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정부가 조합원 수 1천명 이상 노조의 경우 노조회계 결산결과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비 세액공제를 하지 않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15일 공시했다. 40일간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 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양대 노총은 모법에 위임받지 않은 시행령 개정안이라고 반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을 설명하면서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노조의 생명과 같은 대내적 민주성과 대외적 자주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조합원수 1천명 이상 노조와 산하조직의 경우 노조회계 공시시스템상 결산서류 공시를 요건으로 조합비 세액을 공제하겠다는 것이다. 조합비를 기부금으로 보고 전체 조합비의 15%를 세액공제하던 것을 일부 노조에게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회계감사원 자격은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정했다.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경우나 조합원(대의원) 3분의1 이상 요구가 있으면 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노조회계의 결산결과·운영상황은 회계연도 2개월 이내 공표해야 한다. 결산결과를 올해 9월 구축될 공시시스템을 통해 매년 4월30일까지 공표할 수 있게 하고, 이런 경우 노조법에서 정하는 결산결과 공표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한다.
노동계는 법률을 넘어선 시행령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법에는 회계감사원이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지만 회계감사원 자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특별한 법적 근거 없이 1천명 조합원 이상의 노조에게만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의무를 신설한 셈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면 노조를 회계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매도해 노동개악의 포석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난다”며 “모법의 위임 없이 시행령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2005년 규약 개정으로 공인회계사를 포함한 회계감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법률의 위임과 근거 없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한 시행령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노조는 시정명령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이미 노조법에 정해진 규제”라며 “(정부는) 노조법에 이미 존재하는 규제를 없다고 주장하며, ‘제삼자 공시’ ‘외부기관 감사’ 등 자주성과 단결력을 위협하는 내용으로만 구성했다”고 꼬집었다.
권창준 노동부 노동개혁정책관은 노동계의 시행령 정치라는 비판에 “시행령 규정을 위반할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아니라 결국 노조가 자율적으로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위임의 근거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본다”며 “시행령 정치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