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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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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412회 작성일 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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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원지방법원 2021-08-26 선고, 2019가합101811 판결
  2. 저자 : 강주리
  3.  

【판결 요지】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에 불과하거나, 노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사용자가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려는 것에 관하여 노동조합 측과 적극적인 통모ㆍ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등과 같이 해당 노동조합이 헌법 제33조 제1항 및 그 헌법적 요청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설령 설립신고가 행정관청에 의하여 형식상 수리되었더라도 실질적 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상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는 사실이 당해 노동조합의 자주성 결여로 귀결될 수 있는가. 최근 판결들은 이러한 물음에 긍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은 법원이 복수노조 시행과 함께 진성노조에 대한 대항노조로서 설립된 에버랜드 노조의 자주성을 부정하여 그 설립의 무효를 확인한 판결이다. 유성기업 노조의 설립 무효를 확인한 대법원 판결 이후 최초로 하급심에서 노동조합의 설립 무효를 확인한 판결이기도 하다.

에버랜드 사건의 개요 및 주된 쟁점은 다음과 같다.

2011년 7월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삼성그룹은 비노조 경영방침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그룹노사전략을 수립한 뒤 사장단 세미나, 임원 및 노사담당자 교육을 통해 계열사 등에 그 전략의 시행을 순차로 지시하였다. 그러던 중 에버랜드 내에서 노조설립계획 문건이 발견되자 노조설립에 대응하기 위하여 상황실을 설치ㆍ운용하며 설립 신고한 삼성노조의 활동 동향 등을 파악하는 한편, 삼성노조 설립을 주도한 노조원들을 징계하는 등으로 노조를 와해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또한 삼성 측은 노조 경험이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위원장직을 맡을 것을 제안한 뒤 설립신고서, 규약 작성ㆍ검토 등을 지원하고 설립된 에버랜드 노조의 조합원을 상대로 단체교섭 시뮬레이션 등을 한 뒤 삼성 측의 요구가 반영된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였다. 그러던 중 에버랜드 노조가 삼성 측에 의해 설립된 어용노조라는 내용의 ‘삼성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되자, 노조위원장이 변경되었으며 2기 간부들은 삼성 측과 노사간담회 형식으로 만나 삼성노조 법적 분쟁 동향 및 대응방안 등을 전달받기도 하였다. 2019년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총괄임원 등이 ‘삼성노조의 조합원들을 부당하게 징계하여 삼성노조의 업무를 방해하고, 대항노조인 에버랜드 노조를 설립한 후 그 운영에 관한 지배행위를 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대상판결은 삼성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원고노조’라 한다)이 에버랜드 노조(이하 ‘피고노조’라 한다)를 상대로 피고노조의 설립무효 확인을 구한 사안이다. 동 판결에서는 복수노조 중 한 노동조합이 다른 노동조합을 상대로 설립 무효의 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노동조합의 주체성ㆍ자주성을 부정하여 그 노동조합의 설립을 무효로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대상판결은 첫 번째 쟁점에 대해 유성기업 노조의 설립 무효를 확인한 대법원 판결을 원용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현행 노동법하에서 원고노조가 피고노조를 상대로 설립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았다. 그다음으로 피고노조는 그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서 헌법 제33조 제1항 및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주체성, 자주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러한 피고노조의 설립은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이 피고노조의 설립을 무효라 판단한 구체적인 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①피고노조는 삼성그룹의 비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고 향후 자생적 노조가 설립될 경우 그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자 측의 전적인 계획과 주도하에 설립된 점, ②삼성 측이 자체 검증을 거쳐 에버랜드 노조의 1기 위원장과 노조원을 선정한 점, ③단체교섭 시에도 삼성측으로부터 단체교섭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은 뒤 설립 직후 삼성 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러한 행위는 삼성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봉쇄하기 위한 것인 점, ④관련 형사사건에서 삼성 측 인사들이 에버랜드 노조의 설립 단계에서 지배행위를 하였다는 노동조합법위반죄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받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노조는 그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려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헌법 제33조 제1항 및 그 헌법적 요청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가 규정한 실질적 요건(주체성, 자주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또한 피고노조가 설립된 이후 자주성을 회복하는 등으로 실질적 요건이 흠결된 하자가 해소되거나 치유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노조는 노동조합법상 설립이 무효로서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인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자생적 노조의 설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자의 전적인 계획과 주도하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면, 그러한 부당노동행위에 의해 설립된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결성한 자주적인 단결체인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 설립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자주성’이란 무엇일까.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함에 따라, 근로자들이 결성한 근로자단체는 근로자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국가로부터 자주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는 이러한 헌법상 요청을 이어받아 헌법 제33조 제1항에 근거하여 그 집단적 단결권이 보장되는 근로자단체의 본질적 성질을 구체화하면서 노동조합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단체인 노동조합을 정의함으로써 그 실질적 요건(주체성, 자주성)을 규정한 것이다. 즉, 근로자들의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자주적이어야 한다는 헌법 요청에 의하여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으로서 자주성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의 자주성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노동조합의 노선에 따라 그 운영은 사용자와 대립하는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고, 소위 친사노조와 같이 사용자와 협조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근로자를 그 향유 주체로 하여 단결권을 보장하며, 단결권은 자유권적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근로자의 단결할 자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한의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한다. 근로자의 단결체인 노동조합의 자주성에 대한 판단은 엄격해야 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운영에 개입하여 사용자의 의향이 그 운영에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조금이라도 자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근로자들의 단결체인 노동조합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피고노조가 원고노조의 대항노조로서 사용자의 전적인 계획과 주도하에 설립ㆍ운영되었다. 사용자 측은 그룹노사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상황실을 설치하여 원고노조의 설립 주동자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부당징계하였으며, 피고노조의 설립신고서, 규약의 작성ㆍ검토를 지원하였다. 설립된 피고노조에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단체교섭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러한 행위가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어 사용자 측 인사들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자생적 노조의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용자의 전적인 계획과 주도하에 노동조합이 설립ㆍ운영된 경우, 법원은 그 노동조합은 처음부터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설립되지 아니하였고 그 운영에 있어서도 사용자가 사실상 주도하였으므로,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이 완전히 결여되었다고 보아, 근로자들의 자주적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수많은 회사가 대항노조를 설립하여 교섭대표지위를 획득하고 교섭권을 독점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생적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 그 노동조합이 사용자에 협조적인 친사노조인지, 자주성이 완전히 결여된 어용노조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설립ㆍ운영에 개입하여 사용자의 의향이 그 운영에 반영되었다고 하여 바로 그 노동조합이 자주성이 완전히 결여된 노동조합이라 단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성기업 노조 사건과 대상판결의 사안과 같이 자생적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사용자의 전적인 기획하에 노동조합이 설립ㆍ운영되고 있음이 드러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향후 법원이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의심되는 사안에서 동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여 노동조합의 설립을 무효로 판단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교섭창구단일화제도하에서 자생적 노조가 받게 되는 노동3권 행사의 제약이 해소될 수 있을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피고노조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동 판결은 민사상 에버랜드 노조의 설립 무효를 확인한 것으로 이 판결이 설립 취소로 이어지지 않는다. 피고노조의 설립이 취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노조가 과반수 노조로 공고되어 원고노조가 노동위원회에 과반수 노조 이의신청을 제기한다면, 노동위원회가 판정 과정에서 피고노조가 자주성을 결하였다고 보아 원고노조가 과반수 노조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동 판결 이후에도 이처럼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주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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