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무개 전 수석부위원장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경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총연맹 창립 이후 처음으로 사무총국을 압수수색당한 한국노총 내부는 참담함과 함께 정부에 분노하는 분위기가 동시에 감지된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6일 오후 12시50분께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사무총국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시각 강 전 수석부위원장 주거지에서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한국노총 사무총국 전체 대상으로 압수수색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경찰은 강 전 수석부위원장이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건설산업노조측에서 재가입 청탁을 받고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수사한다고 밝혔다. 1억원 중 5천만원을 이아무개 전 사무총장에게 건네려 한 혐의도 포함했다. 경찰은 “배임수재 혐의와 배임증재(미수) 혐의에 대한 자료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한국노총측에 설명했다. 범죄추정 일시는 지난해 8~9월이라고 특정했다.
영장에 적시된 압수수색 대상은 광범위했다. 강 전 수석부위원장 본인을 비롯해 건설산업노조 제명·재가입과 관련한 한국노총 논의 문건이 포함됐다. 회의록과 전자정보, 이 전 사무총장 출퇴근을 파악할 수 있는 영상기록(CCTV 영상)이 대상이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 사무총국 전체를 압색대상에 올렸다.
위원장 조합비 횡령 사건 이후에도 규약 정비 등 자정노력을 하지 않은 건설산업노조는 지난해 7월 한국노총에서 제명됐다. 이후 한국노총 일각에서 건설산업노조 직가입을 허용하자는 얘기가 실제 돌았다. 하지만 이 문제를 공식 회의체에서 안건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제명과 재가입 추진 당시의 한국노총 내부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참담’ ‘분노’ 한국노총 내부 뒤숭숭
윤석열 정부, 양대 노총 모두 압수수색 기록
한국노총은 내부 회의를 거쳐 압수수색에 응했다. 개인 비위 사건이어서 거부할 명분은 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3시간여의 압수수색으로 주요 회의록과 강 전 수석부위원장이 사용하던 컴퓨터 등의 자료를 가져갔다.
압수수색을 바라본 사무총국 간부들 표정은 싸늘했다. 오래 일한 간부일수록 얼굴색은 더욱 어두웠다. “(압수수색) 회의록에 대정부 투쟁계획 논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소리 치거나, “비리 문제여서 항의도 못 하고, 창피해 죽겠다”고 자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사이 양대 노총이 모두 압수수색 당했다는 점에서 ‘노동계 탄압·망신 주기용’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노총은 공식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자체 진상조사위 활동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위는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원인을 진단하고 재발방지책을 논의하고 있다. 비리자를 강력히 징계하고, 비위자가 노조간부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상반기 중 조직혁신안을 수립·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