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련
뒷수갑을 찬 채 경찰에 끌려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이틀 만에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관련 사태는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과 함께 체포 뒤에도 무리한 조사가 이뤄진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노동계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연이어 연맹 임원진 체포에 대한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응을 논의했다.
1일 연맹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께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신청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체포 이틀 만에 풀려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포스코 하청노동자의 임금협약 체결과 원청인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규탄하기 위해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연맹 사무처장을 진압하려는 경찰을 막아서다 연행됐다.
교섭 준비 회의를 범죄공모로 몰아 질문
김준영 사무처장 구속 여부도 노정갈등 뇌관
검찰은 김 위원장에게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일반교통방해 혐의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심사 과정에서는 김 위원장이 고의로 집시법과 형법 위반 등을 공모한 것 아니냐는 식의 질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을 대리한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법률원)는 “교섭을 위한 회의에서 집시법 위반 등을 연맹 간부들과 모의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있었다”며 “마치 조직폭력배 수사를 연상시키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각 직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2023년에도 수갑과 곤봉으로 노동자를 죽이려 달려드는 정권과 경찰을 보며 분노가 차오른다”며 “금속노련만의 문제가 아닌 이 땅의 노동자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전 조합원이 일어서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풀려났지만 지난달 31일 연행된 김준영 사무처장은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 사무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과 일반교통방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29일 밤 7미터 높이의 망루에 올라 고공농성을 한 김 사무처장은 31일 새벽 5시20분께 스카이차 2대로 접근한 경찰에 저항하다 머리와 온몸을 곤봉으로 맞으며 연행됐다.
경찰이 김 사무처장에 대한 조사를 무리하게 강행한 정황도 나타났다. 문 변호사는 “김 사무처장은 연행 직후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만 받은 뒤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를 실시한 경찰이 보기에도 상태가 심각해 병원에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다리를 다쳐 앉아 있기도 힘든 김 연맹 사무처장을 상대로 병원에서도 조사를 강행했다. 김 사무처장이 구속된다면 노정 갈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 지도부 현장 방문해 규탄 기자회견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중심 대응 고심
노동계는 분노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 등은 1일 급히 현장으로 내려가 금속노련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동참하고 경찰과 정권을 규탄했다. 연맹은 이날 오후 김만재 위원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입감해 있는 순천경찰서 앞 기자회견에서 “죗값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노조를 혐오하는 대통령, 초법적으로 충성하는 경찰청장, 본인이 서명한 합의도 지키지 않은 포운(포스코 하청업체) 사장, 뒤에 숨어 극한 노사 대립을 방관한 포스코 회장, 자신의 역할은 망각한 채 사쪽 편에 선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장과 노동부 장관”이라고 강조했다.
여파는 정치권까지 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농성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의식이 혼미해질 만큼 폭력을 가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과잉수사로 노동자 한 분이 분신한 참혹한 일도 벌어졌음에도 앞으로도 부당하고 폭력적 노동탄압이 계속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일 사건이 벌어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찾아 노동자와 만나고 광양경찰서와 여수지청을 방문해 경찰과 노동부 책임을 따질 예정이다.
국회 차원의 긴급현안 질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을 중심으로 한 긴급현안질의 등이다. 다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일정 등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