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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의 법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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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350회 작성일 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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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법원 2021-03-18 선고,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2. 저자 : 노호창
  3.  

【판결 요지】

 구 고용보험법 제70조는 제1항에서 육아휴직급여의 실체적 요건을 규정하면서, 제2항(이 사건 조항)에서 “제1항에 따른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 다만, 해당 기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없었던 사람은 그 사유가 끝난 후 30일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94조는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천재지변(제1호), 본인이나 배우자의 질병․부상(제2호), 본인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의 질병․부상(제3호), 병역법에 따른 의무복무(제4호), 범죄혐의로 인한 구속이나 형의 집행(제5호)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한 강행규정이다. 근로자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 내에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급여 지급을 신청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육아휴직급여 신청기간을 정한 이 사건 조항은 훈시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1. 사안의 개요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는 2014년10월21일 자녀를 출산하여 2014년12월30일부터 2015년12월29일까지 육아휴직을 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7년2월24일이 되어서야 피고(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에게 육아휴직기간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였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17년3월 8일 원고가 구 「고용보험법」(2019.1.15. 법률 제162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음) 제70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육아휴직 종료일부터 12개월이 지나서야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였다는 이유로 육아휴직급여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소송으로 다투었고, 대상 판결의 제1심(서울행정법원 2017.10.19. 선고 2017구합66084 판결)은 원고가 신청기간이 경과한 후에 육아휴직급여 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로 피고가 거부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의 원심(서울고등법원 2018.5.23. 선고 2017누80815 판결)은 이 사건 조항을 훈시규정이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고, 이에 반발한 피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과 관련해서는, 대상 판결의 사안이 문제되던 시기나 2021년 4월 현재나 마찬가지인데,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도록 원칙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고용보험법」이 2019년1월15일 법률 제16269호로 일부개정되기 전까지는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거나 반환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구 「고용보험법」은 육아휴직급여에 대한 신청기간을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까지로 두면서도 동시에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니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피보험자인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실 혼란이 있을 수도 있고 만연히 3년 내에만 신청하면 되겠지라고 방만하게 여기기 쉬워 보인다. 이러한 것이 이유가 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이 지난 후에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어 소송으로 다투어진 사례는 대상 판결 외에도 종종 있었다.

일단 사안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원합의체 판결로 선고된 대상 판결의 다수 의견은 “고용보험법 제70조 제2항은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한 강행규정으로, 위 규정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경과하여 한 육아휴직급여 신청을 거부한 관할 행정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이러한 다수 의견에 대하여 대법관 5인의 반대 의견이 있었고, 다수 의견에 대한 대법관 1인의 보충 의견이 있었다.

 

2. 대상 판결의 다수 의견

 

다수 의견은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은 제척기간으로서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았는데, 그 판단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바로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유형이 아닌 ‘사회보장수급권’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객관적인 사정이 발생하면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의 형태로 발생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ㆍ방법ㆍ기준에 따라 관할 행정청에 지급 신청을 하여 관할 행정청이 지급 결정을 하면 그때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 이와 같은 사회보장수급권의 실현은 추상적 형태의 권리와 구체적 형태의 권리로 나뉘고, 각각의 권리행사는 그 목적과 방법이 서로 다르다. 입법자는 이에 대해 각각의 권리행사기간을 결정하게 되는데, 각각의 권리행사기간을 병존적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사회보장수급권의 각 권리행사기간을 구현한 모습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보면, 이 사건 적용 법률인 구 「고용보험법」은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행사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항에서는 신청기간을, 제107조 제1항에서는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바, 이 사건 조항과 제107조 제1항은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각 권리행사기간을 별도로 규정한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은 ‘제척기간’에 해당한다.

둘째,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한 강행규정이고, 근로자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 내에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급여 지급을 신청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법 해석의 목표는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하므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고,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 조항을 보면, 그 본문과 단서는 모두 일정 기간 이내에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이 사건 조항에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정한 기간을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법률 문언의 바람직한 해석인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조항 단서 및 그 위임에 따른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94조는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이 이 사건 조항 본문에서 정한 신청기간 내에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신청기간을 연장하여 줌으로써, 한편으로는 이 사건 조항 본문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기계적ㆍ형식적으로 적용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방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유가 끝난 후 30일까지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여 신속하게 그 권리를 행사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셋째,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권리는 법령에 의하여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를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신청서에 소정의 서류를 첨부하여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제출하고, 관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육아휴직급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급여 지급 제한의 사유가 있는지 등을 검토한 후 급여 지급 결정을 함으로써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추상적 권리의 행사에 관해서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이 적용되고, 구체적 권리의 행사에 관해서는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에서 정한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이해하면, 반대 의견이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두 규정이 서로 중첩되어 충돌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추상적 권리의 행사인 육아휴직급여 신청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이 적용된다는 점을 더욱 명확하게 하기 위해 2019년1월15일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의 소멸시효 대상이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거나 그 반환을 받을 권리’에서 육아휴직급여를 ‘반환받을 권리’로 개정되면서 ‘지급받을 권리’ 부분은 「고용보험법」에서는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법」 개정 이후에는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는 더이상 「고용보험법」이 아니라 「국가재정법」의 적용대상이 되었고,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라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는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받게 되었다.

