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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신장장애를 이유로 한 본채용거부의 부당함을 인정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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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753회 작성일 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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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행법  2021-1-14  선고  2020구합50386  판결
☞ 사건명 :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심판결 : 


재판요지

원고는 정기적으로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어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원고가 면접에서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건강상 문제까지 고지할 의무는 없으므로 지병을 숨겼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만성신부전증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충분히 시내버스 운행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참가인은 원고가 혈액투석 치료와 직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해 줄 의무가 있다. 참가인이 원고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더라도 참가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 버스 운행 업무의 성질을 고려하더라도 근무시간 조정은 충분히 가능해 보이므로, 참가인에게 편의 제공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도 않는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이 사건 본채용거부에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보이지 않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당사자 

【원  고】 A
【피  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B
【변론종결】 2020. 11. 12.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 11. 15.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9부해1049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1979. 11. 7. 설립되어 상시 근로자 480여 명을 사용하여 시내버스 운송업을 경영하는 주식회사이다. 원고는 2019. 2. 11. 참가인에 입사하여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나. 참가인은 2019. 5. 10.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2019. 5. 10.자로 원고에 대한 본채용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통보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본채용거부’). 


┌─────────────────────────────────────┐
│원고는 회사의 시용기간 중 시용평가에 본 채용의 부적격자로 판단되어 사내규 │
│정 제10조(시용채용), 제11조(본채용의 결정)에 의거하여 2019. 5. 10.부로 본 │
│채용거부를 통보합니다.                                                    │
│                                                                          │
│◆ 2019. 1. 31. 오후 14:30 면접 시 박○○ 면접관이 “건강상 문제는 없습니 │
│   까?”라고 질문하였으나 상기 본인은 만성신부전증으로 매주 3회 혈액투석을│
│   받고 있으면서도 이 사실을 감추고 “문제없다”라고 거짓 대답을 하였습니 │
│   다.                                                                    │
│◆ 이후 2019. 3. 6.에 위 사실을 제3자를 통하여 알게 되어 구두로 채용취소를│
│   하였으나 2019. 3. 7. 대구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경북2019부해 │
│   ___)을 하였습니다.                                                     │
│◆ 이에 회사는 문서가 아닌 구두로 본인에게 통보를 하였기에 절차상 문제를  │
│   인지하고 2019. 3. 25.자로 복직명령을 통보하여 복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
│◆ 이후 2019. 3. 29. 해당 정보를 숨긴 사실과 만성신부전증 사실확인 신체적 │
│   인 능력우려 등 기타 사항을 내용증명으로 송부하였으나 이에 대한 아무런  │
│   답변이 없었습니다.                                                     │
│◆ 2019. 4. 12.(금) 배차를 하였으나 손○○ 영업과장에게 휴무를 요청하였습 │
│   니다.(사실상 월, 수, 금요일 혈액투석일이라고 진술한 적 있음)           │
│◆ 2019. 4. 15.(월) 김○○ 영업주임에게 휴무요청 혈액투석의 목적이면서 다 │
│   른 변명으로 거짓 진술한 적 있음(본인 인정)                             │
│◆ 2019. 4. 16. 경북○○○○○ ●●●번 노선을 운행하다가 급제동을 하여 차│
│   내 승객이 넘어진 사고를 야기하였습니다.                                │
│◆ 또한 2019. 4. 23. 경북○○○○○ ●●●번 노선 운행 중 출발시간을 제대 │
│   로 인지하지 못하여 08:19 출발 차량을 07:59에 출발하여 승객의 불편을 초 │
│   래하였고 운행질서를 문란하게 하였습니다.                               │
│◆ 양덕영업소에서 신규기사 수습·시용평가 결과 부적격자로 판단 영업소 소장│
│   인 안○○ 소장의 수습기사 의견서를 제시하였음                          │
└─────────────────────────────────────┘

다. 원고는 2019. 5. 21.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본채용거부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7. 17. ‘원고와 참가인은 시용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사건 본채용거부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며 절차상의 하자도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9. 8. 19.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가)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시용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참가인에게 해약권이 유보되는 시용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고지를 받은 적이 없고 근로계약서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
  나) 설령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시용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본채용거부는 합리적 이유 없이 이루어져 부당하다. 원고는 버스운전업무 종사를 위한 자격을 모두 갖추었고, 신장장애가 있으나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고, 참가인에게 장애 사실을 은닉한 사실도 없다. 2019. 4. 16.자 안전사고와 2019. 4. 23.자 조기출발 사건은 사소한 잘못에 불과하므로 참가인은 이를 이유로 본채용 거부를 할 수 없다.
 2) 피고 및 참가인
  가) 원고와 참가인은 시용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참가인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시용근로계약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고, 원고의 근로계약서에는 회사의 각종 규칙, 규정을 준수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원고도 노동위원회 심문 당시 시용근로계약임을 인정한 사실이 있다.
  나) 이 사건 본 채용거부에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 원고는 만성 신부전증으로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채용 당시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 원고의 건강상태로는 다수의 승객이 이용하는 버스 운행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할 신체적 능력이 되지 않는다. 2019. 4. 16.자 안전사고와 2019. 4. 23.자 조기출발 사건도 원고의 장애 증상에서 비롯되었고, 원고는 다른 시용근로자의 경우에도 시용기간 중 교통사고로 인하여 본채용을 거부한 사례가 있다.

