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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동자에게도 점심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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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787회 작성일 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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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동자에게도 점심시간을

점심시간 제도 도입한 시중은행은 어떨까?



[리포트] 은행 점심시간 제도 도입
직장인들에게 업무 시간 중 유일한 휴식시간은 점심시간이다. 1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일부는 밀린 은행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업무에서 손을 놓고 짧은 휴식을 얻을 수 있는 점심시간에 은행 안의 풍경은 어떨까. 사무실로 복귀하기 전 일 처리를 위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고객들로 인해 정작 식사를 하거나 쉬어야 할 은행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을 하고, 때를 놓쳐 식사를 거르기도 부지기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위원장 허권, 이하 금융노조)은 지난 2018년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중식시간으로 1일 1시간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을 합의했다. 아직 많은 시중은행이 완전하게 점심시간을 도입하지 않았지만, 현재 PC-OFF제를 시행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을 찾아 도입 현황을 살펴봤다.

모두가 누리는 1시간, 금융권은 예외?!
지난 2018년 8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금융노조 조합원 모바일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융노조 조합원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는 지난 2018년 6월 3주간 진행했으며 총 1만8,036명이 응답했다.
다양한 조사결과 속 주목했던 지점은 ‘점심시간’에 대한 항목이었다. 금융노조 조합원들의 점심시간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점심시간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구성한 이 항목에서는 점심시간 1시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 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조합원들의 평균 식사시간은 52.9분이었다. 특히, 영업점이나 지점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의 평균 식사시간 이보다 더 짧은 50.1분이었다. 개인 고객의 대면업무를 담당하는 조합원들의 평균 식사시간은 49.9분으로 가장 짧았다.
점심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지만 업무가 쌓이는 경우에는 아예 점심을 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조합원들 중 52.6%가 고객응대 업무로 인해 점심을 굶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2,036명(21.5%)은 1주 근무일 중 3일 이상을 고객응대로 인해 점심을 굶은 적 있다고 답했다.
불규칙한 점심식사는 신체에 무리가 오기에 충분했다. 금융노조 조합원 중 75.1%가 소화기 계통 질환(▲만성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위염 ▲기능성 위장장애 ▲지방간 ▲담석 등)을 경험한 바 있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질병의 주요 원인은 높은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직업을 꼽히는 은행원의 근무 환경은 불과 1년 전 설문조사 결과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금융노조는 지난 2018년 산별 중앙교섭을 타결 결과 중 하나로 중식시간 1일 1시간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PC-OFF제 도입에 합의했다.
KB국민은행, “강제성 없으면 시작도 안 했다”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홍배, 이하 국민은행지부)는 지난 2018년 산별 중앙교섭이 타결된 후 10월과 11월에 걸쳐 국민은행 본점 및 지점 직원들 8,700명을 대상으로 회사 생활 전반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노동환경을 묻는 문항 중 중식시간 1시간을 이용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8,673명) 응답자 중 무려 67.4%(▲전혀 그렇지 않다 43.4% ▲그렇지 않은 편이다 24.0%)가 1시간을 이용하지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은행지부는 지난 2018년 임단협 합의사항인 휴게(중식)시간 1시간 보장 및 휴게(중식)시간 PC차단제도 도입을 위해 4개월간의 시스템 개발을 통해 지난 7월 1일부터 전 직원들의 PC에 PC-OFF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민은행지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을 PC-OFF 시스템을 설정할 수 있는 시간으로 정했다. PC-OFF 시스템을 통해 중식 시간을 시작한다는 버튼을 누르면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업무가 바쁜 경우 1시간을 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중간에 해제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남은 휴게시간은 자율적으로 사용가능하며, 오후 4시 30분까지 잔여 시간을 사용하지 않으면 PC가 강제 차단되도록 만들었다.
업무가 많은 날에도 무조건적으로 휴게시간을 1시간 강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걸까? 국민은행지부는 한 달에 8회 예외를 뒀다. 업무가 많은 날에는 휴게시간 1시간을 모두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날을 8회로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한 달에 휴게시간 1시간을 사용하지 않은 횟수가 8회를 넘어갈 수는 없다. 예외를 모두 사용한 경우, 그 이후부터 PC는 점심시간에 맞춰 강제로 1시간 종료하도록 했다.
