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대외여건 악화로 올해(2.5%)보다 둔화한 1.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복합 경제위기에 경제운용을 민간·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위해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추진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보고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 골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은 3대 개혁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개혁 추진의 원년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노조부패도 공직부패, 기업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의 하나로서 엄격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위축·물가인상·고용둔화 내년 경제전망 ‘암울’
기재부가 보고한 내년 경제전망은 암울하다. 대외적으로는 급격한 통화긴축 등에 따른 주요국 경기위축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는 “세계 경제는 가파른 금리인상 영향에 따른 내수 부진, 제조업 경기 및 교역 위축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약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내적으로는 대외여건 악화와 금리인상 영향 등이 경기 회복세에 제약이 될 것이라고 봤다. 기재부는 “수출·투자는 세계경제·반도체 업황 부진, 기업 자금조달 여건 악화, 주택수요 둔화 등으로 어려움 지속이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물가는 오름세 둔화가 예상되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내다봤다. 기재부는 “전기·가스요금 현실화 등 공공요금 상승압력 확대 속에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내년 초까지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며 서민 생계비 부담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고용전망 역시 우울하다. 기재부는 “올해 고용은 일상회복, 비대면·디지털 전환 수요 등으로 장기 추세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면서도 “향후 장기 추세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기저영향, 경기둔화 등이 중첩되며 취업자 증가 폭이 축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2.5%)보다 0.9%포인트나 낮은 1.6%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활성화·3대 구조개혁 등으로 어려운 경제여건 극복
정부는 이런 어려운 경제여건을 △거시경제 안정관리(금융시장 안정, 부동산시장 연착륙 등) △민생경제 회복지원(물가안정·고용안정 등) △민간중심 활력제고(수출 활성화, 투자촉진·규제혁신 등) △미래대비 체질개선(3대 구조개혁 등)을 기조로 극복하겠다고 제시했다.
기재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집행관리 등으로 경기대응을 강화하겠다”며 “다주택자·실수요자 등에 대한 과도하고 징벌적인 부동산 규제를 정상화해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제 및 재정지원, 제도개선을 통해 필수 생필품 등의 가격안정을 유도할 것”이라며 “두텁고 촘촘한 지원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일경험 확대 등을 통해 청년일자리 17만명 이상을 지원하는 고용안정 방안도 포함했다.
무엇보다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추진에 집중하겠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기재부는 “노동개혁과 관련해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구체화 및 이중구조 개선을 추진한다”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안을 기반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를 거쳐 근로시간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 입법을 추진한다”고 보고했다. 이 밖에 금융·서비스·공공 등 3대 분야 혁신을 통해 경제체질 개선도 추진한다.
‘법치주의→노조회계→노조부패’ 거칠어지는 ‘입’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노조회계 문제를 거론하면서 처음으로 ‘노조부패’라는 용어를 꺼내들었다. 그는 “(3대 개혁) 그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이라며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 개선이나 합리적 보상체계, 노노 간 착취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것은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사 간의 관계에서 노사 법치주의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 내고 성장을 하려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노사관계에서 비효율적인 분쟁을 줄이고, 그 비용을 노동자 복지를 위해서 쓰기 위해서는 노사 법치주의가 확실하게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부패’라는 말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노사 간의 관계에서 노조의 부패라는 것이 많은 국민의 관심이 돼 왔다”며 “노조활동도 투명한 회계 위에서만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노조부패라는 말은 노조가 회계부정을 저질렀고 부패한 집단이라는 전제가 깔린 듯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회계 투명성 제고는 노조가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득권 귀족노조라 불리는 분들도 정당성과 도덕성을 회복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