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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재해 사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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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412회 작성일 22-08-11

본문

  1. 대법원 2021-09-10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2. 저자 : 양승엽
  3.  
【판결 요지】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는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서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조항은 본문에서 업무상의 재해의 적극적 인정 요건으로 인과관계를 규정하고 단서에서 그 인과관계가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전체로서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를 필요로 함을 명시하고 있을 뿐,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여 그 부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게 분배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1. 사실관계

 

원고의 아들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함)은 2014.4.19. 출근 후 동료 직원과 함께 약 10분 동안 약 5kg의 상자 80개를 한 번에 2~3개씩 화물차에 싣는 일을 한 후 사무실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함)로 사망하였다.

원고는 2014.7.1.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함) 상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9.22. ‘망인의 사망원인인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함)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제1심 판결은 원고의 손을 들어 줘 이 사건 상병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였으나, 원심 판결은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 법리를 전제한 다음,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다시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2. 기존의 견해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하며 기존의 대법원 판례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결론을 유지한 다수의견과 판례 변경을 시도한 반대의견 사이에 치열한 법리 해석과 논쟁이 벌어졌고, 여기서 산재보험법의 연혁과 사회적 의의, 그리고 법률의 여러 해석 방법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업무상 재해의 증명책임을 완화 또는 전환하자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피재 근로자 측이 업무와 재해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증거채집의 어려움 등 현실적으로 곤란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업무상 질병의 경우 발병 과정이 장시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질병의 원인이 불명인 경우가 많아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우리 대법원은 증명책임을 완화하여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재해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거하여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하여 업무기인성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학설은 입법론으로서 증명책임의 전환을 논의하는 것 외에 현행 법률의 해석론으로 증명책임을 완화하거나 전환하는 시도가 있다. 전자는 판례의 태도를 개연성설 또는 간접반증 이론으로 보아 증명책임을 완화하려 하고, 후자는 이 사건 조항 제37조 제1항을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본문은 원고인 근로자 측이 증명하면 이에 대해 법률 효과를 부정하는 단서는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하는 산재 소송은 항고소송이므로 일반 민사소송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아 취소 소송에서는 행정청이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3. 대법원 다수의견의 견해

 

이러한 논의가 진전되던 중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인 본 판결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확정 지었다. 기존의 판례를 유지한 다수의견(9인)은 문언ㆍ연혁ㆍ체계적 해석론을 펼친다.

먼저 문리적 해석으로 위의 법률요건분류설을 살피는데 “본문과 단서에 규정된 사항이 내용적으로 중첩되는 경우에까지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것은 아니”며 이 사건 조항의 단서 부분은 본문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인 인과관계가 대법원 판례에서 말하는 법적ㆍ규범적 관점의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한다는 점을 확인ㆍ설명하는 취지로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즉, 이 사건 조항의 단서는 본문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규정일 뿐 본문의 효력 발생을 저지하려는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다음 연혁적 해석으로, 정부의 개정안이나 환경노동위원장의 대안 모두 증명책임의 전환을 꾀하지 않았고, 법제사법위원회의 자구 수정도 “다른 항목들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요하지 않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를 방지하고 (…중략…)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공통원칙을 분명하게 하려는 데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체계적 해석으로는 산재보험법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과의 관계를 보면 “보험급여 지급 요건인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해당 재해를 사업주의 책임 영역으로 합리적으로 귀속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그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측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전반적인 보상체계에 부합한다”고 한다.

 

 

4. 대법원 반대의견의 소수 견해

 

다수의견의 견해에 대해 반대의견(대법관 김재형ㆍ박정화ㆍ김선수ㆍ이흥구)은 문언ㆍ연혁ㆍ체계ㆍ목적론적 해석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이 증명책임의 전환을 주장한다.

문언 해석으로는 법률요건구분설은 법률해석의 원칙으로서 이를 근거로 원고인 근로자 측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하면 ‘업무상 재해’로 간주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고,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단서가 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정을 주장ㆍ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혁적 해석으로는 입법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ㆍ자구검토보고서의 수정 이유에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공단이 증명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도록 하여 업무상 재해의 판단에 상당인과관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일반인이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기록되었다는 점이다.

