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련
민주노총의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에 이어 한국노총도 “정권 심판투쟁”을 들고나왔다. 금속노련 임원이 잇따라 경찰에 폭행·연행되면서 정부·재계와 대화를 타진한 한국노총이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노동계 투쟁에 동조하면서 정권과 재야세력이 전면갈등하는 양상이다.
김동명 위원장 “정권의 폭력, 노동계 필요 없단 뜻”
한국노총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하청노조 농성에서 발생한 경찰 폭력진압을 규탄하며 이날부터 윤석열 정권 심판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로 수도권 시민이 혼란에 빠졌을 때, 전국의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고공농성 중이던 금속노련 간부 폭력연행 소식에 아침잠을 깼다. 전날 오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연행에 이어, 이날 오전 김준영 연맹 사무처장이 경찰 곤봉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 경찰에 연행됐다는 소식과 영상이 한국노총 연락망을 타고 급격히 퍼졌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 의원들은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탄했다. 서영교 의원은 “전날 김만재 위원장을 폭력적으로 제압하고 뒤로 수갑을 채우더니 오늘 새벽에는 김준영 처장을 곤봉으로 내리치고 피 흘리는 가운데 연행하는 행위가 벌어졌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똑똑히 지켜봐 주시고, 문제제기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홍배 전국노동위원장(금융노조 위원장)은 “경찰은 테이프와 현수막 끈을 자르는 데 사용하는 칼을 두고 (김준영 처장이) 정글도를 휘두르며 저항했다고 왜곡하고 있다”며 “처참한 폭력에 대해 대통령 사과와 경찰청장 해임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노동계가 필요 없음을 아주 노골적이고 직접적이고 폭력적으로 표현했다”며 “이 시간 이후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 심판투쟁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유혈 연행사태를 계기로 한국노총 내부 분위기와 향후 사업은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월1일로 예정된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 한국노총은 불참을 결정했다.
당초 지난주 열릴 것으로 점쳐졌던 간담회는 고용노동부가 일정 조정을 이유로 한 차례 연기하면서 6월1일 열릴 예정이었다.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한 자신들의 간담회 제안이 성사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가 열렸다는 내용의 사후 보도자료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5월30일 김만재 위원장 연행과 이날 김준영 사무처장 연행을 계기로 수포가 됐다. 간담회를 연기했던 노동부는 사회적 대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장면을 연출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한국노총은 조만간 긴급대표자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권과의 사회적 대화 방침과 투쟁계획 등 한국노총 사업방향을 정립할 계획이다. 6월27일 오후에 열릴 단위노조 대표자회의에서 대정부 투쟁 기조와 수위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과잉진압에 나선 경찰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도 들어간다.
3파전으로 치러진 지난 1월 한국노총 임원 선거 이후 지속하던 내부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거나 대정부 투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던 일각의 목소리는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의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금속노조 총파업 파업대회와 건설노조 총력투쟁대회,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총력투쟁 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은 6월24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열고, 7월3일부터 15일까지 2주간의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오후 총력투쟁 대회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두환 정권 폭력·탄압과 독재와 비교를 해 봐도, 프렌들리를 외친 이명박 정권의 친기업 반노동 정책과 비교를 해 봐도, 박근혜 정권의 무능·부패와 독선과 비교를 해 봐도 윤석열 정권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못된 정권”이라며 “모두가 힘을 모아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연대사에서 “노동자와 농민은 이 나라 역사가 방향을 잃고 어지러울 때 옳은 곳을 향할 수 있도록 불의와 싸워 왔다”며 “산 자와의 약속은 저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양회동) 열사 앞의 약속은 거둘 수가 없다.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