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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기아차 산재유족 특별채용, 무효 아냐···장기근속자 자녀와는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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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083회 작성일 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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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절서에 위배하지 않으므로 유효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7일 오후 2시, 기아자동차 산재근로자의 유족 이 모 씨가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를 각각 주위적, 예비적 피고로 두고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기아차에 85년에 입사해 벤젠에 노출된 채 근무하던 이 모 씨는, 이후 2008년 현대차로 전직해 근무를 이어나가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2010년 사망했다. 2013년 근로복지공단은 이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했다. 이에 이 씨의 유족은,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노동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해 사망할 경우 직계가족 1인을 특별채용하도록 정한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직계비속인 딸 이 씨를 특별 채용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기아차와 현대차에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거나 6급 이상 장해를 입은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특별채용한다"라는 단체협약을 노조와 체결한 상황이었다. 

 결국 산재 근로자 유족을 특별하게 채용하는 기아차와 현대차 단체협약 규정의 효력이 쟁점이 된 것.

1심과 2심은 "이 단체협약 내용은 사용자가 가진 채용의 자유를 현저히 제한하고, (다른 구직 희망자들의)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반한다"며 "산재 사망자 유족의 생계보장은 금전지급으로도 이뤄질 수 있으므로, 해당 조항은 민법 103조가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해 회사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특히 2심 서울고등법원은 "산재 사망노동자 유가족 채용을 명시한 단체협약이 '사회질서를 위배하는 고용세습 조항"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결론적으로 산재유족 특별 채용 조항을 무효로 볼 수 없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전원합의체는 "(유족 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에 추가적인 보상을 정한 것으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며, 따라서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단체협약에 이를 포함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스스로 의사에 따라 이 조항에 합의했고, 실제로도 수년에 거쳐 지속적으로 산재 유족을 채용해 왔다"며 "이 조항이 특별채용대상을 '결격 사유가 없는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채용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 밖에 대법원은 "유족은 공개경쟁채용절차에서 우선채용 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 절차에서 특별채용 되는 점, 피고들의 사업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 해당 조항에 따라 채용된 유족의 숫자는 매우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재유족 특별채용이 구직 희망자들의 채용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90년대부터 반복해서 단체협약에 반영돼 왔고, 헌법 제 33조에서 인정되는 협약자치의 관점에서도 이 조항을 유효하다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조항이 선량한 풍속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한 것에는 헌법상 협약자치원칙과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 자녀 채용 조항과 산재유족 자녀 채용을 구분하는 듯한 내용으로 선고를 해 눈길을 끈다. 

전원합의체는 "이 사건 조항은 정년퇴직자 또는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거나 우선 채용하는 합의와 다르다"며 "사망한 근로자의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유족을 보호 또는 배려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재해보상 책임을 보충하거나 확장하는 것으로 유족보호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이기택, 민유숙 대법관은 "산재유족 보호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보호 방식이 구직희망자라는 제3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된다"라고 반대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파기환송한 것은 협약자치의 존중 및 산재유족이라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공정의 관점에 매우 부합하는 판결"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는 대법원의 판결을 즉각 이행하고, 고용노동부는 산재 사망 노동자 유가족 우선채용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당장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상임금에서는 노사 합의 부분을 간과해 오던 대법원이 이번에는 채용의 공정성을 무시한 노사합의를 우선시했다"며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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