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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랜드 뮤지컬 감독이 바리깡을 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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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903회 작성일 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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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랜드 뮤지컬 감독이 바리깡을 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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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위드 로봇’. 소시용 마산로봇랜드노동조합 위원장 이 로봇랜드에서 처음 기획했던 아동극 뮤지컬이다. 롯데월드 퍼레이드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꿨다. 감독이 되어서는 무대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작년 9월, 소시용 로봇랜드노조 위원장은 ‘공연 제작 및 연출’ 업무를 맡으며 입사했다.
입사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6월 24일 소시용 로봇랜드노조 위원장은 경상남도청 앞에서 ‘생존권 사수 투쟁 및 삭발식’에 나섰다.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받은 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로봇랜드노조는 로봇랜드의 새 운영사인 어린이대공원놀이동산이 1년 단위 비정규직 계약과 직무 변경을 조건으로 제시하자 “동일노동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반발 중이다.
소시용 로봇랜드노조 위원장은 삭발식 전 “어제도 이 생각 저 생각에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 육체는 꿈나라로 보내놓고 정신만이 말똥말똥해졌다”며 “우리의 투쟁을 되뇌이다 보니 로봇랜드재단과 어린이대공원놀이동산 행태에 분노를 느껴 다시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로봇랜드는 국책사업이었다. 경남로봇랜드재단이 민간에 운영을 위탁해 경영하는 구조였다. 설립을 위해 7,000억 원이 들었다. 이 중 국비가 560억 원,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각각 1,000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 하지만 경영이 어려워지자 위탁 운영사였던 서울랜드서비스가 협약을 해지하고, 지난 5월 8일 새 운영사인 어린이대공원놀이동산이 로봇랜드를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로봇랜드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화두로 떠올랐다. 어린이대공원은 노동자들에게 ▲1년 단위 비정규직 계약 ▲최대 7% 이상 임금 삭감 ▲직무 변경 가능을 제시했다.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은 ‘다들 어려우니 이해’하지만 나머지는 용납할 수 없었다.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은 20여 명에게는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전화가 왔다. “미계약자들은 내일부터 출입을 할 수 없고, 직원주차장이 아닌 고객주차장을 통해서 오전 10시까지 짐을 빼라.”
전주환 관광서비스노련 사무처장은 “새 운영사는 노동자들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다는 동의서를 내밀고,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을 거부했다”며 “내용도, 보직도, 연봉도 없는 동의서였다. 지금 로봇랜드 노동자들은 붕 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경남로봇랜드재단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재단 측은 작년 9월에도 1년 6개월로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로봇랜드노조와는 상반된 설명이다. 재단 측은 “그 때도 비정규직이었고, 지금도 비정규직이다”라며 “노조의 실질적 사용자는 서울랜드이고, (고용 승계 문제는 전 운영사인) 서울랜드서비스에 요구하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재단은 “경영권에 관여하게 되면 실질적 사용자로 비춰질 수가 있다”며 개입을 꺼렸다. 현재 로봇랜드의 ‘실질적 사용자’인 어린이대공원놀이동산은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소시용 로봇랜드노조 위원장은 기자가 처음 연락했던 지난 6월 16일, “언론에서 아무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조금씩 다뤄지는 듯 보였다. 강석윤 전국관광·서비스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매주 두 번 마산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지난 6월 24일 노창섭 정의당 창원시의원은 제95회 창원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정 질의를 통해 로봇랜드를 언급했다. 그는 “정부의 지침에 따르면 위탁 업체가 바뀔 때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고용 승계를 하도록 했다”며 “서울어린이대공원놀이동산은 정부 지침을 위반한 거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삭발식이 끝났을 시간, 전화를 걸어 “좀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소시용 로봇랜드노조 위원장은 “아이고, 기자님. 투쟁 하려고 하는 건데요 뭐”라고 했다. 소시용 로봇랜드노조 위원장이 ‘댄싱 위드 로봇’에 이어 다른 공연을 기획하게 된다면 보러가고 싶다. 로봇랜드노조 조합원들이 공연하고 홍보하는 로봇랜드라면 이곳 마포 사무실에서 마산까지 찾아가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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