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논란이 된 태광산업이 노동자들에게 취업규칙 변경 찬반 의사를 공개적으로 물어 비판을 받고 있다.

28일 금속노련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태광산업 사측은 일반직 취업규칙 개정에 관한 설명회를 열고 ‘취업규칙 개정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임금피크제 도입, 정기휴가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동의서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부분에 동의 여부를 O, X로 표시하고 서명하도록 했다. 아직 의사를 결정하지 못한 노동자들에게는 경비실에 ‘취업규칙 개정 동의서’를 배치해 둘 테니 서명하라고 했다. 회사는 29일과 30일 각각 울산과 부산 사업장에서 설명회를 연다.

이번 취업규칙 변경 투표는 지난달 대법원 판결로 진행되게 됐다. 사측은 2015년 12월 노동자 88%의 동의를 얻어 정기휴가 폐지 등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팀원이 평균 6.8명인 66개 팀별로 의견을 취합했다. 노동자들이 자율적·집단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절차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은 당시 취업규칙 변경 동의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사측이 취업규칙 개정안을 다시 투표를 부치는 배경이다.

정명기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공개 동의 방식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공개 동의 방식은) 인사권자나 사용자가 묵시적으로 동의를 강요할 수 있고, 재직자는 혹여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못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과반수 노조의 동의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했는지 당초 취업규칙 개정 동의서에 서명하는 방식에서 갑자기 투표용지에 이름을 적고 찬·반 의사를 표시해 투표함에 넣는 방법으로 바꿨다. 문제는 의견 표명 방식 변경을 노동자에게 공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투표함을 관리하는 이도 없어 투표 대상자가 직접투표를 한 것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 변호사는 “법적 하자와 무관하게 투표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호성 지부장은 “2016년 이후 입사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당시 동의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기존 취업규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며 “같은 직군의 노동자가 서로 다른 취업규칙을 적용받고 있다”며 비판했다.

태광산업쪽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