 

3. 대상 판결의 반대 의견

다수 의견의 이러한 주장과 논리에 대해 반대 의견은 이 사건 조항은 훈시규정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제시하였다.

첫째,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을 정하고 있지만 그 기간의 법률적 성질 및 기간 경과의 효력에 대하여 규정한 바는 없다. 따라서 사인(私人)이 행정청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기간을 정하되 그 법률적 성질이나 기간 경과의 효과를 정하지 않은 경우, 이를 제척기간으로 해석하여 기간을 경과한 권리 행사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피보험자인 근로자 등이 납부한 보험료로 마련된 고용보험기금을 육아휴직급여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고,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 근로자의 일정한 자기 기여가 요구되므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은 재산권적 성격을 띠고 있어 그 내용을 변경하거나 축소하는 경우 이를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이 사건 조항은 ‘육아휴직의 부여’와 ‘육아휴직급여 지급’이 이원화되어 있는 현재의 체계상 수급권자가 직업안정기관의 장에 대하여 육아휴직급여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환기시키고 육아휴직 기간 중의 생계 지원이라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1년의 기간 내에 신청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의 절차적 규정이므로 훈시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육아휴직 제도와 육아휴직급여 제도는 그 근거 법령인 ‘남녀고용평등법’ 및 「고용보험법」의 거듭된 개정으로 대상의 확대, 급여액의 상향,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제도 등 관련 제도가 다양화되고 있으며, 특히 2011년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이 사건 조항의 내용이 신청 요건 규정(고용보험법 제70조 제1항)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을 주목하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을 제척기간으로 운용하는 것은 유연한 대처에 저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어서 입법자의 의도로 보기에 부당하기 때문이다.

셋째,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이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을 권리가 3년의 시효로 소멸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이상 수급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소멸시효기간인 3년이므로, 이 사건 조항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면 12개월의 제척기간과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중복적으로 적용되어 3년의 명시적인 소멸시효기간 규정이 사문화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이 사건 조항은 제107조 제1항과 배치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한다.

넷째, 공무원은 육아휴직 신청 외 별도의 신청 없이 육아휴직수당이 지급되고 있는바,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다면 공무원과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권리보장에서의 본질적 차별을 가져오게 된다.

다섯째,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하였다면 해당 근로자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고용보험을 관리하는 기관의 책무라고 보아야 하는 점, 저출산ㆍ초고령 사회에서 모든 육아휴직급여 수급권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점 등도 이 사건 조항의 해석에 고려되어야 한다.

여섯째, 「고용보험법」은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인정 절차와 지급 절차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신청에 따른 최종 지급을 예정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이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구분된다고 해석하는 다수 의견은 고용보험법령과 명백히 배치되는 내용으로 부당하다고 본다.

 

 

4. 대상 판결의 다수 의견에 대한 보충 의견

 

다수 의견에 대한 보충 의견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입법부가 명확히 강제력을 부여하고 있는 법률 조항을 사법부가 훈시규정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법률의 폐지와 마찬가지로 사법부 권한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둘째, 반대 의견은 육아휴직급여 수급권자의 인정을 받는 절차와 인정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는 절차가 구분되지 않고 일원화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을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구분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육아휴직급여를 위와 같이 일원화한 것은 국민 편의를 위한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뿐 그로 인해 권리의 성질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셋째,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경우 장래 발생 가능한 사회적 위험의 현실적 발생을 조건으로 재산권적 성격을 갖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재산권과는 구별되고, 육아휴직급여 청구권 자체가 사회국가원리에서 도출되는 사회보험급여로 수급자 개인의 생활보장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 전체 가입자의 사회보장을 위하여 형성되는 것으로 사회적 관련성이 강하게 인정된다. 따라서 입법자에게 그 형성에 대하여 다른 어떠한 재산권보다도 광범위한 입법적 재량이 인정된다.

