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사납금만 회사에 입금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은 개인 수입으로 챙겼다면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초과 수입금을 회사에 알리지 않은 경우 사용자는 개인 수입이 얼마인지 알 수 없어 퇴직금 산출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2007년 대법원 판례가 유지됐다.
‘초과수입, 회사 관리 가능 여부’ 쟁점
1심, 2007년 대법원 판례 따라 원고 패소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전직 택시기사 A씨가 경기 안양시의 택시회사 B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999년 입사한 A씨는 회사에 입금한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은 가져가면서 일정한 고정급을 받는 ‘정액 사납금제’로 임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운송수입금이 사납금보다 부족하면 현금으로 메워야 했다. A씨가 2015년 정년이 되자 회사는 퇴직금을 정산하면서 1일 평균임금을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한 약 1만5천원으로 산정했다.
그러자 A씨는 2018년 9월 소송을 냈다. 그는 “회사가 초과운송수입금을 포함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한 퇴직금 지급을 면하기 위해 택시기사들이 초과운송수입금을 입금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택시기사들의 차량운행기록을 보관하고 있어 초과운송수입금이 얼마인지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택시기사들이 초과운송수입금 입금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경제적 목적에서 자발적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을 입금하지 않은 것”이라며 “초과운송수입금을 예측할 수 없어 관리나 지배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2015년 임금협약에서 초과운송수입금을 퇴직금 산정시 산입하지 않는다고 정했다고 했다.
재판에서는 ‘초과운송수입금을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산정할 경우, 회사가 퇴직금 마련시 지배·관리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다퉈졌다. 1심은 초과운송수입금이 회사가 관리하거나 지배 가능한 부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07년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태코미터 기록 근거 2심 “평균임금 포함”
대법원 “현금 결제, 운행기록만으론 예측 불가”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을 깨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초과운송수입금을 회사가 관리하거나 지배할 수 있었다며 평균임금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택시 태코미터에 손님 승하차 시간·영업거리·요금·빈차시간 등이 반복적으로 기록·저장된 점을 근거로 초과운송수입금의 예측가능성을 인정했다.
특히 A씨가 퇴직한 2015년 10~12월 사이에는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돼 퇴직 전 3개월간 운송수입의 발생여부와 금액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 실제 운송수입금을 부풀릴 이유가 없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퇴직 전 3개월 동안 하루 평균임금을 7만1천950원으로 계산해 미지급분 퇴직금 695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회사에 주문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관리할 수 있거나 지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면 평균임금 산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택시기사의 초과운송수입금은 퇴직금 산정에 포함할 수 없다는 취지다. 초과운송수입 대부분이 현금으로 결제됐고, 택시 운행기록만으로는 초과운송수입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사납금만 입금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을 개인 수입으로 귀속시키는 것도 인정하되 이를 퇴직금 산정시에는 산입하지 않다는 임금협정도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A씨는 초과운송수입금은 회사에 알리지 않은 채 개인 수입금으로 귀속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는 임금협정에 따라 초과운송수입금 내역에 관여할 수 없었으므로 그에 관한 관리 가능성이나 지배 가능성도 없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