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과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는 자리에 정권 낙하산과 사용자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 승계 작업을 위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정권이 개입해 국민연금에 막대한 피해를 낳았던 사태가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대 노총 등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정권 낙하산과 사용자 이익에 복무하는 이들로 국민연금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으로 검찰 출신의 한석훈 변호사를 임명했다. 상근전문위원 중에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도 뽑는다. 기금운용위는 연기금 운용·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산하에 설치된 수탁자책임전문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한 주주권·의결권 행사 등을 검토·결정하는 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삼성물산 합병 국정농단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20년 설치됐다.
기자회견 참가단체들은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검찰 출신 인사를 기금운용위 상근전문위원으로 임명했다”며 “그는 국민연금공단이 보건복지부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기금의 독립성과 배치되는 가치를 가진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상근전문위원 정원 3명 중 사용자단체·가입자단체 추천 인사만을 임명하고 노동계 추천을 배제한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소수 사용자와 재벌, 정권의 사람들로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행동은 기자회견 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회의가 열리는 프레지던트호텔을 찾아 피켓시위를 했다.
기금운용위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결산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기금 순자산은 890조4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58조원 감소했다. 해외투자 실패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