체계적 해석으로는 산재보험법상 진폐에 대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한 근거 조항인 산재보험법 제91조의2나 제91조의10은 이 사건 조항과 달리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아 논리적으로 진폐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산재보험법 제51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재요양 인정의 요건 또한 마찬가지로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목적론적 해석으로는 “산업현장에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정된 법률”이 산재보험법이며, “업무상 재해 인정의 핵심적인 요건이 되는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일방적, 전적으로 근로자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제도의 입법목적,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공단의 설립 취지, 공단에 특별히 재해조사권한을 부여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시한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대법관 이기택ㆍ노정희ㆍ노태악)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위의 반대의견을 다시 재논박한다. 먼저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려면 단서에서 본문의 효력을 저지하기 위한 별개의 양립 가능한 사실인 권리발생장애사실, 권리멸각사실, 권리행사저지사실에 관하여 각각 규정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조항은 그렇지 않고 그 전체가 일체로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의견은 “이 사건 조항 본문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 중 본문 각호의 각목에서 정한 업무관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조항에서 규정한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단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의 인과관계는 피재 근로자 측이 증명하고, 뒤의 상당인과관계는 근로복지공단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것은 앞의 인과관계와 뒤의 상당인과관계가 별개라는 것인데, 이 사건 조항은 반대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조건적 인과관계와 상당인과관계로 구분됨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또 다른 보충의견으로는 법해석의 원칙과 한계를 내세우는데, “법령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률조항의 내용과 구조, 법적 성격을 도외시한 채 본문, 단서의 형식만으로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을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해석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연혁적 해석으로도 개정 법률의 개정 이유에는 포괄위임 등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명시되어 있을 뿐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분배나 전환에 대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6.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대법관 김선수ㆍ이흥구)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같은 해석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다른 결론을 도출”하였다고 하며, 이는 결국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이해와 법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로 귀결된다고 한다. 즉, 다수의견은 “산재보험제도의 인정 범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법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법적 안정성에 주안점”을 두지만, 반대의견은 “산재보험제도의 인정 범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법원이 법령을 해석ㆍ적용할 때 그 규범적인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관점이라는 것이다.

문언 해석으로 볼 때 이 사건 조항의 “본문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을 위해 업무관련성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는 단서에서 규정하는 상당인과관계, 즉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보다 엄격한 인과관계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다수의견처럼 단서 규정이 본문의 업무관련성이 상당인과관계라는 점을 확인ㆍ설명하려는 것으로 본다면,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을 취할 필요 없이 하나의 문장 형식으로 규정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상 대법원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그리고 각각 재논박을 하는 보충의견들을 살펴보았다. 56면에 달하는 판결문을 단지 몇 면으로 축약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을 불러올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다. 확실한 것은 모두가 날카로운 법리와 관점을 가지고 해석론을 펼쳐 누구의 우위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견으로 반대의견의 견해에 찬성하면서 문언 해석과 목적론적 해석에 내용을 보태자면 다음과 같다.

문언 해석에 있어 이 사건 조항인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본문과 단서의 인과관계가 동일한 것이냐에 대해 다수의견은 동일하다고 하며, 반대의견은 완화된 인과관계와 엄격한 인과관계라는 2분설을 주장한다. 살피건대, 제1항 본문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로 되어 있고 핵심은 ‘사유’라는 문언이다. 그런데 사유 앞에 다음 각 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각 호의 내용이 어떤 원인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면 여기서의 ‘사유’는 엄격한 상당인과관계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각 호의 각 목은 사고 또는 질병의 ‘외형’을 표현한 것이다. 가령,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제1호 나목)는 어떤 원인을 나타낸 것이 아닌 외형을 표현한 것으로 나목에 해당하면 무조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일응 추정될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이더라도 근로자 측의 전속적 관리일 때는 우리 대법원은 업무상 사고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각 호의 각 목은 ‘업무관련성’을 의미할 뿐 직접적인 상당인과관계를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유’ 또한 ‘업무관련성’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넓게 해석되어야 한다.

두 번째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법해석의 궁극적인 방법은 문언을 바탕으로 하되 그 한계 내에서 최대한 입법목적에 맞추어 그 취지를 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산재보험법의 입법목적으로 제1조는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공정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피재 근로자가 오롯이 모든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법리와 반대의견의 법리가 모두 문언 해석의 한계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입법목적에 보다 충실한 견해를 채택하여야 한다.

 

양승엽(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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