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수가 1천명이 넘는 노조가 결산서류를 공시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노동개혁정책관이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노동문화 정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참석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6월 초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2023년 결산서를 공시한 노조의 2024년 회비 납부분부터 바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회계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하는 정책은 지난달 23일 당정이 만나 합의한 내용이다.
소득세법 시행령은 노조 회비의 공익성을 고려해 기부금으로 인정, 연말정산때 세액을 공제 받는다. 하지만 노조는 결산보고 의무가 없어 결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1천명 이상 노조는 결산서류 공시를 요건으로 세액을 공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 회계공시 시스템에 매년 4월30일 회계를 공시해야 한다.
노조 결산결과는 노동부가 구축 중인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에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도 함께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노조는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내 전체 조합원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공표해야 한다.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 혹은 조합원(대의원) 3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으면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회계감사할 수 있도록 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이 다수석을 가져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노조회계 감시를 강화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향한 비판이다.
입법예고가 시작되면 노동계 반발과 위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노조법에는 회계 감사원의 자격이나 기준에 관한 내용이 없고, 시행령에 위임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없다”며 “법률위임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행령에 조합원 3분의1 이상 요구가 있거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하도록 한 조항을 지적한 것이다. 노조법 25조는 회계감사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만 회계감사원의 자격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1천명 이상 노조의 경우 결산자료 공시를 세액공제 요건으로 두는 데 대해서도 박 노무사는 “소득세법은 타법에 의해 규율되는 단체에 세액공제를 할 수 있지만, 노조법이 규율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요구를 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