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보한 거 아닙니다” 결백 입증하려 대표에 제출한 사직서는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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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220회 작성일 20-06-09본문
불법 행위로 수사 받는 대표에게 내부 고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이는 진의에 따른 사직서가 아니므로 이를 수리한 회사 측 행위는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38민사부는 지난 2월 11일, C단체에서 일하던 근로자 A씨가 C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해 원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08년부터 C에 입사해 일해 온 근로자다. C 전 대표자 B씨는 2007년 경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입건됐고, 이 과정에서 A는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수차례 받은 바 있다. 그런데 B는 A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어떤 내용으로 진술했는지를 두고 대화를 나눴고, 대화 도중 A는 B에게 "일신상 사유로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즉석에서 수기로 작성-교부해 그 자리에서 수리됐다. 이후 B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A는 B와의 대화 직후 곧바로 C 노동조합 위원장을 찾아가 "허위진술 강요 및 협박을 받아 억울하게 사직서를 작성했다"며 자문을 구하고 바로 노조에 가입했다. 또 3일 후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도 A는 "B가 '주모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한테 확인시켜 줄 수 있냐, 나한테 사표를 써 줄 수 있냐'고 해서 원장실에서 직접 작성했다"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바 있다. 또 사직서가 수리되자 바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직원지위 가처분을 신청하고 B를 강요 혐의로 고소한 후,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기도 했다.
A는 "경찰조사에서 B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았고 제보를 주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B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해 교부했다"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따른 사직서 제출은 무효이며, 이를 수리한 것은 해고"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 측은 "A가 경찰조사에서 B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실이 알려져 B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져 더 이상 모시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A의 사직의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A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C 측은 사직의 의사 없는 A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한 것"이라며 "사직서를 수리한 행위는 해고에 해당하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직서 제출을 전후로 A에게 진정한 사직 의사가 있다는 것을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을 찾을 수 없다"며 "A가 B와 대화 도중 갑자기 사직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C 측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전에도 A가 B에게 사직서를 3번 제출한 사실이 있었다. 이에 대해 A는 "충성심이나 신뢰를 확인하기 위해 B가 사직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C 측은 "방만한 근무태도가 문제되자 반성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어느 주장에 의해도 A와 B사이에서는 실제 사직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사직서가 작성된 경험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용도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A의 주장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이런 사실을 근거로 "1심판결을 취소하고,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 한다"며 A 측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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