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두 번 쓰러진 근로자···대법원 “최초 사고 기준으로 업무상 재해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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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72회 작성일 20-07-21본문
근로자가 과로로 쓰러지고 난 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얼마 안가 또 쓰러져 사망했다면,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인지 판단은 첫번째 쓰러졌을때(1차 재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휴식을 취한 후 과로 상태가 아닌 두번째 재해를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는 지난 5월 28일,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2019두62604).
근로자 A씨는 2010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주식회사 홍일산업 소속으로 일하며 공장과 야적장에서 PVC 파이프를 2인 1조로 30분 단위로 포장해 상-하차하는 업무를 수행하며 주-야간 교대근무를 했다.
A는 약 2주간 휴일 없이 주간근무를 하고 2일간 휴식한 후, 또 2주간 휴일 없이 연속 야간근무를 반복하는 형태로 일했다. 계산 결과 A의 업무시간은 주당 약 64~66시간에 달했다.
그런데 2018년 2월, A는 주간근무를 마친 후 숙소에서 휴식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동료 의 신고로 병원에 후송됐다(1차재해). 당시 협심증이 의심됐지만 A는 개인적 사정을 들어 병원의 입원 권고를 거부했다.
그 다음 날부터 A는 설 연휴를 포함해 약 11일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야간근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야간근무를 시작한지 3일만에 또다시 기숙사 내 화장실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후송돼 결국 사망했다(2차재해).
한편 A는 회사 입사 전인 2009년에 고혈압과 협심증으로 진료를 받은 적이 있고, 이후 수차례 천식과 호흡곤란, 기관지확장증, 심부전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원심 고등법원은 "1차재해 발생 후 2주간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였으므로, 2차재해 발생 당시 객관적인 과로 상태가 아니었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인과관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2차 재해는 과로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차재해 당시에는 과로가 아니었어도, 1차재해가 악화돼 일어난 2차재해 역시 업무상 재해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대법원은 "1차재해가 업무상 재해라면, 그 후 발생한 2차재해는 1차재해가 악화돼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아 업무상 재해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2차재해가 업무상 재해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1차재해가 업무상 재해인지와 1차재해 당시 객관적으로 과로 상태였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제했다. 2차재해 발생 당시에는 객관적 과로 상태가 아니었다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원심 판단을 반박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1차재해 당시 A는 만62세 고령으로 7년 8개월 동안 12시간씩 2주 간격으로 반복되는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하며 육체적-정신적 피로 상태에 있었고, 교대제 근무가 취침시간 불규칙과 수면부족, 생활리듬 혼란을 유발해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할 수 있다는 널리 알려져 있다"며 "이런 점은 업무와 1차재해 사이 관련성이 강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A에게 기존 질환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1차재해 이전에는 별 이상 없이 근무했기에, 기존 질환이 위중해서 자연적으로 진행해 급성 심장사를 일으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결국 심혈관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장시간 교대제 근무로 과로가 누적됐고, 야외 작업에서 겨울 추위에 노출된 점이 기존 질환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켜 1차재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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