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과 최저임금위원 해촉에 반발하고 있는 한국노총 소속 간부 1만여명이 모여 윤석열 정부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최저임금 인상, 이정식 장관 사퇴”
한국노총은 27일 오후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노조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측에 따르면 25개 회원조합과 16개 지역본부 간부 1만여명이 참가했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8번 출구 앞부터 숭례문 교차로까지 300미터가 넘는 도로가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이날 주된 구호는 ‘윤석열 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퇴’였다. 김동명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권의 선전포고에 맞서 한국노총도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광양의 유혈진압 사태를 통해 노조와 어떤 대화도 타협도 없다는 것 분명히 했다”며 “이정식 노동부 장관 또한 단 한 줄의 유감, 사과의 표현도 없었다”고 규탄했다. 이어 “오히려 경찰폭력의 피해자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에서 해촉하는 사상 초유의 만행을 저질렀다”며 “정권은 광양의 유혈진압에 이어 최저임금 결정 또한 정권이 총대를 메고 결정하겠다며 노골적으로 폭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례적으로 진행된 집회였다. 한국노총은 주로 5월과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서만 대규모 집회를 열어왔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을 규탄하며 준비했던 이날 집회는 당초 5천명 규모의 전국단위노조 대표자대회였다. 그런데 지난달 말 이른바 ‘광양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면 불참과 정권 심판 투쟁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이날 집회는 노조간부 결의대회로 확대됐고, 참여 인원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정부는 김준영 처장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에서 제명하고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추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노총을 또 자극한 것은 물론 내년 최저임금 논의에 정부가 개입하는 꼴이 됐다.
▲ 한국노총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노조간부 결의대회를 한 뒤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윤석열 물러 나라” “총선 때 두고 보자”
이날 집회는 정권 ‘심판’ 투쟁의 일환이었지만 분위기는 ‘퇴진’ 투쟁에 가까웠다. 여기저기서 “이게 법치냐” “윤석열 물러나라” “총선 때 두고 보자”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특히 정부의 노동탄압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신성동 금속노련 에스와이노조 사무국장은 “노조 만들 때 응원해 줬던 김준영 처장이 경찰 진압봉에 맞는 모습을 보고 분노했다”며 “지난 5월 노동자대회 때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노조 관계자는 “공공노동자들을 공익이 아닌 이익 창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노조 KEC하나은행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노동자를 악마화하며 관치금융을 펼치니 현장에서 힘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호정 한전KPS노조 신서천지부장은 “한전의 적자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며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근석 전택노련 서울본부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분열을 경계했다. 김 위원장은 “내부가 분열돼선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다. 일각에선 위원장과 집행부가 (정권에) 반대해도 현장에는 정권을 좋아하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하더라. 저보다 동지들이 더 강한 목소리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오동원 주한미군한국인노조 KSC지부장은 “김준영 처장에 대한 진압은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정부가 먼저 노조를 적으로 돌렸다. 이젠 투쟁뿐”이라고 말했다.
집회가 끝나고 한국노총은 숭례문 오거리에서 용산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역 인근까지 가두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