 

 

5. 판결의 함의

 

권리 중에는 계약이나 법률에 의해 그 실체적 존재와 내용이 명확한 경우도 있지만, 그 발생여부라든가 내용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국가로 하여금 확인을 하도록 발동 절차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회보장수급권이 후자에 속하는 한 가지 예시라고 할 수 있는데, 추상적인 관점에서는 사회보장수급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더라도 당사자가 구체적으로 그 사회보장수급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러한 요건에 해당하는지, 급여의 내용은 무엇인지, 급여에 대한 제한은 없는지 등 관련 내용을 국가로 하여금 확인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한 확인을 요구하는 절차가 바로 신청이다. 실체적 권리로서의 사회보장수급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로 신청이라고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신청권이라는 절차적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절차적 권리의 행사 없이는 실체적 권리의 존재 여부 및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이 사회보장수급권의 특징인 것이다.

사회보장수급권의 이러한 성격을 토대로 보면, 반대 의견은 몇 가지 측면에서 설득력이 약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사회보장급여의 신청부터 실제 지급받을 때까지의 구조를 보면, (1)실체적 권리의 자격 및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신청하는 절차, (2)권리의 자격 및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3) 자격 및 존재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 그 액수와 기간을 결정하는 판단이라고 하는 3단계 구조를 거치는데, 여기서 (1)단계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없는 것이고, (1)단계 신청 절차의 기간은 제척기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육아휴직급여의 경우에도 (1)단계의 절차는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의 제척기간에 걸리므로 (1)단계를 거치지 않고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이 지나 버리면 나머지 단계는 거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 이내에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한 적이 없었던 근로자라면 이후에는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여 인정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실체적 권리의 존재 여부가 확인된 후에야 비로소 소멸시효도 문제될 수 있는 것이기에 ‘이 사건 조항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면 12개월의 제척기간과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중복적으로 적용되어 3년의 명시적인 소멸시효기간 규정이 사문화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이 사건 조항은 제107조 제1항과 배치되지 않도록 해석하여야 한다’는 반대 의견의 논리는 이 사건 조항보다 제107조 제1항의 효력을 우선시하는 것이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 두 가지 조항은 어느 것이 다른 것에 우선하거나 다른 것을 배척하는 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육아휴직급여 신청권이라고 하는 절차적 권리는 육아휴직 종료 후 12개월을 제척기간으로 하는 것이고,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권리라고 하는 실체적 권리는 그 존재가 확인된 경우 3년을 소멸시효로 가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두 조항의 조화로운 관계이자 합리적 해석이다.

셋째, 반대 의견은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재산권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은 재산권적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그 내용을 변경하거나 축소하는 경우 이를 유념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떤 권리가 재산권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서 그 보장의 강도가 동일할 수도 없는 것이거니와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이 재산권적 성격이 있다고 해서 신청도 하지 않고 곧바로 민사소송을 통해서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인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실체적 권리의 자격 및 존재 여부의 확인을 위해 국가로 하여금 확인행위를 발동시키기 위해 당사자의 신청을 요구하는 것이 결코 그 내용을 변경시키거나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반대 의견은 이 부분에서 절차와 내용을 혼동하고 있거나 뒤섞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넷째, 반대 의견은 ‘저출산ㆍ초고령 사회에서 모든 육아휴직급여 수급권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점’을 들어 이 사건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육아휴직급여는 본래 저출산ㆍ초고령 사회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 육아휴직급여가 저출산ㆍ초고령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주장의 설득력이 약하다.

다섯째, 반대 의견은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을 훈시규정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로 공무원의 육아휴직수당과 비교해 볼 때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점도 지적하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근로자는 사회보험에 해당하는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는 것이지만 공무원의 경우 고용보험을 적용받는 것도 아니고 또한 육아휴직수당을 국가 예산을 통해 지급받고 있으며 육아휴직수당 신청 절차가 별도로 필요한 것이 아니어서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대상 판결은 대법원이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과 관련한 규정(고용보험법 제70조 제2항)의 성격에 대하여 최초로 밝힌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특히 대법원은 대상 판결을 통하여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여야 하고, 이 기간을 경과하여 제출한 육아휴직급여 신청을 거부한 피고(행정청)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점을 판시하여, 이 사건 조항과 구 「고용보험법」 제107조 제1항으로 인해 빚어진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행사기간과 관련된 행정실무 등의 혼선을 명확히 해소하였다. 그 밖에 대상 판결은 사회보장수급권이 최종적으로 수급권자에게 실현되기 위한 과정에서 각각 구분되는 권리들에 대한 행사기간과 그 성격이 다를 수 있다는 법리를 판시하고,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다는 법 해석의 목표하에, 가능한 한 법률에서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법 해석의 방법에 관한 선례를 재차 확인하였다.

 

노호창(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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