나. 인정사실
 1) 원고는 만성신부전증으로 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주 3회 혈액투석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2) 원고와 참가인은 2019. 2. 20. 아래와 같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
│○ 근로시간                                                               │
│ 임금협정서 제2조(임금산정 기준) 및 단체협약서 제27조(근로일수 및 근로시 │
│  간)에 따르며, 이외의 변동에 대해서는 관례대로 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
│  다.                                                                     │
│○ 휴일                                                                   │
│ 임금협정서 제2조, 단체협약서 제5장 및 취업규칙 제4장에 따른다.          │
│○ 취업장소                                                               │
│ 양덕영업소 (월 22일 만근제)                                             │
│○ 기타                                                                   │
│ 회사의 각종 규칙, 규정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서약한다.                   │
│임금산정방식은 계약서 말미에 첨부하며 각 규정은 영업장에 비치된 규정 및 협│
│약서를 참조한다.                                                          │
└─────────────────────────────────────┘

 3) 참가인은 2019. 3. 6. 원고에게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버스 운전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구두로 채용취소를 통보하였다.
 4) 원고는 2019. 3. 7.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2019. 3. 6.자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고, 참가인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기 전인 2019. 3. 25.자로 원고에 대하여 복직명령을 하였다.
 5) 참가인은 2019. 3. 29.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다. 내용증명우편의 상단에는 원고의 ‘고용단계’가 ‘수습기간 中’으로 표시되어 있다. 


┌─────────────────────────────────────┐
│원고는 당사에 채용되기 2019. 1. 31. ~ 2019. 2. 1.까지 1차 면접, 버스운전  │
│테스트, 최종 면접 절차를 수행한 이후 2019. 2. 21.부터 2019. 3. 5.까지 견습│
│기간까지 가진 바 있습니다만, 이러한 일련의 시간적 과정 속에서 귀하는 시내 │
│버스운전기사로서 요구되는 신체적 능력 보유 여부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에 해 │
│당하는 귀하의 지병을 당사에 철저히 숨긴 사실이 있습니다.                  │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는 것처럼 당사는 귀하의 지병을 2019. 3. 6.에 이르러│
│서야 알게 되었는바 그 지병은 원인 미상의 ‘만성신부전증’이며, 일주일에 약│
│3회 정도(월, 수, 금요일)는 정기적인 혈액투석치료가 필요한 중한 상태임을 확│
│인하게 되었습니다.                                                        │
│이러한 귀하의 지병인 만성신부전증은 그 자체가 신장의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 │
│될 수 없을 정도로 저하된 병으로서 그 자체가 피곤함을 동반할 수 있는 병명에│
│해당하지만, 특히 혈액투석 후 피곤함 증상의 회복시간은 혈액투석 후 약 2시간│
│에서 6시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의학계의 연구결과에서 나타나는 것을 볼 때,│
│당사는 귀하의 신체적 능력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
│(생략)                                                                    │
│당사는 귀하의 동의에 의한 동석 상태에서 2019. 3. 15. 귀하가 현재 진료를 받│
│고 있는 ‘이○○내과의원’에 내방하여 귀하의 주장에 대한 소견을 받았으나, │
│귀하의 주치의사는 “혈액투석 도중에 중단하고 출근하여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소견을 내렸고, 이는 당시 동석한 당사의 총무부장과 총무차장도 같이│
│들은 바 있습니다.                                                         │
│(생략)                                                                    │
│다만, 귀하는 유독 계속하여 자신의 몸 상태를 낙관하며 일반적인 상태에서의  │
│버스 운행뿐만 아니라 혈액투석 중에도 버스 운행에 전혀 지장이 없음을 강변하│
│고 있는바 귀하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수습기간 동안 당사에서 명확히 확인│
│할 예정이며, 만약 당사의 우려가 발생되거나 현실화될 가능성 혹은 그러한 농 │
│후가 상당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불요불급하게 사규 혹은 관련 법리에 의거하 │
│여 조치할 수밖에 없음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
└─────────────────────────────────────┘

 6) 이○○내과의원 의사 이○○은 2019. 3. 15. 원고에 대하여 ‘만성신부전증으로 주 3회 정기적인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로 현재 혈압이나 전신상태는 양호한 편이며 투석치료만 잘 받는다면 일상적인 활동이나 직장생활에 별 지장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작성하였다.
 7) ●●내과의원 의사 김●● 은 2019. 10. 25.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소견서를 작성하였다. 


