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가사노동자 소득 40% 줄어] “10년 일한 곳에서 문자로 ‘그만 와라’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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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649회 작성일 20-06-24본문
경기도 안산에서 2001년부터 가사노동자로 일한 조순례(57)씨는 지난 3월 청소·세탁을 포함해 가사서비스를 제공한 고객에게서 ‘오지 마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고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댔다. 10여년간 일주일에 한 번씩 출근하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잘린 것이다. 3개월여가 지나 코로나19도 잦아들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당 고객에게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조씨의 고객이었던 한 교사도 “코로나19로 개교가 미뤄졌다”며 서비스를 중단했다. 조씨는 “7~8가구 가던 것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소득도 40~50%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상황에서 가사노동자가 생계 위협으로 시름을 겪고 있다. 방문노동과 대면접촉이라는 업무 특성상 고객들의 서비스 중단 요청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자는 서비스 중단으로 수입이 급감했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어서 정부의 지원대책에서도 배제된 상황이다.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는 가사노동자를 위한 지원대책과 이들을 노동자로 보호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득 급감 “고객이 오지 마라고 해서”
전국가정관리사협회·한국여성노동자회는 16일 오전 국회 앞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9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위험, 생계위협, 노동자에서 배제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사노동자의 근본적 문제 해결과 재난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단체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 지난 3월 가사노동자의 수입은 지난해 월평균 수입(107만400원)에 비해 60%(64만2천원)에 불과했다. 4월에도 62.1%(66만5천원) 수준이었다. 4월27일부터 5월31일까지 약 한 달간 가사노동자 12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수입이 줄어든 이유는 “고객이 오지 마라고 해서”가 54.7%로 절반을 넘었다. 10%는 “신규 고객이 없어서”라고 했다. 감소한 소득을 충당하는 방법으로는 54.7%가 “지출을 줄임”이라고 답했고 대출(14.8%), 저축이용(11.7%), 지인에게 빌림(7%)이 뒤를 이었다.
가사노동자가 수입 급감에 따른 생계위협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대책에서도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소득이 급감한 자영업자·프리랜서에게 주기로 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경우 소득감소 사실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 밖에 있는 가사노동자는 이러한 서류조차 마련하기 어렵다고 한다. 협회와 여성노동자회는 “가사노동자는 노무 미제공 사실확인서를 떼어 줄 사업주도 없고 현금으로 임금을 받는 경우도 많아 소득감소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밖 노동자 “21대 국회 보호법 만들어야”
가사노동자가 재난시 삼중고에 시달리는 근본 원인은 현행법상 ‘노동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11조)으로 인해 최저임금·4대 보험 같은 노동자로서 기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관련 법안이 18·19·20대 국회에서 제출됐지만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기간만료로 폐기돼 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9일 가사노동자 관련 법을 입법예고했다. 2017년 12월 20대 국회 때 발의했던 정부안과 같은 내용이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내용이다.
김재순 가정관리사협회장은 “단순한 법안 통과가 아닌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한다”며 “21대 국회에서 주 15시간 이상의 근무를 보장하는 가사노동자 관련 보호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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