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 지원사업 신청 조건으로 회계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예산 절반은 신규단체에 몰아주려는 고용노동부 행정이 위법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노총은 최근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사업 운영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9일 정부에 제출했다.
운영규정 개정안은 노동단체 지원사업 수행기관을 ‘노동조합’에서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사업을 신청할 때 해당 단체의 회계 관련 자료를 반드시 첨부하도록 하고, 예산의 50%는 신규 참여 기관에 배정하기로 했다. 근로자협의체나 이른바 MZ 노조 등 새로운 노동단체에 사업을 배분하기 위한 조처다.
한국노총은 의견에서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노사관계발전법)은 국가가 위탁·보조할 수 있는 대상을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개정안은 모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하위법령인 운영규정에 지원대상을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로 확대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다.
회계 관련 자료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와 보조금사업 운영의 책임성·투명성은 실질적 관련성이 없어 부당결부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자료 제출 요구는 노조 자주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부당결부금지 원칙은 행정법 일반원칙으로, 행정사업과 관련이 없는 사항을 조건으로 내걸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를테면 건물허가를 내 주는 조건으로 적십자기금 출연을 요구하는 등 본 사업과 관련 없는 행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이 원칙을 어긴 행정은 위헌·위법한 것으로 보고, 법원에서도 무효 사유로 본다. 원칙에 위배되는 처분으로 피해를 당한 이는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
한국노총은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로 대상을 확대한 부분에 대해 “해당 단체가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설립됐음을 담보할 수 없어 법령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단체가 지원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원사업의 본래 목적에 따라 적합한 대상기관에게 정확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부는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