┌─────────────────────────────────────┐
│원고는 2012년경부터 혈액투석치료를 받기 시작한 분으로 2019. 10. 25. 현재까│
│지 주 3회의 혈액투석을 시행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그 이전에도 주 3회의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전기설비조 │
│작원 혹은 전기기술관리자로 직업활동을 영위하던 상태였습니다. ‘대한의학회 │
│장애평가기준과 활용(2016. 10. 6. 발행)’에따르면, 상기 환자의 경우에, 이전│
│의 직군에서의 노동상실률과 현재 직군에서의 노동상실률은 차이를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다년간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직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환자들을  │
│진료해온 의료인으로서의 경험에 따르자면, 상기 환자의 경우도 의사의 진료 및│
│투약방침을 성실히 따르면서, 주 3회 정도의 적절한 신대체 요법(혈액투석)을  │
│받는다면 현재의 직업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

 8) 원고는 2019. 4. 16. 14:30경 버스 운행 중 포항시 북구 ○○동 ○○○○ 승강장에서 정차 후 출발하다 뒤늦게 승차하려는 승객을 보고 급정거를 하였고, 승차하여 뒤편으로 걸어가던 승객이 순간 차량 반동으로 넘어져 약 2주간 치료를 요하는 다발성 염좌 상해를 입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였다. 원고는 2019. 4. 16. ‘○○○승강장승하차 후 출발 도중 아주머니가 차량 앞을 가로막으면서 급정거로 인해 차량 내 승객이 넘어짐’이라는 내용으로 경위서를 작성하였다.
 9) 원고는 2019. 4. 23. 버스 배차시간인 오전 8:19이 아닌 8:01에 차량을 운행하여 영업소의 지시로 차량을 차고지로 회차하였다.
 10) 한편, 원고는 2018. 9. 14. 근로자 ○○, ●●●에게 “교육기간 중인 2018. 9. 13. 안전사고가 발생(흉추압박골절)하여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유와 같은 날 “교육기간 중인 2018. 9. 13. 중앙선을 넘어 상대차량과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회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유로 각 채용취소 통보를 한 사례가 있다.
 11) 원고는 참가인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위반으로 고소하였으나,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검사는 2019. 10. 23.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혐의없음)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6, 8, 11, 12호증, 을 제1, 2, 4호증, 을나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시용근로계약 체결 여부
원고의 단체협약 제8조는 “회사에 신규 채용된 자는 취업 후 3개월간은 시용기간으로 하고 시용기간은 근속기간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취업규칙 제10조 제1항은 “회사는 차량 승무직으로 종업원을 채용할 경우 3개월간의 시용기간을 둔다.”고 규정한다.
앞서 본 인정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와 참가인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시용근로계약’임을 명기하지 않았으나 근로계약서에 “회사의 각종 규칙, 규정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원고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은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는 경우에 의무적으로 3개월의 시용기간을 두도록 정하고 있는 점, ②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시간, 휴일 등 다른 근로조건도 단체협약 등 회사의 규칙, 규정을 따르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회사의 각종 규칙, 규정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서약한다.”는 기재가 형식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③ 참가인이 2019. 3. 29. 원고에게 보낸 내용증명우편에는 원고의 고용단계가 ‘수습기간 중’으로 표기되어 있고 그 내용에도 ‘견습기간’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는데 원고는 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보면, 원고는 참가인과 시용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이 사건 본채용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3다5955 판결,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본채용거부에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보이지 않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면접에서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한 대답
   원고는 면접 당시 건강상 문제가 있는지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 만성신부전증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피로, 인지기능 장애, 운동능력 감소 등의 징후를 보이나 원고는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어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면접관은 ‘직장생활을 함에 있어 문제가 될 만한 건강상 문제’에 대하여 질문한 것이므로 원고가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을 한 것이 거짓이라고 볼 수 없고, 원고가 면접에서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건강상 문제까지 고지할 의무는 없으므로 지병을 숨겼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원고의 건강상태
   원고는 만성신부전증으로 주 3회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은 인지능력이나 운동능력의 감소를 동반하며 피곤함과 졸음을 수반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투석치료를 충분히 받지 않을 경우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원고를 진료한 의사 이○○은 ‘투석치료만 잘 받는다면 일상적인 활동이나 직장생활에 별 지장은 없을 것’이라는 소견서를 작성하였고, 의사 김●●도 ‘주 3회 혈액투석을 받는다면 현재의 직업활동(시내버스 운전기사)을 영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소견서를 작성하였다. 이에 의하면, 원고의 경우 주 3회 혈액투석치료를 잘 받는다면 건강상의 이유로 버스 운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원고가 혈액투석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만성신부전증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다) 혈액투석치료에 소요되는 시간과 근로제공 가부
