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위원장 김동명)이 건설업종 노조 비리와 전직 임원 금품수수 의혹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조직혁신안 마련에 나선다. 비리 범죄자의 선출직 간부 출마를 제한하고 비위 적발 시 제명하는 방안 등이 유력시된다.

한국노총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조직혁신위원회 구성·운영 계획안을 논의했다. 혁신안 마련 필요성은 지난해 진병준 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의 조합비 횡령 사건이 불거졌을 때부터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노총은 위원장에게 인사독점권을 부여한 건설산업노조 규약 등을 확인하고 위원장 사퇴와 규약 개정을 노조에 권고한 바 있다. 사퇴와 규약 개정 모두 거부해 조직제명 결정을 했다. 올해 또 이승조 연합노련 위원장(연합건설노조 위원장 겸임)이 채용·금품 강요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한국노총은 이승조 위원장이 구속된 사건 외에도 조합비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점을 우려해 연맹 위원장 사퇴를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두 사건을 계기로 한국노총 규약·규정에 조합원 개인을 징계할 방안이 없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지난 16일에는 강아무개 전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배임수재·배임증재) 혐의와 관련해 한국노총 사무총국이 창립 역사상 처음으로 압수수색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날 중앙집행위 회의 참가자들은 정부가 회계 관련 서류 제출을 압박하며 노조를 비리집단으로 몰아가려는 상황에서 이런 내부 비리 사건이 불거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조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한국노총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조직혁신위원회를 이달 중으로 구성한다. 외부 인사를 포함해 6~7명으로 구성한다. 한국노총 내부에서는 최응식 외기노련 위원장·김위상 대구지역본부 의장이 참여한다. 중집회의에서 “외부인이 주도해야 혁신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조직혁신위원장은 외부위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혁신위는 민주성·도덕성·윤리성 확보, 회계투명성과 재정안정성 확보, 규약·규정·규칙 개선, 노조 이미지 개선, 건설산업구조 개선 및 건설업종 노조 정상화 등 다섯 가지 의제에서 개선안을 찾는다. 간선제 선거에서 선거인 확대, 임원 재산공개, 비리 관련자의 선출직 출마 제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비리 간부에 대한 제재방안도 포함한다. 6월까지 결론을 낼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혁신안이 수립되면 연맹과 지역본부에도 수용을 제안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동명 위원장은 “현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엄중한 투쟁도 힘을 모으기 어렵다”며 “조직혁신위에서 도출된 과제는 위원장직을 걸고서라도 관철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과 노조탄압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투쟁계획도 이날 확정했다. 중앙 총력투쟁단을 설치·운영하고, 산하 회원조합과 지역본부에도 투쟁상황실·투쟁선봉대를 운영한다. 노동절 전국노동자대회를 여의도에서 대규모로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