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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증가와 민주노총 정책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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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612회 작성일 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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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증가와 민주노총 정책의 문제점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비정규직이 86만명 증가했고, 정규직은 35만명 감소했다. 통계청은 비정규직 증가 중 35만~50만명이 조사방법 차이로 발생한 착시라고 주장한다.
조사 설문에 ‘고용예상기간’ 항목을 새로 넣었는데, 이 항목이 “정년까지”로 체크되지 않으면 이전과 달리 비정규직으로 분류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숫자를 제외해도 여전히 비정규직이 많이 증가한 것은 명백하다. 비정규직이 36만~51만명 증가한 것인데, 이는 2018년 이전 4년간 연평균 12만명 증가보다도 3배 이상 많다.
임금근로자 증가 중 비정규직 증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38%에서 2018년 92%, 2019년 60~99%로 이전보다 낮지 않다.
비정규직 증가를 주도하는 것은 고령층과 청년층이다. 3년 전과 비교해 보면 60세 이상이 33%, 20~29세가 22% 증가했다. 퇴직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고, 또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것이다.
고령 비정규직 증가는 인구고령화의 직접적 효과로 보인다. 한국은 비슷한 선진국과 비교해도 노인 복지가 매우 부족하다. ‘가계동향조사’에서도 하위소득 20%의 소득하락을 이끄는 것은 고령가구였다.
고령층이 생존을 위해 노동시장에서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 비정규직 증가는 경제침체 효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신규고용과 직결된 자본투자도 급전직하 중이다.
2018년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민간 고정자본 형성이 감소했다. 외환위기나 세계 금융위기 같은 경제충격에서나 발생했던 일이다.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리 없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고용주의 상태도 살펴보자. 어떤 사업주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지 기업형태와 규모별로 보자. 여러 통계(2017년 기준)로 추정해 보면 전체 비정규직의 60%는 중소기업에, 20%는 개인기업(또는 자영업)에, 15%는 대기업에, 그리고 5%는 일반정부에 존재한다.
중소기업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60%에 달하고, 개인기업은 90%에 이른다. 대기업은 35%, 일반정부는 20% 정도다. 산업별로는 비정규직의 80%가 도소매업·음식숙박업·시설관리·사회복지 등 이른바 저임금 서비스업에 밀집해 있다(계간 사회진보연대 가을호 “연대고용·연대임금 정책의 현 시기 조건과 쟁점”).
요컨대 생산성이 낮고 지불능력이 낮은 기업에 비정규직이 밀집해 있는 가운데, 저성장 고령화가 비정규직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 오늘날의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민주노총이 힘을 집중한 것은 최저임금 1만원과 공공부분 정규직화였다.
하지만 앞서 본 데이터로 보면 이 정책들은 비정규직이 왜,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무시한 것이었다. 악덕 사업주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20%라면, 기업의 조건이 안 돼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80%다.
정부와 민주노총은 앞의 20%만 주목했다. 지불능력이 안 되는 기업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편법으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뿐이다.
일반정부와 공기업에서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것은 비정규직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앞의 20%에는 조금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뒤의 80%에는 악영향을 미쳤거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민주노총은 이런 실태를 몰랐을까? 아닐 것이다. 알았지만 정책적으로 편하고, 정치적으로 선명한 길을 선택한 것일 터다. 최저임금도 안 주는 악덕한 사업주를 규탄하는 것이 속은 시원하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내걸고 단숨에 상위 15%의 임금체계로 도약하는 것이 비정규직 투쟁에 동기를 부여하는 데 유리하다. 참고로 이는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장의 차별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투쟁은 항상 정당하며 노동자의 권리다. 무책임한 것은 정부당국이나 민주노총같이 거시적·장기적 대책을 고민하고 수립해야 하는 조직들이다. 이들은 어렵고 곤란하더라도, 상황을 진짜로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동운동 친화적 지식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예로 최저임금 1만원을 옹호한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2018년 취업자 감소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에게서 나타났다며, 최저임금이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01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그 반대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자는 크게 줄었고, 반대로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증가했다. 저성장 조건에서, 더구나 저임금 비정규직이 어디에 밀집해 있는지 따져 보면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 하지만 2018년 실증연구를 쏟아 내던 연구자들 중에 누구 하나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가 노동시장의 정의라고 주장하는 지식인들은 여전히 일부 비정규직 투쟁에 몰입하면서, 정규직화 자체가 무용지물인 절대다수 비정규직 상태에 침묵하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 증가를 정부 탓, 재벌 탓으로 돌리지만 정규직화가 무용지물인 곳이 더 많다는 사실, 아예 재벌도 거들떠보지 않는 경제영역에 비정규직이 더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 비정규직·저임금 문제는 저성장·고령화가 심화함에 따라 더욱 해결이 어려운 형태로 악화하고 있다. 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여전히 민주노총뿐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만이 노동자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계급적 연대의 윤리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탓, 재벌 탓”으로 문제를 해결할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전체를 조망하며 비정규직 문제의 실체에 접근해야 한다. 노동자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운동은 집단 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것이다.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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