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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근로시간 기록 없는 임원 쓰러졌어도...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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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892회 작성일 2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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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초과근로시간 기록이 남지 않아, 근로시간이 고용노동부 과로기준(주 60시간)에 못미친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결과가 있다고 해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단독 김연주 판사는 10월 28일, 원고 근로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요양급여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처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농업협동조합에서 일하다 2010년부터 상무로 승진해 경제사업 부분 총괄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러던 2015년 1월, 가족모임에서 저녁식사 이후 귀가하다 이상증세를 느꼈고, 병원으로 이송돼 결국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에 A는 요양급여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기존 질환이 자연경과적으로 악화된 것"이라며 불승인 결정을 했다.

주된 쟁점은 A씨의 근로시간이었다. 뇌혈관 질환과 관련한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 혹은 60시간 이상인지에 따라서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요건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공단은 "발병 전 12주 동안 A의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0시간 정도로,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만성과로기준인 60시간에 미치지 못한다"며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도 없었고, 평소 고혈압이 있음에도 신체관리에 소흘해 발생한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A는 뇌출혈 가족력이 있었고, 20년간 흡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는 "발병 1주일 전 벼 출고 작업을 하면서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가 있었고, 실제로는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도 57시간에 이르는 등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며 "고혈압도 호전된 상태였고 발병 전 6개월 정도 금연을 하면서 건강관리를 해 왔다"고 맞섰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A는 관리자로서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수당이나 당직비도 받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원고 A의 손을 들어줬다. 김연주 판사는 "공단은 고시에서 규정하고 있는 뇌혈관 질병 인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며 "고시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의 위임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자체가 아니라 고려할 사항을 정한 것 뿐이므로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를 바탕으로 "고시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A의 업무시간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김 판사는 "A는 관리자로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의 공식 기록이 없어서, 기본업무 시간만으로 실제 업무시간을 산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발병일로부터 3개월 이전에 업무로 인해 상당기간 야근을 했고, 주말에도 수시로 근무를 했다는 사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A는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정한 업무시간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기존 질환이 주된 원인이라는 공단의 주장에 대해서도 "주된 발생 원인이 있다고 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겹쳐서 질병을 유발시켰다면 (업무와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라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원고를 대리한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근로복지공단 조사결과 업무시간이 52시간 미만이고 개인적 위험요인이 있다고 해도, 업무의 특성과 스트레스 요인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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