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고 대체투입 차량 막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이번엔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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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120회 작성일 21-01-05본문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에서 파업을 하면서, CJ대한통운가 투입한 직영택배기사 차량을 막아선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이번에는 유죄를 선고 받았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하급심에서 승패가 지나치게 엇갈려 눈길을 끈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단독 최해일 판사)은 지난 10월 15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모씨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유죄를 선고받은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의 집배점주들과 택배화물운송 위탁계약을 맺고 근무해 왔다.
김씨는 택배기사이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경주지회 지회장이다. 김 지회장은 지회의 노동안전부장과 총무부장, 조직부장 등 30명과 함께 2018년 11월 22일, 경주에 있는 씨제이대한통운 경주서브터미널 정문에 모였다. 김 지회장 등은 터미널에서 배송지로 출발하려는 차량 앞에 서로 몸을 밀착해 서 있거나 바닥에 주저앉는 방식으로 차량을 막아 섰다. 이들이 막은 차량은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연대노조 파업으로 업무가 중단되자 투입한 대체배송차량 42대였다.
결국 이들은 위력으로 회사의 배송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CJ대한통운이 쟁의행위 기간 중 타 지역 택배기사를 이용해 직접 택배화물을 배송하려 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위반"이라며 "이를 방어하기 위한 방해 행위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이 노조법 위반을 직접 한 게 아니라고 해도) 집배점주들의 대체투입 행위에 CJ대한통운이 공모해 가담했으므로 이 역시 노동조합법 위반"이라며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행위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서는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들의 노동조합법 제 43조 1항의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가 먼저 문제됐다.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에 해당 사업과 관계 없는 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에 대해 최해일 판사는 "택배기사들인 피고인은 집배점주와 위-수탁계약을 맺었을 뿐, CJ대한통운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며 "집배점주와 피고 택배기사들 사이 계약조건에 CJ대한통운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어 "택배노조는 집배점주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다 조합원 찬반투표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했지만, CJ대한통운을 상대로는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또한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해석하게 될 경우, 행위주체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이 대체근로행위에 가담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해일 판사는 "집배점주들이 CJ대한통운에 직접 배송을 요청해 타 지역 직영택배기사를 동원해 업무를 직접 수행한 사실에 비춰 보면, CJ대한통운이 집배점주들의 대체배송행위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CJ대한통운이 설령 사업주라고 해도, 타지역 직영택배기사를 투입한 것도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를 투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시도 내렸다. 최 판사는 "택배사업은 전국단위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며 "집화를 담당하는 택배기사, 중계수송담당자, 배송담당 택배기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사업을 완성하는 점을 보면, 직영택배기사들을 당해 사업과 관계 없는 자로 단정할 수 없다"라고 꼬집어 대체투입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CJ대한통운은 사용자가 아닐뿐더러, 사용자라고 해도 사업과 관계 없는 자를 대체 투입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방해한 택배기사들의 행위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파업과 관련한 1심 선고들 사이에서 유무죄가 지나치게 엇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판결로서 지금까지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직영차량 투입을 방해한 혐의를 다룬 사건 중, 유죄판단은 2건, 무죄판단은 2건이 됐다.
특히 이 판결 전 가장 최근에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단독 황지현 판사)에서 나온 택배기사 업무방해죄와 관련해서는, 택배기사이자 전국택배연대노조 조합원인 전 모씨 등 6명에 대한 업무방해죄 혐의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이번 사건과 사실관계는 거의 유사하다.
게다가 이 판결은 다른 판결들과 달리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등 전례 없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사건을 맡은 황지현 판사는 "검사는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들이 고용계약을 체결한 바 없어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근로계약상 사업주가 아니더라도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는 노조법 43조의 적용을 받는 '사용자'"라고 판시했다.
앞서 경주지원 판결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판단이다.
대체투입도 부적법하다고 봤다는 점도 엇갈린다. 황 판사는 "당해 사업의 범위는 근로자들의 쟁의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CJ대한통운의 각 지역별 택배업무는 다른 지역 택배업무와 사이에 노무관리가 일관된 공정 하에 일체로 이뤄지는 당해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회사가 서울, 경북, 충북 등 다른 지역 택배기사를 투입한 행위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 투입한 것으로 위법한 대체인력의 투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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