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와 전문가가 말하는 2020년 한국 노사관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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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507회 작성일 19-12-09본문
당사자와 전문가가 말하는 2020년 한국 노사관계 전망은?
‘최저임금·노동시간 단축·ILO’ 내년에도 핵심 쟁점으로 이어져 4월 총선 변수로 작용할까… ‘관심 집중’
[리포트] 2020년 한국 노사관계 전망
문재인 정부 집권 4년 차를 맞는 2020년에도 한국 노사관계는 평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주요 경제 전망기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2~2.3%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및 경기부진 상황에서는 정부의 노동정책이 개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노사관계 당사자 및 전문가는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및 탄력근로제 ▲ILO 기본협약 비준 등 올해 노동이슈가 내년까지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2020년 총선이 노사관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
2020년을 앞두고 국내외 주요 경제 전망기관이 차례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내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를 전망했으며,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역시 2.3%를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에서 전망한 수치보다 0.1%p 낮은 2.2%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무디스, 모건스탠리는 2.1%를 내놓았다.
산업연구원은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수출이 소폭 증가에 그치고 소비 부진도 계속되겠지만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투자 침체가 다소 완화될 것”이지만 “글로벌 통상마찰,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신흥권의 정치적 불확실성,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영향, 제조업 경기 회복 여부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기관에서는 경제성장률 2%도 역부족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각각 1.8%, 1.9%로 발표해 1%대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부분적 합의를 이르는 등 조건이 부분적으로 개선될 움직임이 있지만 장기간 진행된 경제여건의 부실화와 악화된 소비·투자심리로 가속화된 경기위축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저성장·경기부진=노사관계 적신호?
이 같은 경제성장률 전망에 발 맞춰 정부가 국정운영을 어떻게 이어나갈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 노사관계를 전망하는 노사관계 당사자 및 전문가들은 경제성장 없이는 노사관계 전망이 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노사 중심성 및 자율성이 취약한 한국 노사관계 특성상 대부분의 노동정책이 정부 중심으로 추진되는데, 저성장 및 경기부진이 계속되면 ‘노동존중사회’로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노중기 한신대 노동사회학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정책은 상당부분 국가가 결정해왔다”며 “말은 노사자율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가가 결정해온 역사가 오래돼 노사관계는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지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와 같이 촛불 정신에 맞는 이슈들을 선점하려면 ‘분배를 위한 토대’가 마련돼야 하는데 경제 상황이 우려할 수준에 이르면서 노동정책을 추진할 만한 배경과 토대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올 한 해 한국 노사관계 갈등을 낳은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및 탄력근로제, ILO 기본협약 비준 등의 이슈가 내년에도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노사관계 변화를 기대할 만한 토대가 지금으로서는 없어 이제까지의 쟁점들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며 “민간부문에서는 주52시간제가 50~299인 사업장에 도입되는 것, ILO 기본협약 비준 등이 내년 노사관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매년 그랬듯이 2020년 상반기 최대 이슈는 최저임금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2.87% 인상한 8,590원(월 환산액 월209시간 기준 179만 5,31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의 경우, 지난 2년간 최저임금 대폭인상(2018년 16.4%, 2019년 10.9%)을 추진해온 정부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2.87% 인상률에 노동계는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폐기 선언을 했다며 반발했다. 양대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사퇴를 결정하고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에 최저임금법 제4조에 따른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중기 교수는 “정부는 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면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시킨 데 이어 올해를 기점으로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는 방향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파탄났다”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민주노총 안에서도 1만 원 요구가 의미가 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만으로 투쟁하기 어려우니 사회보장 강화 방향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노동조합 조직화를 통해 교섭을 통한 임금 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내년에 결정될 2021년 최저임금이 많이 인상될 수 없는 분위기로 가는 건 사실인데, 전략적인 부분에서 1만 원 요구와 최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장 강화 등에 대한 논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 2년간 30%에 가까운 인상률을 가져간 상황에서 경영계에서는 올해 2.87%라는 인상률에도 만족하지 못한다”며 “동결이 쉽지는 않겠지만 내년에도 경영계에서는 당연히 동결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간 단축 및 탄력근로제
2020년 1월 1일부터 50~299인 사업장에도 주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다. 시행을 앞둔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기 유예를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는 현장의 우려가 커지자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 근로 인가 사유 확대 ▲중소기업 구인 지원 등의 보완책을 발표한 상황이다. 또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내부 진통을 낳았던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안’은 경사노위에서 의결돼 국회로 넘어가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내년 노사관계에 전반적으로 미칠 영향을 본다면 주52시간제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근로시간 단축 이슈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경사노위 파행 원인이 탄력근로제 합의안이라는 점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중요한 이슈”라며 “정부가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올해 노동시간 단축 이슈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은 “작년까지는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올해 탄력근로제를 시작으로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이 후퇴를 넘어 역주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주52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될 중소기업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해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LO 기본협약 비준
정부는 지난 7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이어서 지난 10월에는 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된 3개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입법안에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쟁의행위 시 사업장 내 생산·주요 업무 시설의 점거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비준을 핑계로 노동기본권 개선은커녕 오히려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는 명백한 노동개악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ILO 기본협약 비준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국회에 상정되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입법안에 대해 경영계는 반대하고 있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비준에 유보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한 법안 개정 여부는 2020년 4월 총선 이후로 사실상 미뤄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유정엽 정책본부 실장은 “노사정과 전문가 모두 언젠가는 비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언제’ 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전망은 사실상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노광표 소장은 “ILO 기본협약은 정부가 책임 있게 수행했어야 할 의무 사항이었는데 경사노위 논의를 거쳐야 하는 사회적 대화 이슈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경사노위에서 ILO 기본협약 비준 논의가 노사 간의 ‘주고받기 식’ 협상으로 진행되어 합의를 도출할 수 없었다. 결국 정부는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 위원회’의 최종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입법안을 마무리하였고 결국 ILO 기본협약과 아무 관련 없는 ‘사업장 점거’, ‘단협 유효기간’ 등의 개정안이 포함되었다”는 것이 노광표 소장의 지적이다.
4월 총선, 변수 될까?
한편, 2020년 4월 총선에 대한 전망도 이어졌다. 총선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추진에 있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노중기 교수는 “내년 여당이 총선에서 의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노사관계의 핵심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4월 총선을 앞두고 내년 초 각 정당에서 정책공약이 나올 텐데, 공약에서도 노동정책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선거방침을 결정하고 정책요구안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토론을 통한 선거방침 결정, 총선 공약 및 의제 설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노총에서는 연말부터 정책자문단회의를 운영해 2020년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내년 총선에서 제시할 정책 과제를 논의한다.
유정엽 실장은 “여당이 총선에서 노동존중사회와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를 가져갈 것인가 아닌가가 내년 노사관계의 방향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호 정책실장은 “총선의 결과에 따라서 변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운을 떼면서도 “총선이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여당에서는 항상 총선에서 압승하면 개혁에 앞장선다고 하지만 막상 압승하면 ‘노조 요구를 내가 왜 들어줘’하고 기고만장해진다. 반대로 아슬아슬하게 이기거나 지면 ‘밀어주려고 했는데 의석이 부족해서 그럴 수 없다’라고 한다. 흔히 내년 총선이 계기점이라고 말하지만 한풀 벗겨보면 별 의미가 없다. 이미 정부가 정책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이 계기가 돼 큰 변화가 오지는 않을 거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2020년 노사관계는 노정관계를 중심으로 위태로운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노사관계의 핵심 키워드가 ‘경제 상황’이 될 것이고, 현재로서는 그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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