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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대의원대회로 살펴본 2023 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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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61회 작성일 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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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대회로 살펴본 2023 금융노조
올해 금융노조 및 산하 지부 정기대의원대회로 본 3가지 키워드
‘윤석열 정부’, ‘조합원 참여’, ‘노사관계 온도 차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노동조합들이 대면 사업을 하지 못했다. 특히 한 해 노동조합의 사업 방향과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인 대의원대회를 열기 어려웠다. 그래도 기세를 떨치던 코로나19도 잠잠해지면서 2023년에 들어서 거리두기 조치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됐고, 많은 노동조합들이 대의원대회를 대면으로 치렀다.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와 산하 39개 각 지부도 정기전국대의원대회와 정기조합원총회를 열고 한 해 계획을 대의원들과 논의했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금융산업 속 노동조합들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금융노조와 각 지부의 2023년도 대의원대회로 몇 가지 키워드를 살펴봤다.

지난 2월 2일 금융노조가 은행회관에서 2023년도 정기전국대의원대회를 열었다. ⓒ 금융노조

‘윤석열 정부’, ‘조합원 참여’, ‘노사관계 온도 차이’

① 윤석열 정부

두드러지게 보이는 키워드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과 금융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노동개악과 관치금융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노동 정책 측면에서는 노동시간제도 개편으로 장시간 노동 초래, 직무성과급제 확산으로 인한 임금 하향평준화, 노동조합 회계 장부 제출 압박으로 노동조합을 부패 세력으로 이미지화하는 등의 우려를 표했다. 금융 정책 측면에서는 금산분리 완화 조짐,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 논의 없는 금융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에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산하 지부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해서도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각 지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도 이와 같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흐름에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수출입은행지부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기관 선정, 증원 및 조직 확대 없는 업무 증가, 직무성과급제 도입 시도 등 노동개혁을 내세운 노동조합 억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지부는 “공공기관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강요하는 직무성과급제와 복지 축소에 맞서 투쟁할 것이고, 지난 50년 동안 노사가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뤄낸 우리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킬 것”이라 이야기했다. 이처럼 금융공공기관 노동조합의 경우 다른 금융기관들에 비해 정부의 입김이 더욱 세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노조도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대위에 참여하며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 중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안 생기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발언한 뒤 개최된 지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해당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이 많이 오갔다. 수협중앙회지부는 “윤석열 정부는 노동 탄압과 함께 금융권을 마치 부조리한 집단으로 몰고 있다”며 “귀족노동자로 단정 짓고, 정당한 대가를 돈잔치라는 강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며 노동자를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지부는 “지난 시기 어렵게 만든 성과급제도를 모범적인 노사문화라고 대내외적으로 칭찬 받았는데, 이제는 은행원들의 돈잔치로 치부되고 있다”며 “누구 아들은 대리로 5년 10개월 일하고 50억 원 퇴직금을 받아도 아무 무제 없는 게 정상이라면서 은행원들은 30년 넘게 일하고 받는 퇴직금으로 파렴치하다고 매도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②조합원 참여

이번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조합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더 참여시키고,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겠다는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한국부동산원지부는 “더 소통하고 더 공감하는 투명한 노동조합이 되겠다. 소통은 양방향이 돼야 하고 진실된 소통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고 조합원의 엄중한 평가를 받겠다”며 “현장에 제기된 문제를 사측과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소수의 조합원도 소외되지 않도록 조직문화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참여를 북돋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데는 코로나19라는 배경이 있다. 코로나19 3년 동안 거리두기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렇기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과 조합원들의 노동조합 활동 참여 경험이 부족해지는 측면이 발생했다. 올해부터는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3년 동안 미진했던 소통과 참여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이 도출된 것이다. 대구은행지부는 “거리두기 해제 추세에 맞춰 조합원들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조합원들의 고민을 청취하고 이를 바람직한 조합 발전과 공정하고 만족도 높은 복지저책의 근간으로 삼겠다”고 이야기했다.

한편으로는 조직 확대에 따른 소통 창구 확대와 참여 기회 확대의 고민을 하는 지부도 있다. 한국자사관리공사지부는 “노조가 1,600여 명 규모로 커진 만큼 단위별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고 이를 지원하면서 참여민주주를 위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많이 회자된 또 다른 참여는 작년 6년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도, 모든 지부 위원장들도 작년 거리에서 함께 모였던 조합원들의 참여에 감사 인사를 보내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이와 같은 참여를 계속 해주길 조합원들에게 부탁했다.

③ 노사관계 온도 차이

노사관계 온도에 따른 각 지부의 메시지도 차이를 보였다. 노사관계 온도가 높은 지부의 경우는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평가데이터지부는 투쟁의 시기를 거치고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는 “화합할 때”라며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지부는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미래의 희망을 꿈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공명정대한 조직 기반을 구축하고, 내부 인사시스템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지부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은행측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KB국민은행 구성원들이 모두 행복해질 프레임을 만들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노사관계 온도가 높은 지부에서는 경영진의 축사도 달랐다. 금융결제원의 경우 원장이 “노동조합에 대한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며 “우리원 노동조합도 1984년 설립 후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노동좋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우리 원 노동조합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직원 모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를 해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노사관계 온도가 낮은 지부의 경우 경영진에게 전향적 자세를 요구하거나, 대화와 동시에 투쟁에 나설 수 있음을 밝히면서 압박하기도 했다. 한 지부에서는 “노사가 진정한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잇도록 즉각적이고, 현실적으로 노동자의 처우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한 모든 것들에 대해 (경영진이) 전향적으로 고민해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의 박홍배 위원장은 “금융노조는 지부 부충교섭의 사실상 법적 주체는 금융노조이고, 금융노조는 지부 보충교섭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달라”고 경영진에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3년 만의 대면 정기대의원대회
금융노동자들 무엇을 공유했나?

이외에도 시중은행지부의 경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됐던 이야기는 영업점 폐쇄와 업무량 증가이다. 업무량 증가는 많은 지부에서도 지적한 사항이다.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3년 동안 정부 지원 금융 사업들이 은행과 국책금융기관 등을 통해 진행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난 현재도 코로나19 시기 피해를 봤던 취약계층의 금융 지원 정부 사업을 많은 금융권 노동조합들이 수행하고 있어, 과도한 업무량 문제에 직면했다고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금융노동자들의 고생은 경영진 측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정기대의원대회에 내빈으로 참석한 경영진들이 축사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코로나19 시기에 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경제를 지켜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 경영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금융환경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혁신과 창의를 발휘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금융산업이 가장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 비대면 시기를 지내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경영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어떤 디지털 전환이냐는 노동조합과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으니 노사가 머리를 맞댈 부분이다.

3년 만에 대면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노동조합의 한 해 목표와 계획을 전하는 자리였다. 3년 동안 경제 방역을 위해 최일선에서 노력했던 금융노동자들이 서로의 노고를 다독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 금융 정책에 대해 맞서자는 메시지를 던진 자리이기도 했다. 작년 6년 만에 거리에서 총파업을 진행한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교섭 진행 수준과 정부의 정책 개진 수준에 따라 다시 거리에서 모일 수 있다. 작년의 총파업 참여 경험을 금융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공유하고 있고, 거리두기라는 문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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