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은 26일 오후 최저임금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약계층 노동자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한국노총>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와 재계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줄다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용자측이 27일께 동결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노총 지도부는 최임위 앞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최저임금위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이어 간다. 올해 최저임금위 논의는 업종별 차등 여부를 두고 노사 공방을 시작한 이래 사상 초유의 노동자위원 해촉, 2년 연속 치솟는 고물가 등으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노동자위원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천210원을 요구했다.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5.1%, 올해 전망치는 3.5%일 정도로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대폭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사용자위원측은 동결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총은 지난 25일 ‘주요 결정기준으로 본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생계비·유사근로자 임금·노동생산성·소득분배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내년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27일부터 재개하는 최저임금위 논의의 가장 큰 쟁점은 김준영 노동자위원 해촉과 신임 노동자위원 위촉 거부 사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21일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노동자위원 해촉을 한국노총에 알렸다. 한국노총이 김 사무처장의 자진사퇴 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새 노동자위원 후보로 추천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26일 김 위원장을 노동자위원으로 제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노총에 공문으로 알렸다. 김준영·김만재 두 사람이 공동정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상 초유의 노동자위원 해촉에 이어 추천위원 거부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최저임금 논의에 유례없는 정부 간섭사건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 앞에서 천막농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방침을 규탄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노동부는 최저임금위 독립성과 자율성을 무시한 채 미결수 신분인 김준영 노동자위원을 강제 해촉해 노사 동수의 대원칙을 허물어뜨렸다”며 “정부가 앞장서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노동자위원인 류기섭 사무총장은 “물가폭등으로 실질임금이 저하되고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으로 1만2천210원을 요구했다”며 “최저임금은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에게는 생명줄과도 같고, 물가폭등과 경제침체·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이날부터 최저임금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천막농성을 한다.

최임위 논의 법정시한은 이달 29일까지다. 노동자위원 해촉 등으로 논의가 지연되면서 시한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최저임금 고시는 매년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다음달 중순께는 심의를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