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 법원도 “백화점 위탁판매원은 근로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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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20회 작성일 20-08-12본문
얼마전 대법원에서 백화점 위탁판매원은 근로자가 아니라며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나온데 이어, 하급심 법원도 다른 사건에서 마찬가지 결론을 내놔 화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최형표)는 지난 7월 2일, 위탁판매원 김 모씨 등이 T사를 상대로 청구한 퇴직금지급 청구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T사는 LF(구 LG패션)의 계열사로 유명 셔츠 브랜드 닥스셔츠 등을 판매하는 업체다.
T사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백화점 등 운영회사들과 백화점입점계약을 체결했다. 김 씨 등 원고들은 T사 매장에서 T사 상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고 상품판매 등 업무를 수행하다가 그만 둔 사람들이다.
위탁판매원들은 "원고 중 일부는 T사에 근로자로 채용돼 고정급여를 받다가 2015년에 회사측의 일방적 방침에 따라 개인사업자로 변경된 경우"라며 "개인사업자로 변경된 이후에도 급여지급방식만 편의에 따라 변경됐을 뿐, 근무 장소나 업무 내용 등 변경이 없었고 지휘-감독을 받으며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회사는 "원고들이 스스로 근로자를 고용해 T사의 제품을 판매한 독립사업자"라고 반박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원고들에게 공급하는 구체적 품목과 수량은 T사가 결정했고, 위탁판매원들에게 매출 목표 송부, 경쟁업체 매출 등록도 지시했다. 가격도 T사가 지정하고 위탁판매원들이 임의로 할인 판매하는 것은 금지했으며, 위탁판매원들과 이들이 고용한 판매원의 휴무일을 확인하거나 공지를 이용해 업무 관련 공지사항과 지시사항을 전달하거나 보고를 받기도 했다.
그 외에 ▲회사 본사 디자인실 직원들이 매장을 방문해서 상품 전시나 진열방식에 대해 지시한 점 ▲회사가 위탁판매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이나 상품품평회를 실시한 점 ▲매장의 특정 재고물품을 다른 매장으로 보내도록 지시한 점도 밝혀졌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사실관계가 위탁판매원이 T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거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품가격을 회사가 정하고 할인하지 못하게 한 사실은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하고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관리한 것"이라며 "저가에 판매하는 것을 막아 가격정책 저해, 위탁매장 간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려 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기적 매출 실적 보고나 매출 달성 독려는 매출실적이 회사 수익과 직접 연결돼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판매실적이 부진하면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매출 목표 달성을 지시한 사정만으로 지휘감독권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본사 직원이 매장을 방문해 진열 상황을 확인한 것 역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 위탁판매원 등의 휴무일정을 취합한 것 역시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 활동 중단 위험성이 있는 여름휴가 등에 한정됐을 뿐, 휴가 사용 여부를 직접 통제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원고들이 매장에 상주하지 않고 스스로 고용한 판매원에게 업무를 맡기고 개인적 용무를 보는 것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도 구속 받지 않았다는 점, 판매원이나 아르바이트생 고용 관련 사항도 위탁판매원들이 독자적으로 정했을 뿐 채용이나 기타 출퇴근 근태 관리에 회사가 관여하지 않은 점, T사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은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한 원고들에게 적용되지 않았고, 교육이나 워크숍 불참 등 회사 지시사항 불이행 등을 이유 로 불이익 조치를 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원고 위탁판매원들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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