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금감원 채용비리 피해자, 채용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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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605회 작성일 18-11-20본문
채용비리 때문에 탈락한 근로자라 하더라도, 부정 합격자 대신 채용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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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오성우)는 지난 10월 11일, 금융감독원 채용에서 탈락한 근로자 오 모씨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청구 내용 중 일부만 인용했다(2018가합100190).
금감원은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절차를 진행했다. 금감원 내부에서 마련한 채용계획에 따르면 채용은 '서류전형 ⇒ 필기전형 ⇒ 1차 면접(실무진 면접, 인성검사 포함) ⇒ 2차 면접(임원 면접) ⇒ 신체검사 및 신원조사 ⇒ 최종합격자 발표'의 절차로 마련됐으며, 각 단계별 면접점수와 필기시험 점수를 50%씩 합산한 후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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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감원은 갑자기 애초의 채용계획대로 합격자를 결정하지 않고, 원래 관행에 따라 면접위원 전원의 합의를 거쳐 합격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연히 면접대상자들의 면접 점수도 매기지 않았고, 합격자를 통보받은 총무국 직원은 그 결과에 맞춰 사후적으로 각 면접 대상자별 면접점수를 임의로 기재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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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임의로 기재해 넣은 점수에도 불구하고 필기 점수를 합칠 경우 합격자는 방씨가 아니라 원고와 정모씨 두명으로 압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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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면접위원들은 방씨가 3순위로 탈락하게 된 2차 면접결과가 나오자 직장경력이 있는 응시자들에 대해 예정에 없던 평판조회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평판조회 이후 면접결과는 변경됐다. 방씨가 최고점자가 됐으며, 금감원은 오씨등이 지원한 금융공학 분야 합격자를 2명에서 한명으로 줄여 결국 방씨가 유일한 합격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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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운 정황은 한두개가 아니었다. 금감원은 평판조회에서 오씨가 약 4개월간 다녔던 은행으로부터 "열정도 부족하고 전문지식도 없어서 우리 인사팀이라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회신이 왔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은행에서는 그런 회신을 한 일은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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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면접위원 중 한명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평판 조회 결과를 안내받았을 뿐, 회의 후 그 결과를 반영해서 합격자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내가 채점한 면접평가가 나중에 변경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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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방 씨는 채용절차에 지원하면서 서울에 소재한 대학교를 졸업했으면서 카이스트를 졸업한 것으로 허위 기재한 지원서를 제출했다. 총무부 직원은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지원서 오기재자들에 대한 합격 취소 결재를 올리면서 방 씨에 대한 내용은 누락했다. 심지어 방 씨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지방인재'로 분류돼 채용에서 다소 유리한 지위를 점하게 됐다.
합격자인 방씨의 행동도 의심스러웠다. 방씨는 당시 남자친구에게 "아빠가 아는 사람이 (금감원) 부원장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물어봐야지" 또는 "(금감원 내부 직원이 아버지에게) 좋은 소식 있을 거라고 했대"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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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런 절차에 관여한 면접위원 이 모씨는 "방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평판조회라는 불명확한 요소를 개입시켜 금감원의 채용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형사고발됐지만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볼수는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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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결국 오씨는 "금융감독원이 금융공학 분야 채용예정인원을 임의로 1명으로 감축시켰고, 지원자 중 방씨가 학력을 허위로 기재했음에도 합격을 취소하거나 정정하지 않았으며, 2차면접까지 종료해 합격자가 예정된 상황에서 객관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한 세평조회를 임의로 실시해 1위를 했음에도 불합격이 됐다"고 주장하며 "채용계획과 공고에 따라 금감원이 나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또 "적법하게 채용됐을 경우 금감원 평균 근속 년수에 해당하는 기간동안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중 일부를 1억 2,300여 만원과 함께 채용과정에서 금감원이 행한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청구도 함께 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채용예정인원을 보장한 바 없으며, 방OO씨의 학력 오기재도 합격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공고에서도 전형절차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고, 세평조회를 실시한 것도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 씨를 채용하지 않은 것은 세평조회 결과가 나빴던 이유일 뿐, 채용예정인원 감축이 원인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금감원이 국무총리 소속 금융위원회의 지도를 받는 특수법인이며 직원도 공무원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직용 채용에 재량을 가지긴 하지만,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감원의 공공성을 감안하면 그 재량도 관련 법규와 인사관리규정에 정한 절차에 따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채용절차에 관여한 이 모씨가 무죄를 선고받기는 했지만, 형법상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수 없다는 의미일 뿐, 공정하지 못한 채용절차를 진행해서 오씨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린 불법행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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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근거로 "금감원은 오씨의 정신적 고통에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를 지므로 8,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탈락자인 오씨를 채용하라는 청구와 임금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하라는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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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직원 채용은 고용계약이므로, 누구를 채용할 것은지는 금감원의 자유 의사"라면서 "2차면접전형 뿐만 아니라 신체검사와 원장 임면을 거쳐야 하고, 채용 공고에서 채용예정인원이 특정돼 있지 않아 언제든 채용절차가 회사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금감원측의 불법행위가 없었다고 해도 오 씨가 당연히 최종합격자로 결정됐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으므로, 단순히 2차 면접 결과 최고득점자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금감원과 오씨 사이에 당연히 고용관계가 성립한다거나 원고의 채용 청약에 대해 승낙할 의무가 금감원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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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사건에 기획재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수 있을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지난 5월 3일에 마련된 이 가이드라인은 채용비리 관련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 가능한 경우에는 해당 피해자에게 즉시 채용 또는 다음 단계 응시기회를 부여하기로 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서류단계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는 필기시험 기회를, 필기단계에서 피해를 본 경우엔 면접시험 기회를, 최종 면접단계 피해자에게는 즉시 채용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만약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더라도, 피해자 '범위'가 특정된다면 그 그룹만을 대상으로 제한경쟁채용 시험을 실시하기로 정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오씨는 최소한 정씨와 함께 재면접을 받거나, 즉시채용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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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정 합격자인 방씨의 채용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17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채용비리 직원에 대한 합격을 취소한다는 내부 인사윤리위원회 결정을 최종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대상이 방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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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감사원 감사에서 금감원 신입 공채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 1년만에 채용 취소 결정이 나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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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채용공고를 낼 때 지원서 기재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허위로 판명될 경우 합격 취소 처리한다고 명시한 것을 근거로 합격 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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