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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고별 인터뷰] “다시, 도전하는 삶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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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621회 작성일 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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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고별 인터뷰] “다시, 도전하는 삶 시작합니다”

차기 집행부, 어려운 여건 속 출발하지만 잘 해결하길



오는 1월 2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을 새롭게 이끌어나갈 임원선거가 진행된다. 한국노총의 새로운 얼굴에 관한 관심이 쏟아지는 와중에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막바지 정리를 하고 있는 김주영 위원장을 만났다. 3년간 한국노총을 이끌며 느꼈던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노총 위원장으로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소회가 어떠신지?
시원섭섭합니다. 그동안 거의 30년 가까이 쉼 없이 달려왔던 것 같은데 시간에 밀려가는 부분들이 섭섭하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늘 현장과 소통하며 지냈습니다. 치열하게 뛰어왔던 부분들이 조금은 나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기 한국노총 집행부 출마를 두고 재선 도전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불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한국노총 임원 선거에 3번 출마해서 3번째에 당선이 됐습니다. 또,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3번의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동안 10번의 경선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에너지가 많이 고갈됐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와서 한국노총을 새롭게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마음 속의 결정은 늘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한국노총을 더 이끌어가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걸 거절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 부분이 있었지만, 후배들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어 불출마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임기 중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사업과 아쉬웠던 사업은 무엇입니까?
한국노총 내부적으로 제도화되지 못했던 부분들을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인사체계를 비롯해 지난 10년 동안 한국노총이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았던 경험이 있어요. 한국노총이 재정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힘써온 부분들이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사회적대화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사회적 대화의 새로운 틀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까지 만들어졌지만 좋은 결실을 만들어내지 못한 점이 성과가 있었던 한편 아쉬움이 남는 사업입니다.
200만 조직화를 내걸고 지난 3년간 쉼 없이 뛰어온 결과 10대 재벌 중 노동조합이 없었던 포스코와 삼성전자에 노조 깃발을 세운 것이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년 동안 한국노총 조합원이 10만 명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 성과이지만 좀 더 확장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플랫폼노동자들이나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부분을 안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성과가 있던 사업이자 아쉬움이 남은 사업으로 ‘사회적 대화’를 꼽았습니다. 노동계 주체 중 한국노총이 참여하면서 많은 역할을 해 왔는데 어떤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낍니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틀을 만들었지만, 한동안 정상적인 가동이 안 됐던 부분과 초기에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려 시도하는 걸 보면서 국회의 일방적인 처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실감했습니다. 경사노위에서 우여곡절 끝에 탄력근로제 문제를 합의했습니다.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11시간 연속 휴무라는 건강권 확보, 임금 손실이 없도록 하는 임금보전조항 등은 잘된 부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근로기준법 중에 근로자 대표와 합이해야 한다는 조항이 탄력근로제 합의 사항과 부딪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딪치는 부분들까지도 함께 수정했으면 좋았는데 이걸 고치지 못했습니다.
한국노총에서도 계층별 위원들을 여러 차례 만나면서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참여를 안 했어요. 함께 문제를 지적하고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부분들이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임기 중 잘했던 사업이자 아쉬웠던 사업으로 ‘조직화 사업’을 말했습니다. 조직화 사업에 있어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며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위원장으로 취임하고 조직개편을 통해 미조직비정규사업단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정규직 중심의 노동을 하다 보니 미조직에 대한 인식이나 미조직비정규직을 안는 준비들이 조금은 부족했습니다. 준비된 상태가 아니라 준비를 해 사업을 시작해야 하니 미조직비정규사업단이 자리 잡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200만 조직화를 천명했지만, 조직화를 위한 현장 활동가들이 많이 부족했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차기 집행부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완한다면 200만 조직화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노총은 탄핵정국 시기에 촛불시위에 적극적으로 결합해 문재인 정부 출범에 일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정부 초반에 노동계의 지지를 받으며 노동정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노동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차기 집행부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남았기 때문에 이르다고 봅니다. 하지만 여느 정부에 비해 문재인 정부가 노동문제를 과감하게 시도했던 부분과 지난 보수 정부 시기에 추진했던 2대 지침 폐기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기에 대해서는 상당히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고 봐요.
현재 여러 논란이 있지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라는 큰 화두를 던져 풀어내기 위해 힘 있게 출발했던 부분들도 있었죠. 또한, 노동운동의 역사는 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시간 단축’이라는 법제화를 이루는 등 노동계에서 구호를 외치던 부분들이 정책과 공약에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은 상당히 진일보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동 문제들이 노동계에서 오랫동안 구호로 외쳐오고 민주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잘 풀리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얽혀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도 분명히 있죠.
전반적으로 과거 정부들이 노동을 어떤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왔다면 이번 정부에서 달라진 점이 존재합니다. 어쨌든 노동문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하려고 노력했던 부분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한국노총은 그동안 국민 속에서 호흡하며 ‘국민과 함께, 현장과 함께’라는 모토를 가지고 활동을 해 왔어요. 또한,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는 노선을 걸어왔습니다. 차기 집행부도 이 노선을 잘 지켜가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사회의 꼭 이뤄져야 할 중요한 과제가 사회적대화인데 좀 더 활성화되고 과제들을 잘 풀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위원장 임기를 돌아보면서 26대 집행부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줄 수 있나요?
지난번 탄력근로제 합의 후 기자회견 했을 때도 몇 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 있었는데 그때도 79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위원장으로서의 활동에 대해서 81점을 주고 싶어요. 학점으로 따진다면 B학점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대화나 조직화 문제 산별의 어려운 과제들을 풀어내는 등 같이 노력했던 부분들과 시대적 이슈들을 안고 갔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잘 대응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타임오프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시간 단축 문제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미완성된 부부들에 대한 부분들을 감안한다면 81점이라고 생각해요.
새롭게 한국노총을 이끌게 될 27대 집행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차기 집행부는 26대 집행부보다 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직 확대라는 지상의 과제가 있고, 선거 후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죠. 임기 중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까지 세 번의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많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잘 소통하고 조직을 하나로 묶어서 한목소리를 내도록 끌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동에 관한 의제들을 먼저 발굴하고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차기 집행부가 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잘 극복하고 해내 가리라 믿어요.
위원장 임기 후 행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후 계획이나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딱히 없어요. 지금까지는 저의 의지로 노동운동을 해 왔어요. 끊임없이 도전하고, 중간에 좌절도 있었지만 13번의 선거를 통해서 가장 작은 조직의 지부장부터 시작해서 쉼 없이 달려와서 노동계 정상까지 올라왔어요. 앞으로는 의지로 사는 부분과 의지대로 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여전히 도전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무엇이든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는 삶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얼 하든지 노동계의 대표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겁니다. 저의 삶의 터전이 한국노총이었고, 한국노총 조합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활동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위원장 임기가 끝나고 나면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또,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실천을 못 했어요. 이것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한국노총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부장으로 처음 출마했을 때 슬로건을 ‘신뢰받는 노동조합, 그 희망을 위해’라고 썼어요. 100% 신뢰받게 해 왔다고 말할 수 없지만,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노력들을 해 왔어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좀 더 신뢰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양극화 해소나 빈부격차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같이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들도 조금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100만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지지를 해줬기 때문에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지지에 감사드리고,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한국노총 조합원을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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