등에게 고용 의사표시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원청인 삼표시멘트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고,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청구했다. 그밖에도 원청인 삼표시멘트 소속 근로자였더라면 받을 수 있는 임금에서 협력업체에서 실제로 받은 임금을 제외한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는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법원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 C사가 수행하는 업무 범위가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어서 도급으로 보기엔 범위가 불명확하고, 도급비 역시 작업량이 아닌 근로자 임금 수준에 따라 결정돼 일의 완성이나 결과가 아닌 노동력의 대가로 보인다"고 계약 내용을 분석했다.
이어 "B, C사는 채용 여부만 결정했고 구체적인 채용 자격은 삼표시멘트 측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결정됐고, 삼표시멘트 측의 인력 현황 파악에 따라 인력충원을 요청하면 그에 따라 채용이 이뤄졌다"며 "임금 역시 협력업체가 책정안을 보내주면 삼표 측이 회신으로 자체 결정하는 등 협력업체들이 자체 결정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 "협력업체는 원청이 정해준 생산계획 범위 내에서만 작업계획을 수립했고 독자적인 작업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일부 근로자들이 원청과 혼재 업무를 수행하며 원청 소속 반장의 지휘를 받은 것을 볼 때 원청이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시해 파견 요소가 있음을 인정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불법파견 인정시 손해배상 채권 소멸시효 쟁점...3년? 10년?
한편 이 판결에서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한 판단도 함께 이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까지 불법파견으로 인한 근로자의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논쟁이 되고 있다. 불법파견으로 판명이 된 경우, 그 차액 청구 소송을 임금청구 소송으로 볼 것인지 불법행위 청구권으로 볼 것인지가 논란이 돼 온 것.
임금청구 소송으로 볼 경우 소멸시효는 3년이라 3년치 임금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지만, 파견법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로 볼 경우 소멸시효가 10년이라 청구 가능 기간이 훨씬 길어진다.
한 대형 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현재 불법파견을 두고 벌어진 도로공사 하급심판결에서 차액청구권을 두고 '실질적인 임금청구권'으로 봐 소멸시효가 3년이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항소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재까지 해당 쟁점을 직접적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판결에 앞서 선고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사건 하급심에서는 재판부가 "사업장 내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해 파견근로자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 이는 파견근로자보호법 제21조 제1항 위반 행위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인한 손해는 그런 차별이 없었더라면 파견근로자가 받았을 적정한 임금과 실제로 받은 임금과의 차액 상당이 된다"고 판시해, 이번 판결과 마찬가지로 임금 차액 청구를 '파견법 위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 청구권'으로 인정한다는 취지로 판결 내린 바 있다.
이 판결은 현재 상고심 진행 중이다.
다른 노동 전문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포스코 불법파견 소송에서도 이 쟁점이 다뤄지고 있다"며 "대법원 판단에 따라 불법파견 소송 청구액 차이가 클 수밖에 없어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급심들도 대법원 판단이 아직 없는 데다 부담이 큰 탓인지 명쾌하게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후 대법원 판결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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