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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파업의 형법상 업무방해죄 적용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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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383회 작성일 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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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헌법재판소 2022-05-27 결정, 2012헌바66
  2. 저자 : 양승엽
  3.  

【결정 요지】

심판대상조항(「형법」 제314조 제1항)은 노사관계의 형성에 사회적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의 경우, 전격성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단체와의 교섭ㆍ협상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도록 하고, 이는 단체행동권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사용자가 사업운영상의 혼란이나 손해를 방지할 수 없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 등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 나아가 사용자에게 민사상 권리구제수단이 인정되어 사용자 개인의 재산적 손해 전보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직업의 자유 및 경제활동의 자유, 거래질서에 대한 저해가 민사상 책임 부과만으로 예방되고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다(침해의 최소성).

심판대상조항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여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ㆍ혼란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금지함으로써 근로자 집단이 받은 불이익은 단체행동권 행사의 시기ㆍ방법적 제약으로서 사용자 및 제3자의 기본권 보장이나 거래질서 유지의 공익보다 중대한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 요건도 갖추었다(법익의 균형성).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청구인들은 A자동차 공장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로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전북지부 B지회의 간부들이다. 청구인들은 A자동차가 협력업체 직원 일부를 정리해고한다는 통보를 하자 위 지회 소속 조합원들에게 2010.3.13.08:00경부터 익일 08:00경까지 통상적으로 실시하던 휴일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도록 하여 위력으로써 협력업체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었다. 제1심 법원은 청구인들에게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인정하여 징역과 집행유예의 유죄를 선고하였고, 제2심 법원은 범죄 성립을 인정하되 형량을 감해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청구인들은 항소심 도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2012.2.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청구인들의 상소를 모두 기각하였다(대법원 2012.7.12.선고 2012도 1039 판결). 

 

본 결정에서 쟁점은 대상조항이 ①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하는지, ②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배하는지, ③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이다. ①과 ②쟁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 간의 이견이 없어 각각 위배하지 않는다고 설시하였다.

의견이 갈라진 영역은 ③대상조항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인데 헌법재판관 4인은 합헌의견을 내었고, 5인은 심판대상조항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 가운데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인 단순파업에 대해서는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일부 위헌의견을 제시하였다. 일부 위헌의견이 다수이기는 했지만, 「헌법」 제113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해 합헌을 선고하였다. 합헌의견과 위헌의견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합헌의견은 근로3권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 논하는데, 기존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 따라 자유권적 성격과 사회적 성격을 함께 지닌 기본권임을 밝힌다. 다만 합헌의견은 후술할 위헌의견과 달리 사회권적 성격을 강조한다. 즉, 근로3권의 사회권적 측면은 근로자들의 권리행사의 실질적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하여야 할 국가의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하며, 이러한 성격에서 단체행동권은 자기 목적적인 기본권이 아니라 근로자들의 협상력을 사용자와 대등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집단적인 노사관계의 자율적인 형성과 실질적인 자치를 달성하기 위하여 인정된 (한정적) 기본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가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사회ㆍ경제적 요구를 반영하여 접근하여야 한다고 한다. 

합헌의견이 사회권적 성격을 강조한 이유는 사회권은 국가의 적극적 역할(개입)을 전제하기 때문에 단체행동권에 관한 법제 역시 국가의 개입이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심판대상조항 역시 그런 국가의 적극적인 법제도 형성 중 하나라는 논리로 합헌의 여지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 후 합헌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과잉금지원칙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데, 그 내용은 위의 결정요지와 같으며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하여 위헌의견은 근로3권의 성격부터 합헌의견과 다른 결을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앞선 결정례에 따라 근로3권의 기본권적 성격을 자유권과 사회권의 혼합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보지만, 연혁적으로 근로3권의 보장은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에서 시작된 것이고 사회권적 성격은 집단적 노사자치의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근로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즉, 근로3권의 사회적 성격은 국가가 근로3권의 자유로운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지 그것을 제한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를 합헌의견과 같이 과잉금지원칙 기준에 따라 심사한다. 먼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먼저 침해의 최소성 측면에서 위헌 여지는 아래와 같다.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은 채 단순히 근로자들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행위, 이른바 단순파업은 그 본질에 있어 근로계약상의 채무불이행과 다를 바 없는데 단순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를 형벌의 위하로 강제하는 것이고,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 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려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 등은 형사처벌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제재 수단으로 형벌을 택한 것은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단순파업에도 노동조합법상의 처벌조항 외에 추가적인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이 공정하게 조정하고 있는 노사 간의 균형을 허물어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가 노사 간의 자율적인 근로관계 형성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대로 마련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결정하였다.​

결정요지에 나온 합헌의견의 내용을 보면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대법원 2011.3.17.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심판대상조항인 「형법」 제314조 제1항의 해석 기준을 전제로 하여 동 조항이 청구인들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를 심사한 것이다. 대법원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ㆍ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파업의 전격성과 결과의 중대성이라는 판단기준을 넣어 파업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한정해석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 위의 판단기준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에는 의문이 든다. 심판대상조항인 「형법」 제314조 제1항을 보면 “제313조의 방법(허위사실 유포 또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지, 그 어디에도 파업 시 그 전격성과 결과의 중대성을 고려한다고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위헌의견은 법률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자가 사전에 파업의 정당성 문제를 관련 법령에서 명확하게 판단한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근로자들은 “항상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고, 이는 그 자체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하여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법조문이 모든 경우를 다 예상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입법자가 일반적ㆍ추상적 내용을 규정하고 법원이 이를 구체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법규의 수범자인 일반 국민들이 문언에서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해석이 들어가야 할 것인데 심판대상조항을 보면 그 어디에서도 파업의 경우 전격성과 결과의 중대성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가 없다. 심판대상조항에 법전문가들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을 첨가하여 그것의 위헌 여부를 심사한다는 것은 법을 일반 국민들로부터 괴리시켜 법을 국민들의 보호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통치수단으로 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파업 참가에 대한 형벌 부과는 우리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인 제105호 협약 「강제근로 폐지협약」과도 관련된다는 점이다. 동 협약 제1조는 ‘파업 참가에 대한 제재’로 강제로 근로시키는 것을 금지한다. 즉, 파업 참가에 대한 형사제재로 징역형을 선고받을 경우 ILO 제105호 협약 위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파업의 「형법」상 업무방해죄 적용은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다.

 

양승엽(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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