   (1) 원고는 병원에서 주 3회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사이에 혈액투석치료를 받는데, 혈액투석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4시간 정도이고 여기에 이동시간과 휴식시간 1~2시간이 더 소요된다. 원고는 참가인에 입사한 2019. 2. 21.부터 배차를 받아 버스를 운행하였는데, 오전에 배차받는 경우에는 저녁에, 오후에 배차받는 경우에는 오전에 치료를 받아 치료와 버스 운행을 병행하였다. 원고가 근무한 기간 동안 실제로 치료받은 시각을 보면, 2019. 3. 27.에는 오전 7:15 출발 차량부터 오후 4:44 출발 차량을 배차받아 오후 8:15부터 11:00까지 치료를 받았고, 2019. 4. 5.에는 오후 2:18 출발 차량을 처음 배차받아 오전 7:45부터 11:40까지 치료를 받았다. 2019. 4. 10.에는 ‘후반’으로 배차받아 오전 7:05부터 11:15까지 치료를 받았고, 2019. 4. 22.에는 ‘전반’으로 배차받아 오후 5:00부터 9:30까지 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원고는 혈액투석치료를 정상적으로 받으면서도 충분히 시내버스 운행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참가인은 원고는 시용기사에 불과하였고, 예비기사, 정식기사가 되면 근로의 정도, 업무, 강도가 늘어나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치료일시 변경이 가능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시간대도 다양하므로 배차 일정만 미리 공지한다면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 같은 조 제3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차별행위’로 포함시키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11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는 장애인이 해당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치료 등을 위한 근무시간의 변경 또는 조정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가 혈액투석치료와 직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오후부터 배차하거나 오전 일찍부터 배차하여 오전에 치료를 받고 출근하거나 늦어도 오후 8시에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하여 줄 의무가 있다. 참가인이 위와 같이 원고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더라도 참가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생긴다고 볼 수 없고, 버스 운행 업무의 성질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근무시간 조정은 충분히 가능해 보이므로, 참가인에게 편의 제공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도 않는다.
  라) 2019. 4. 16.자 안전사고와 2019. 4. 23.자 지연출발
   (1) 원고가 2019. 4. 16. 버스 운행 중 급정거하며 차량 내 승객이 상해를 입는 안전사고가 발생한 사실과 2019. 4. 23. 조기출발로 승객에게 불편을 초래한 사실은 앞에서 보았다.
   (2) 그러나 2019. 4. 16. 안전사고는 승강장에서 정상적으로 정차 후 출발한 상황에서 뒤늦게 승차하려는 승객으로 인하여 급정거를 하게 되어 차량 내 승객이 상해를 입은 것으로, 원고의 가벼운 과실로 발생한 안전사고이다. 2019. 4. 23. 조기출발도 원고가 버스 배차시간을 착각하여 발생한 사건으로 영업소의 지시로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회차하였고 그 횟수도 1회에 불과하여, 이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
    원고는 당시에도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었고 건강상태가 양호하였으므로, 위 두 사건과 원고의 만성신부전증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3) 참가인은 2018. 9. 14. 안전사고 발생을 이유로 채용취소 통보를 한 사례가 2회 있지만, 근로자에 대한 사례는 안전사고로 흉추압박골절 상해를 입어 원고의 경우보다 상해의 정도가 훨씬 심하고 근로자 ●●●에 대한 사례는 중앙선을 침범하여 상대차량과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운전자에게 고의가 인정되거나 과실이라 하더라도 중대한 과실로 보여 원고의 경우와 비교할 수 없다.
  마) 기타
   (1) 참가인은 원고에게 이 사건 본채용거부를 통보하면서 그 통보서에 ‘2019. 4. 12. 배차를 하였음에도 휴무를 요청하였고 2019. 4. 15. 휴무 요청 목적이 혈액투석이면서 다른 변명으로 거짓 진술하였다.’는 내용을 포함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2019. 4. 12., 2019. 4. 15. 혈액투석치료를 하였다고 볼 증거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설령 혈액투석치료를 목적으로 휴무를 요청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휴무 요청은 원고의 정당한 권리의 행사이고 원고가 휴무 요청을 하면서 참가인에게 그 이유를 알릴 의무는 없다.
   (2) 참가인의 대표이사 ○○은 장애인차별금지법위반 혐의사실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위 불기소처분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이 사건 본채용거부가 정당하다고 한 판정이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이고, 형사사건에서 위 혐의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위반의 고의까지 인정되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에 대한 불기소처분에 근거하여 이 사건 본채용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소결
이 사건 본채용거부는 부당하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관여법관 

판사 홍순욱(재판장), 김재경, 김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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