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사용하면 마이너스 1점, 휴무에 대체근무시 플러스 1점.”
“연차 사용 요청했으나, 무단 결근으로 간주해 부당해고.”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부터 운영한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다. 노조의 부조리를 신고받겠다는 목적이었는데 실상은 압도적으로 사용자 부조리가 많았다.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연차조차 자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연차 사용을 요구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해고된 경우도 있었다. 262건의 신고 사례 중 임금·퇴직금·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는 50건이 넘었고, 근로계약서를 미교부·미갱신·미작성 사례도 26건이나 됐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 접수 사례’ 262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지난 2일까지 접수된 신고는 327건이다. 정부는 노동자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근로시간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노동자 휴가 선택권은 무력했다.
80.9%는 사용자 부조리 고발
근로기준법도 안 지켜지는 현실
노동부는 노사 불법·부당행위를 근절하겠다며 지난 26일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애초 ‘노동조합 운영 및 회계투명성, 노동조합의 불법·부당행위’을 중심으로 신고센터를 운영하려 했지만 신고는 사용자 부조리 고발(80.9%)에 집중됐다.
노동자들은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임금·퇴직금·수당 등을 미지급했다는 신고 사례는 56건(21.4%)이었다. A씨는 “주말수당 1.5배에 맞게 주지 않았고, 연장(근로)수당도 없었다”고 신고했다. B씨는 “연장근무를 신청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며 “사실상 강압으로 연장근무를 했는데, 수당신청을 막았다”고 호소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갱신·미교부 사례도 26건이나 됐다. C씨는 “포괄임금제를 시행함에도 서면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고 있다”고 알렸고, D씨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상태에서 근로를 투입하고, 계약조건을 문의하자 고지를 거부했다”고 고발했다.
근로계약서가 있어도 노동자 권리는 침해됐다. E씨는 “근로계약서 위반과 알바비를 멋대로 삭감하는 것에 대해 신고한다”며 “당사자 동의 없는 임금 등 중요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고 했다. “휴게시간 없이 하루에 11시간, 12시간, 13시간 일을 시킨다”는 호소도 있었다.
노조 상대 신고 조사 진행률 62%
사용자 부조리 조사는 43%
각종 부당행위를 조사하고 해결해 달라는 호소가 빗발쳤지만 피고발인을 사용자단체로 분류한 신고 사례 207건 중 소관기관에 해당 사건이 배정·조사 중이거나 타기관 이송 중인 경우는 88건(42.5%)에 불과했다. 반면 노조를 피고발인으로 분류한 55건 중 61.8%가 사건 조사, 타기관 이송 중이었다. 그 외 사건은 처리가 종결됐다.
노동부 노동관행개선지원TF 관계자는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신고를 하는데, 막상 통화를 해 보면 궁금해했던 것이 풀리기도 하고, 조사를 진행하려 하면 (위반) 행위나 시기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는데 잘 모른다고 하거나 협조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와 노동부는 노조 때리기, ‘건폭’, 노조 회계 부정을 부각하려는 목적의 신고센터 운영과 언론플레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주 69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 개편이 아닌 노동자 생존권을 옥죄는 사용자들의 불법행위 근절에 감독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