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PC-OFF 시스템을 전 직원에게 도입하기 시작했을 때 지점에서 많은 불만이 쏟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처음 도입이 되고 1~2주 정도는 소관부서나 직원만족부서로 상당히 많은 전화가 가기도 했고, 일부 직원은 노조에 직접 전화를 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만을 말했던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식사를 위해 나가면서 PC-OFF 시스템을 실행하지 않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국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불상사”였다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점심을 제대로 먹자는 취지이기에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했고 2달여가 지난 지금은 불만전화가 오는 사례가 현저히 줄었고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지부는 PC-OFF 시스템이 여전히 어색한 직원들을 위해 휴게시간에 들어가기 10분 전에 시스템 사용을 알리는 알림문구가 뜨도록 설정했다. 또한, 자신의 일정에 맞게 휴게시간을 예약할 수 있어 출장을 가거나 외부 업무를 나가는 직원들을 위한 편의도 마련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PC-OFF 시스템에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했지만, 아쉬운 부분은 없는지 물어봤다. 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대학교나 대기업 같은 곳에 출장소 형태의 작은 지점들이 있는데 이 곳 같은 경우는 점심시간이 가장 붐비기 때문에 온전히 1시간을 쓰기에 힘든 부분들이 존재한다”며 “또한, 애프터뱅크(After Bank)의 경우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하는 곳은 어느 시점에 휴게 시간을 도입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크게 보완해야 할 점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8회였던 예외 횟수를 점차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IBK런치타임’ 실제 사용화면.
IBK기업은행, “휴게시간, 직원들이 온전히 쉴 수 있도록 해야”
IBK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형선, 이하 기업은행지부)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전 지점을 대상으로 점심시간 제도를 시범운용 해 왔다. 1년여의 시범운용을 마무리 짓게 된 것은 지난 2019년 1/4분기 노사협의회를 통해서다. 기업은행 노사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경영평가 중 노사화합 부분의 점수를 기존 13점에서 15점으로 확대했다. 노사화합에 관련된 기준은 노조에서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기업은행지부는 ‘IBK런치타임 사용률’에 3점의 배점이 적용되도록 했다. ‘IBK런치타임’(이하 런치타임)은 기업은행에서 시행하는 PC-OFF 시스템의 이름이다. 경영평가 점수 1점에 따라 지점의 등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런치타임 사용여부에 3점이나 부과한 것은 각 지점에서 직원들의 점심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강제하기 위한 방법이다. 런치타임을 사용하는 대상은 4급 이하 전 직원으로, 3급부터는 관리자인 부지점장이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 업무를 하는 모든 직원들의 점심시간을 보장하도록 했다.
업무가 많거나 다른 이유로 점심시간을 1시간보다 빨리 종료할 수 있는 횟수는 5회로 제한하고, 이 이상 런치타임을 중단하려면 지점장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각 지점의 런치타임 사용률은 기업은행 내부 포털을 통해 확인 가능하며, 지점 합산 런치타임 사용률이 전체 영업일의 80% 이상인 경우 경영평가 점수 3점이 모두 부과되고 80% 미만인 경우 부분 점수 없이 0점 처리하도록 만들었다. 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1년 동안 시범운용을 했음에도 많은 직원들이 실질적인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이번 노사협의회를 통해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해 강제성을 띄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강제성을 가진 런치타임 사용을 시작하자 일부 직원들의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원격으로 런치타임을 실행할 수 없어 기업체에 나가는 직원들 같은 경우는 동료 직원에게 전화해서 실행을 부탁하기도 하고 혹시 점심시간 1시간을 넘게 쓰면 인사부에서 이를 확인해 근태에 반영하는 거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며 “본부에 확인해보니 그런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점심시간이 보장되면서 대다수의 직원들이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휴게시간 보장과 함께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1시간의 휴게시간이 보장됐지만 직원들이 그 시간동안 온전히 쉴 수 있는 장소도 고민하고 있다”며 “여직원들의 경우 사무복을 갈아입는 곳에 쉴 수 있지만 남직원들 같은 쉴 공간이 마땅히 없어 이번 노사합의를 통해 남성 휴게실도 만들 수 있도록 하자고 타결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노동자도 똑같은 노동자
금융권에 점심시간을 도입하면서 두 은행 모두 고객들이 금융노동자를 바라보는 인식이 조금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국민은행지부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대부분의 고객층이 서민층”이라며 “고객응대 업무의 경우 입출금 등 단순 업무가 많아 점포들이 혼잡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점심시간 확보를 통해 단순 업무를 자동화기기로 유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점심시간 도입에 대해 미리 고객들에게 공지를 한 후 양해를 부탁드려 큰 혼란은 없다”면서도 “금융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점심시간 확보를 위해서는 전체 금융기관이 동시에 셧다운 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일 수 있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지부 관계자는 “한국의 은행은 누구나 찾아올 수 있고 창구도 열려 있어 고객들에게 많이 오픈돼 있다”며 “이런 환경 때문에 점심시간을 운영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국민들이 바라보기에 은행원들은 타 산업 대비 높은 임금을 받는 다는 생각이 있다”며 “그만큼 국민들의 편의에 맞춰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만, 금융노동자도 노동자라는 생각을 갖고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국에서 고임금을 받는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로 은행원이 꼽힌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은행원들은 많은 고객들을 만나고 업무를 처리하며 바쁜 생활을 해나간다. 하지만, 모든 직장인들에게 똑같이 부여된 점심시간 1시간도 온전히 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똑같은 노동자라는 시각에서 은행원들을 위한 1시간의 휴게시간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올바른 시각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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