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노사, “집배업무강도진단시스템 폐지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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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2,016회 작성일 20-07-09본문
우정 노사, “집배업무강도진단시스템 폐지하기로”
7일 오후 우정노사 긴급노사협의회 개최 후 폐지 합의
대안 마련까지 시간 두지 말고 당장 폐기하자는 의견도
3년 전 오늘 7월 8일은 안양우체국의 한 집배노동자가 안양우체국 앞에서 중노동 과로를 외치며 분신 시도 후 이틀 동안 사경을 헤매다 목숨을 잃은 날이다. 그 후 3년 동안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는 것이 현장 집배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와중에 긍정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우정 노사가 집배업무강도진단시스템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5년 동안 100여 명의 집배노동자가 죽었다. 과도한 노동을 넘어서 과로사의 상시적 위험에 노출됐던 집배노동자에게 희망적 메시지이다.
7일 오후 전국우정노동조합과 우정사업본부는 2020년 긴급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집배업구강도진단시스템 폐지에 최종 합의했다. 또한 빠른 시일 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고 대안 마련 전까지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 운영하기로 했다.
집배업무강도진단시스템은 우정사업본부가 2012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13여억 원의 연구 용역을 줘 만든 집배부하량(집배원의 업무 강도)을 산출하는 체계다. 해당 시스템은 집배원 필요 인력을 산출하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은 집배원의 모든 동작을 ‘초 단위’로 환산해 현장의 노동을 반영하지 못하고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화 하는 등 집배원의 과로사 원인으로 꼽혔다. 예를 들면 편지 등 일반통상 2.1초, 등기 28.0초, 저중량소포 30.7초에 배달을 완료해야 하는 셈이다. 2018년 감사원 감사로 지적받기도 했다.
더 심각한 문제점은 해당 시스템으로 집배원 개인당 부하량을 산출하면 1을 기준으로 할 때 0.98, 0.91 등의 부하량이 산출되고, 그 자투리 0.02, 0.09 등을 모아 1을 만들어 우체국에 결원이 있어 인원 충원을 해야 함에도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해당 우체국의 집배노동자의 과중한 업무 강도로 돌아가게 된다. 이에 집배노동자는 연차가 21개임에도 평균적으로 5~6개밖에 쓰지 못한다. 동료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이다.
우정노조는 “노사가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로 했고 그 기준은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7대 권고 사항’으로 두고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해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자고 우정사업본부에 이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현재 시스템을 개선해 사용하기로 했는데, 현재 시스템이 초 단위 비인간적이므로 시간 단위로 계량화 하지 않는 적정 기준을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조금은 다른 입장이다. 집배노조는 8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업무강도진단시스템 폐기 진정을 인권위에 넣었다.
집배노조는 “집배업무강도진단시스템을 당장 폐기하고 기획추진단의 7대 권고안을 실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기획추진단의 7대 권고 사항은 ▲인력 증원 ▲토요근무 폐지 사회협약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집배부하량산출시스템 개선 ▲조직문화 혁신 ▲업무 완화를 위한 제도 개편 ▲재정 확보 등이었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최근 5년 동안 100명 넘는 집배노동자가 과로사와 안전사고로 숨지고, 1000명 이상이 안전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거나 아직도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장 폐기하지 않는다면 죽고 다치는 행렬을 멈출 수 없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집배노조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고 바로 세종시로 향했다. 세종시에 있는 우정사업본부에 방문해 당장 폐기 의견을 제출하고 면담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집배노조는 당장 폐기하지 않는다면 오는 18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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